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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Design Oct 19. 2018

디자인 Cre-Day : 카럴 마르턴스

네덜란드 그래픽 디자인 <카럴 마르턴스 : 스틸무빙> 전시 관람

오랜만의 크리데이 소식입니다. 언제 더웠나 싶을 정도로 이제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는데요~ 야외활동 하기에 딱 적당한 10월, 저희 디자인 크루는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크리데이를 오랜만에 진행한 만큼 새로운 공간과 시각적 볼거리에 더욱더 리프레시할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플랫폼엘에서는 현재 네덜란드 그래픽 디자인의 거장인 카럴 마르턴스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는데요, 작품들을 가볍게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 Cre-Day : Creative Day
크리데이는 사무실을 벗어나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방문, 전시 관람 등 문화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디자이너로서 트렌디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 시간입니다.





플랫폼엘 <카럴 마르턴스 : 스틸무빙>

시적 감수성과 수학적 사고의 만남

카럴 마르턴스는 1939년, 네덜란드 남동부 림뷔르흐주에서 태어나 암스테르담과 아른험에서 주로 활동하며, 지난 60년간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작가, 교육자로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한 세계적 거장입니다. 수집한 매개체를 이용한 레터프레스 모노프린트와 네덜란드의 동전, 우표, 전화카드를 디자인한 것으로도 유명하며, 출판사 선(SUN)과 건축잡지 'OASE(오아서)'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여왔습니다. 


전시의 제목인 '스틸무빙 Still Moving'은 정지 사진(Still photograph)을 뜻하는 '스틸(still)'과 움직이는 사진인 영상을 뜻하는 '무빙(moving)'의 조합인데요, 대비되는 두 단어의 조합은 장르와 매체, 이성과 감성의 영역을 넘나드는 그의 작업 세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동시에 많은 나이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의 열정을 뜻하는 중의적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합니다. 




OASE(오아서)

전시공간에 들어가면 처음 만나는 작품은 'OASE(오아서)'입니다. 오아서는 네덜란드어로 '오아시스'라는 뜻을 지닌 건축 간행물로 37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마르턴스가 작업을 시작한 28호부터 100호까지 전 오아서 디자인 스프레드와 스케치, 실물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Spread from OASE 28-100

벽면에는 디자인 스프레드가 쭈욱 붙여져 있고 실물 책은 천장에 발행된 순서로 매달려 있었는데요, 책 하나하나 겉표지부터 속지까지 매번 다른 재질과 레이아웃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OASE #66-구독엽서, #71


OASE #37/38, #94, #100

모노타입 그로테스트를 비롯한 산세리프 계열의 서체가 많이 쓰여, 모더니즘의 이상에 가깝다는 평을 받는 오아서는 마르턴스의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심미안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합니다. 2008년 발행된 슬기와 민의 <네덜란드 디자인여행(안그라픽스)>에 의하면, 그 어떤 교과서보다도 오아서를 '꼼꼼히' 읽음으로써 타이포그래피를 더 많이 배웠다"라고 말할 정도로,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Prints

카럴 마르턴스의 디자인은 일상 속의 평범한 소재들을 활용한 것이 많은데요. 숫자와 글자와 같은 텍스트를 수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색깔, 모양 등 이미지로 치환하여 표현하거나 이미 사용한 봉투나 고지서 등 과거가 있는 종이 매체에 인쇄하거나, 버려진 자동차의 부품 등 시간성을 지니는 금속 오브제를 이용해 종이에 압력을 주어 인쇄하는 등 기발하고 독창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구현해냅니다. 하루에 단 한 가지 색깔만을 인쇄하고 잉크가 다 마른 다음 날 그 위에 새로운 패턴을 덮는 등 섬세한 작가적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작업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의 프린트 작업은 버려진 금속 오브제를 이용하여 종이에 모양 그대로 인쇄한 작업인데요, 작고 여러 형태의 금속 물체를 프린트하여 걸어놓은 작업을 보면, 금속의 차가운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기까지 합니다. 금속에까지 감수성을 불어넣은 마르턴스가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Time

<Time Difference Between Amsterdam and Seoul>

다음은 마르턴스의 시리즈 작업이자 신작으로, 플랫폼엘의 커미션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암스테르담과 서울의 시차 8시간을 암시하는 본 작품은 <OASE>와 기타 작업물에서 보여준 작가의 인쇄 매체에 대한 모티브와 함께 옵 아트(Optical Art)에 대한 작가의 환상을 상기시킵니다. 가로 9m에 달하는 이 작품은 작가가 느끼는 암스테르담의 작업실과 작품이 만들어지고 보여지는 서울 플랫폼엘의 갤러리 공간 사이의 물리적, 문화적 거리를 수학적이면서도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Three Times>

이어서 <Three Times>라는 작품인데요, 역시 키네틱 시리즈 작업물로 <Time Difference Between Amsterdam and Seoul>에 비해 보다 직관적으로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작업입니다. 시, 분, 초를 나타내는 원형판이 반으로 나뉘어 두 가지 색상으로 표현되었는데, 한국에서의 전시를 위해 태극기의 적색과 청색을 참고하여 제작했다고 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래픽 배열이 수없이 다양해지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Karel Martens Studio

3층 공간은 암스테르담 아이 강을 바라보고 있는 마르턴스의 스튜디오 환경을 작품과 함께 재구성한 공간이었습니다. 마르턴스가 평소 수집을 통해 항상 관찰하고 있는 오브젝트들과 인쇄 작업을 위해 실제로 쓰고 있는 갖가지 물건들을 벽에 붙어있는 사진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Karel Martens Studio


그리고 옆 공간에는 그가 디자인했던 동전, 전화카드들이 진열되어있었습니다. 전화카드가 이렇게 이쁠일인가 싶을 정도로 예쁘네요. :) 




Colours on the beach

이 작업은 프랑스의 북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르 아브르(Le Havre)가 도시 탄생 500년 예술축제를 위해 만든 것인데요. 마르텐스는 아브르 해변과 그 지역의 독특한 풍경을 이루고 있는 해변의 흰 캐빈들을 암호화된 리듬으로 색채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6개의 다른 폭으로 10개의 색채를 사용했는데, 작가는 이를 일종의 안무적 파노라마라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색채 구성은 캐빈이라는 건축적인 그리드에 컬러 줄무늬를 배열한다는 단순한 원칙에 기반합니다. 


Colours on the beach의 암호

이 작품은 전시의 처음과 끝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처음 플랫폼엘에 방문했을 때 1층 입구에서 봤던 캐빈의 모습입니다. 이 작업은 1517년 프랑수아 1세가 도시건설 당시 제정한 법령에 근거하여 현대 암호 해독법을 적용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색의 배열이나 구성에도 본인만의 알고리즘을 만들어 시적인 시각예술로 표현하는 것이 흥미롭네요. 



끝나고 연결되는 샵에서는 카럴 마르턴스의 작업 컨셉을 활용하여, 사진을 찍고 프린트를 해주는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그냥 기하학적인 패턴이 가득한 종이인데 멀리 놓고 보면 누가 누군지 다 알겠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다들 챙겨가겠다고 독사진도 한 장씩 남기고 크리데이는 마무리되었습니다 :) 




크리데이를 마치며 - 


지금까지 <카럴 마르턴스 : 스틸무빙> 전시의 작품들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일상 속 물건에서부터 영감을 얻는 모습, 디자인을 하면서 본인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과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마르텐스 작품들을 통해 눈과 머리가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크리에이티브한 감성 충전하고 왔네요. 


그럼 다음 크리데이를 기대해주세요!






- 작품 소개 출처

https://www.platform-l.org/exhibition/detail?exhibitionNo=289

https://m.blog.naver.com/djungle/221376098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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