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아트의 황제 <케니 샤프, 슈퍼팝 유니버스> 전시 관람
제법 추워진 가을 끝자락, 저희 디자인 크루는 잠실 롯데월드타워 내에 위치한 롯데뮤지엄에 다녀왔습니다.
가을날에 흐드러지게 날리는 낙엽만큼이나 자유로운 팝 아트의 황제 케니 샤프가 만든 환상적인 세계를 경험하고 왔는데요. 급속도로 발전한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주로 공상과학만화의 캐릭터와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시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펼친 케니 샤프는 앤디 워홀, 키스 해링, 바스키아와 함께 팝아트의 전성기를 이끌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아티스트입니다. 이번 한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그의 작품을 총망라하는 회화, 조각, 드로잉, 비디오, 사진 자료 등 10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되어 볼거리도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내년 3월 3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니 여유롭게 다녀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 Cre-Day : Creative Day
크리데이는 사무실을 벗어나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방문, 전시 관람 등 문화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디자이너로서 트렌디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 시간입니다.
케니 샤프, 슈퍼팝 유니버스
기간 : 2018.10.03 (수) ~ 2019.03.03 (일)
장소 : 롯데뮤지엄 (롯데월드타워 7층 / 에비뉴엘 6층)
오픈 시간 : 월~목 10:30~20:00 / 금~일 10:30~20:30
티켓 : 성인 13,000원 / 청소년 10,000원 / 어린이 7,000원
티켓 할인 TIP!
1. LMoA 온라인 회원이거나 송파구민은 2천원 할인!
2. 직장인인 경우 평일 오후 6시 이후 사원증 제시 시 3천원 할인!
3. 문화가 있는 날 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전시 입장비가 5천원!
그에 대해 알고 있나요?
1958년 11월 23일 미국 LA 할리우드에서 태어난 케니 샤프(Kenny Scharf).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앤디 워홀의 작품세계를 공부했고, 1978년 뉴욕으로 이사 후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에 들어가면서 키스 해링, 장 미쉘 바스키아와 만나 클럽 57을 오픈했습니다. 이들은 함께 거리에 그래피티를 남기고 퍼포먼스와 실험을 즐기면서 뉴욕 미술계에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앤디 워홀의 찬사를 받으며 뉴욕의 이스트 빌리지에서 자신들의 꿈을 펼치던 이들은 세계적인 주목을 끌며 미술계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게 됩니다.
클럽 57의 핵심은 '모든 것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시장을 들어서자 네온사인의 조명이 화려하게 비친 클럽 57의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클럽 57은 케니 샤프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이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곳이었습니다. 1978년 세인트 마크 플레이스 근처 교회 지하실을 개조해서 만든 것으로 매일 밤 새로운 예술을 갈망하는 젊은 작가들이 파티를 열었습니다. 케니 샤프는 물론 키스 해링, 바스키아, 존 섹스 등이 다양한 공연과 전시, 파티를 기획한 곳이기도 합니다.
핵폭발의 재앙에서 탈출한 유일한 사람은 에스텔 단 한 명입니다!
이 순간에 떠나다니! 이제 에스텔은 이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곳에서 유영하며
영원한 휴가를 즐기고 있습니다!
케니 샤프의 첫 전시인 <DEATH OF ESTELLE>의 설명 중에서
케니 샤프는 CLUB 57에서 만난 예술가 조이 아리아스(Joey Arias)가 백화점 매장에 전시할 작품을 그려달라고 요청이 와서 탄생한 것이 바로 <Death of Estelle>이며 이 전시는 케니 샤프의 첫 번째 뉴욕 전시로 기록됩니다. 라틴어로 별을 의미하는 'Estelle'과 우주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의 작품으로 에스텔의 패션은 50-60년대 우주시대와 미래주의에 대한 그의 향수와 열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는 케니 샤프가 처음으로 CLUB 57 밖으로 나와 대중에게 자신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작품 전반에 흐르는 철학을 보여주는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지구의 종말... 은 내가 하는 모든 작업 속에 깊이 내재되어 있다
케니 샤프가 직면한 현실은 경제공황으로 인한 경제 침체와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시기였습니다. 1979년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고로 핵전쟁과 환경 파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1981년에는 전 세계에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한 AIDS 역시 세기말 지구 종말의 모습을 보여주는 공포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케니 샤프는 핵폭발에 의해 지구가 멸망한 그 이후의 모습을 우주에 사는 가족 젯스톤 시리즈를 통해 보여줍니다. 현실의 고민을 과거와 미래의 만화 캐릭터로 표현하고, 이로 인해 초현실적인 현실을 만드는 그의 화면에서 표면은 유머러스하고 내면은 진지합니다.
사람들은 만화 캐릭터가 등장하는 내 그림을 보고
'재밌네, 애들 방에 걸어야겠어.'라고 말한다. 그동안 늘 이 말이 하고 싶었다.
'잠시만요. 이 그림에는 보기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케니 샤프는 그가 집중했던 만화 캐릭터와 다른 새로운 작품을 제작합니다. 그는 이러한 작품들을 'Super Pop'이라는 용어로 설명합니다. 소비사회와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 대한 수많은 고민과 재해석을 통해 슈퍼 팝 시리즈를 창조합니다. 작가는 '슈퍼 팝은 기존의 팝 아트에 전기충격을 가해 최고치의 출력을 끌어낸 것이며 내가 경험한 모든 미술 사조, 초현실주의는 물론이고 1950년대의 추상표현주의와 1960년대의 팝아트, 1970년대의 미니멀리즘 등이 내화되어 끌어올라 토해낸 것'이라고 말합니다.
도넛은 자본주의와 소비주의가 대중에게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대상이다.
우주 공간에 거대한 도넛과 핫도그가 떠 있습니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이 그림들은 가장 미국적인 음식 도넛과 핫도그를 주제로 한 케니 샤프의 대표작들입니다. 그에게 도넛은 곧 미국인데요. 그는 도넛을 통해 가장 미국적인 정서, 즉 미국 중심의 소비주의와 자본주의에 근거한 아메리칸드림을 표현합니다. 케니 샤프는 물질주의 삶이 주는 거부할 수 없는 화려함과 그 이면에 숨겨진 잔혹한 인간성이라는 양가적인 측면을 도넛 시리즈를 통해 표현합니다. 또한 작가는 우주가 도넛 모양처럼 생겼다는 이른바 '도넛 이론'에서 그 공통점을 찾아냈다. 우주로 로켓을 발사하는 시기를 보낸 케니 샤프는 도넛과 우주라는 상징적인 주제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있습니다.
내 작품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난 그저 사람들이 작품에서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케니 샤프는 작업 초기부터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버려진 것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했는데, 작가 특유의 유머로 커스터마이징 된 제품들은 저마다의 얼굴을 갖고 있는 의인화된 인격체로 재탄생됩니다. 작은 시계, 라디오, 전화기부터 시작해 의자, 침대, 자동차까지 새롭게 작품화됩니다. 실제로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자동차를 스프레이로 커스터마이징 하는 프로젝트는 실생활과 예술을 접합시키는, 예술로 삶을 재미있게 만들고자 하는 그의 세계관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순간 TV 뒷면에서 얼굴을 보았다. 그 얼굴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물에 담긴 얼굴을 그리고 의인화하는 과정은 그저 내 눈에 항상 보이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BAX>는 케니 샤프가 2016년에 공개한 새로운 형태의 커스터마이징 작업입니다. 이 시리즈의 주요 소재는 버려진 구식 TV의 뒷면입니다. 오래된 텔레비전을 수거한 후 뒷면에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강렬한 표정을 지닌 다양한 얼굴들을 완성했습니다.
예술에서 필요한 단 한 가지를 꼽으라면,
반항 정신.
블롭 시리즈는 작가의 우연적인 의식의 흐름과 독특한 캐릭터, 그리고 그 유기체적 형태들이 서로 얽혀 전달하는 각양각색의 감정들이 만나 이루어지는 시리즈입니다. 작가는 추상적인 형태와 구상적 얼굴들을 결합하여 우리가 매일 느끼는 기분과 감정의 변화를 극대화시킵니다. 만화에서 시작된 캐릭터들과 그의 초현실주의적인 화면, 그리고 그라피티적인 요소가 혼합되어 있는 블롭에서 우리는 작가 특규의 기괴하면서도 유쾌한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태양 에너지만이 우리의 희망이다.
케니 샤프는 1980년대 초 브라질을 여행하면서부터 정글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이국적인 열대 우림에 매료된 케니 샤프는 실재하는 초현실의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을 작품으로 표현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자연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고 이후보다 적극적으로 환경에 대한 실질적인 목소리를 담은 정글 시리즈를 제작하게 됩니다.
모든 것은 나에게 얼굴, 표정으로 보인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보든 얼굴을 찾아낼 수 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들이 벽면에 가득한데요. 케니 샤프는 만화적 얼굴들로 내면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만화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과 우주가족 젯슨에서 시작된 케니 샤프의 캐릭터 얼굴들은 동그란 눈, 주먹코, 큰 입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고 과장되어 있는 표정은 보는 사람들에게 더 직접적으로 다양한 감정을 전달합니다. 작품을 보며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 이것이 케니 샤프가 말하는 얼굴의 가치 즉 'Face Value'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엔 무엇을 그릴까? 더 새롭고, 더 현대적이고, 더 재미있는 것!
케니 샤프는 미국의 카툰 네트웍스 스튜디오와 함께 <The Groovenians>을 제작합니다. 책임 제작사, 케니 샤프가 스토리를 쓰고 그림을 그린 이 만화영화는 2002년 11월 10일 카툰 네트워크의 심야 프로그램, 'Adult Swim'에서 처음 방영되었습니다.
케니 샤프는 일찍부터 핵폭발로 인한 지구 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작품은 핵폭발의 장면에 작가 특유의 유쾌함을 담아 피크닉 테이블과 의자로 제작한 것입니다. 폭발할 때 나오는 위협적인 버섯 구름은 핑크색의 귀여운 얼굴을 가진 생명체로 재탄생했습니다. 전 세계 마지막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케니 샤프의 <피 카붐>은 더 큰 의미를 생성합니다. 핵개발과 전쟁의 위협의 한가운데 있지만 이것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이 작품은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줍니다.
예술과 즐거움이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오늘날까지 존재하는 문제하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즐거움 속에서 고통스러운 일들이 별로 없을 때, 많은 사람들은 당신을 진지한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예술이 모든 이들의 일상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미술관이나 갤러리 벽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당연하게 생각하며 넘어서지 못하는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을 탈출하게 하는 예술의 잠재력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케니 샤프 (1958~ )
팝아트라는 거대한 시각문화 속에서 케니 샤프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재조명하고 일상을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통해 잠시나마 만화 속으로 뛰어든 것처럼 유쾌한 전시였습니다. 현대 사회에 대한 절망과 경고의 메시지를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 있게 표현하는 작가의 해학적 요소가 돋보였던 전시였습니다. 화려한 색감을 보고 나니 자극도 되고 리프레쉬도 하며 머리를 식힐 수 있었는데요. 여러분들도 이 글을 읽고 꼭 한 번 발걸음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그럼 다음 크리데이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