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lon Design Apr 05. 2019

디자인 Cre-day: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내 마음 속 하얀 종이를 채우는 시간

하얀 종이를 보면,
꼭 그려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나에게 드로잉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디뮤지엄에 도착하면 현대 추상화의 거장 엘스워스 켈리의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하얀 종이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지녔던, 지금은 디자인을 사랑하는 필자의 마음을 여전히 설레게 합니다. 하얀 종이가 갖고있는 상징성과 무한한 가능성은 저 뿐만 아닌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겠죠? 멜론 디자이너가 크리데이로 접한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전시 관람기를 몇 줄 적어봅니다.


* Cre-Day: Creative Day
크리데이는 사무실을 벗어나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방문, 전시 관람 등 문화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디자이너로서 트렌디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 시간입니다.



드로잉, 모든 것의 시작 - 엄유정

담담하고 묵직하게 작가가 느낀 일상을 담아냅니다. 선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표현하네요. 대담하게 그려낸 선이 주는 느낌이 마음에 들어 오랫동안 바라봤습니다. 전시를 다녀온 후로도 엄유정 작가의 작품은 마음에 유난히 잔잔하게 남더라고요. 장면을 가득 비우는 흰 여백에 그린 담백한 선이 마음을 울리는 것이 가능하네요.


너와 함께 나누려했던 것.
더운 여름날, 시리도록 겪고 싶었던 소박한 즐거움.
결국 나누지 못한 우리의
쌍쌍바.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며 마음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봅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할때면, 저마다의 해석으로 내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엄유정 작가의 작품에 빗대어 동그라미, 네모, 딱딱한 선 위주로 디자인 하는 걸 벗어나 자유로운 라인으로 만들어낸 UI는 어떨지도 상상해봅니다. 자연스레 5년 후의 UI 디자인 트렌드는 어떨지도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좋은 그림은 시간이 지나도 멋지다고 여기게 되는데, 현재 좋은 UI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멋지다고 여겨질까요, 촌스럽다 여겨질까요?

약 8년전 사용했던 아이폰4의 남색 그라데이션 팝업, 12년 전쯤 유행했던 아쿠아 버튼 등을 떠올려봅니다.

UI 디자인은 유난히도 트렌드에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사무실을 벗어나 크리데이에 오는 날이면, 작품 앞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할 기회가 생겨 좋습니다.



맘에 쏙 든 정보 디자인

이번 전시에서 만난 일러스트들 만큼이나 제 마음을 사로잡은 건 정보 디자인이었어요.

드로잉 느낌 물씬 나는 전시장 안내도가 탐험심을 자극하네요. 폰트 선택도 마음에 듭니다.
Untitled도 이렇게 써놓으니 있어빌리티

벽에 높이 걸려있는 작품은 바로 옆에 정보를 적는다면 볼 수 없는데, 작품의 비율과 배치 그대로 그려 설명을 달아놔 한 눈에 보기 좋네요.

벽에 나란히 걸린 작품 40개의 제목을 간결하게 설명해주네요.

맘에 들어요. 응용해서 저희집 주방 조리도구 배치도를 디자인해 벽에 붙여보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업무 공간에 뽑아 걸어놓으면 유용한 정보 디자인이 뭐가 있을까요? 종이 한 장으로 제가 생활하는 공간에 포인트를 주고 싶어졌어요. 디자이너가 머무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엿볼 수 있게.



다채로운 색으로 전달하는 따듯한 시선 - 오아물 루

돈 주고 사서 집에 걸고 싶은 그림이네요.
작품 위에 작품을 겹치는 레이아웃이 신선합니다.

오아물 루의 작품은 자연과 인물을 아름답게 담아냈더라고요. 이 전시에서 이 작가의 그림들이 유난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작가의 그림은 집에 걸고 싶었어요. 갖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그림, 멋지지 않나요? 저도 제 그림을 집에 걸고싶단 생각이 들어, 가슴이 뜨거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각양각색 감성의 작품들

이 밖에도 영감을 주는 멋진 작품들이 너무 많아서, 몇 가지 소개합니다. 우측에는 각 작품의 작가 이름을 표시했습니다.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보는 이를 몽상하게 합니다 - 람한
한 눈에 작가의 작품임을 보여주는 독창적인 색의 사용이 매력적 - 람한
2층 전시장으로 올라가는 계단마저 몽환적인 분위기로 사로잡았죠 - 람한
선을 겹쳐 표현하는 방식이 생각 이상으로 단단하고 개성이 뚜렷하네요 - 피에르 르탕
실물일까요 그림일까요? 저도 저희집 의자에 한 번... - 피에르 르탕
움직이는 그림. 한 장면을 세가지 뷰로 동시에 바라봅니다 - 김영준
내 이름을 입력해보면, 문자를 그림으로 재창조한 그림이 만들어집니다 - 조규형
오늘부터 제 이름은 이 그림으로 말해보겠습니다 - 조규형
반짝이는 소재에 에로틱함을 느끼는 메탈덕후 작가의 섹시한 그녀 - 하지메 소라야마
고독을 담담히 서정적으로 풀어내 보는 제 마음이 시리네요 - 쥘리에트 비네
몇 년 전 유행했던 컬러링 스케치북이 떠올랐습니다. 집중해 색칠하다보면 무념무상 장수할 것 같아요 - 케이티 스콧
케이티 스콧의 일러스트에 모션을 합치니 분위기 깡패에요. (feat. 함께했던 크루)



한 전시를 완성하기 위해

작품에 집중하다 한 발자국 뒤에 떨어져 전시장을 살펴보면, 곳곳에서 몰입도를 높이고 주제를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느껴지더라고요. 건축가, 디자이너, 빛을 다루는 이, 사운드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음이 보입니다. 알고보니 전시공간에 전문 조향사들이 제작한 향도 쓰였다고 하네요. 눈만 즐거운 지 알았는데 코도 즐거웠네요. 공감각적인 전시를 즐길 수 있어 제 오감이 즐거웠습니다.




마치며

세계 각지에서 주목 받는 16 작가들의 독창적인 감성을 만날 수 있어 만족스러웠어요. 디뮤지엄에 방문하시면 그들의 350여점에 달하는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답니다. 분명 여러분도 즐거우실 거예요. 저도 하얀 종이에 제 생각을 깊게 담아내보고 싶어지는, 마음의 양식을 채운 시간이었어요.


그럼, 다음 크리데이를 기대해주세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