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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Design Jun 19. 2020

[집콕랜선 감상] 앱스트랙트:디자인의 미학 네리 옥스만

열린 사고를 가져다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종종 타 분야 디자이너의 철학, 일하는 방식 등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할 때가 있죠? 요즘 같은 언택트 시기, 집에서도 그런 멋진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는 방법,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를 하나 소개합니다.




앱스트랙트: 디자인의 미학

네리 옥스만


제가 감상한 시즌2에서는 건축&예술, 바이오, 패션, 놀이, UX, 타이포그래피 6가지 분야 전문가의 디자인 철학과 문화, 사회에 미치는 영향 이야기를 다룹니다. 모두 매력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한데, 그중에서 오늘은 유독 흥미롭게 본 '네리 옥스만: 자연을 품은 건축'을 가볍게 다뤄보겠습니다.


네리 옥스만 (Neri Oxman) / 출처 Form Finding Lab


네리 옥스만은 예술, 디자인, 과학, 기술을 섭렵해 새로운 길을 보여주기 위해 앞장섭니다. 의사가 되려고 공부했고, 건축가가 되려고 수련했고, 지금은 자연을 활용한 신소재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적용시켜 예술, 디자인, 과학, 기술의 미래를 연구하는 MIT 교수로 일합니다.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한 데 모여 시너지를 내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어떤 길을 걸어왔던지, 돌아왔던지, 그것들이 모여 우리에게 시너지를 줄 수 있단 생각의 들었어요. 네리는 아인슈타인의 명언에 빗대, 자신을 표현합니다.


인생을 사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
기적은 없는 것처럼 살거나
모든 것이 기적이란 듯 사는 것이다.


자연을 위한, 자연을 이용한, 자연에 의한 신소재를 만들어 의상부터 건축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미래를 나아가는 게 네리 디자인의 핵심입니다. 환경문제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끊임없는 관심과 연구, 실행이 필요한 이 시대에 중요한 존재라 생각됩니다.




MIT 미디어랩의 연구


MIT 미디어랩 공간 / 출처 MIT Media Lab


네리는 MIT 미디어랩 내의 '미디에이티드 매터'를 이끌고 있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로 두 명씩 구성했습니다. 재료 과학자, 생물학자, 그래픽 디자이너, 생체의료 공학자, 제품 디자이너, 컴퓨터학자, 인공생명, 신경과학, 건축가, 기계공학 모두 모여 이젠 서로가 모든 걸 함께 해냅니다. 서로의 전문 영역을 깊게 넓혀가며 시너지를 내기 좋은 구조라 생각되네요.


일반적으로 예술은 표현, 과학은 탐구, 엔지니어링은 연구, 디자인은 소통을 위한 것이죠. 모두 계속 다른 영역으로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한 영역의 투입이 다른 영역의 산출이 되죠. 과학은 정보를 지식으로 변환합니다. 엔지니어링은 지식을 유용성으로 전환해요. 디자인은 유용성을 문화 행동과 맥락으로 전환하죠. 그러면 예술이 문화 행동을 받아들여 세상을 향한 인간의 통찰력에 의문을 던집니다.


여기서 잠깐, MIT 미디어랩 설립 시기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잠깐 들려드릴게요.

1985년, 예술과 과학과 엔지니어링을 심도 있게 다루는 연구소가 없었던 시절. 건축가 니컬러스 네그로폰테는 MIT 미디어랩을 창설해 그들을 융합해 연구합니다. 당시엔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연구만 진행했습니다. 최초의 평판 디스플레이를 만들어 묵살당하고, 디스플레이를 터치하는 터치스크린을 만들자 사람들이 한심하다고 했습니다. 지금 보면 참 재밌는 이야기죠? 이렇게 그들은 미래를 내다보며 현재는 당연한 듯 일상에 스며든 기술들을 만들어왔습니다. 미디어랩의 생각은 최소한 50년에서 100년을 내다봐야 합니다. 현대에 적용할 수 있는 걸 만든다면 이미 너무 늦었죠.




주요 작품


아구아오하

Aguahoja / 출처 MEDIATED MATTER

오랜 연구 끝에 부식하는 디자인을 찾아냅니다. 카제인은 우유 단백질로 생분해성이 있지만 콘크리트만큼 견고한 물질입니다. 부식해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연구팀의 발상에 부합합니다. 생체적합성에 맞는 디자인을 하고, 갑각류에서 발견되는 키틴, 레몬이나 사과 껍질에 있는 펙틴을 소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플라스틱의 사용을 완전히 배제하는 데 의미를 둡니다.



실크 파빌리온

2013 Silk Pavilion / 출처 MEDIATED MATTER


언젠가는 기술이 상상을 따라잡아요.
그러니까 상상에는 책임이 뒤따르죠.


실크 파빌리온은 누에 6500마리가 지은 건축입니다. 자연의 방식과 일치하는 대안적 형태의 건축 방식을 탐구하고, 조립이 아니라 생장하는 새로운 방식의 건축을 이뤄냅니다. 같이 생존하고 같이 직조하는 방식을 찾아낸 방향성에 감탄이 나옵니다.



VESPERS

2016 VESPERS / 출처: BusinessWire - Tom Ross

네리는 프로젝트가 현대미술관 아트리움과 네이처, 사이언스지 표지에 동시에 등장하도록 준비합니다.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 해야만 한다는 신념으로요.



GLASS 2

2017 GLASS 2 / 출처: Andy Ryan

GLASS 연구에선 유리를 소재로 하는 프린터 개발에 성공합니다. 정교한 유리 프린팅 작품을 만들어 밀라노 디자인 워크에 출품하기도 하죠. 그들이 맡았던 연구 중 기술의 창조와 무관한 건 없습니다. 외부에서는 "이런 실용성 없는 걸 굳이 왜 만들지?"라고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유리 인쇄에 성공하면 광학 렌즈를 만들어 건물 외벽을 통과하는 태양 에너지를 조절하는 방법을 얻게 됩니다. 건축의 규모에 적용할 만한 기술을 마침내 찾아내는 것이죠. 인쇄 유리로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어요. 연구 과정에서 얻은 기술과 목표에 맞는 디자인으로, 일상을 좌우하는 무언가를 얻게 됩니다.


터무니없는 발상이라도
상상을 풀어가는 과정에
아이디어, 계획, 발견이 무궁무진하다면
실패하더라도 아무 걱정이 없어요.



그럼에도 그 뒷면엔 힘든 고충이 있습니다. "이게 왜 실용적이지? 왜 유용하지? 여기에 왜 돈을 대야 해? 이 디자인이 왜 가치 있어? 이 예술이 어째서 가치 있지?"라는 수많은 비판들을 겪었죠. 올바른 길 그 이상을 벗어난 것을 추진하려면 엄청난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폭풍의 눈은 언제나 고요하죠.
제 가장 큰 목표는 우리 팀을 보호해서
폭풍의 눈 한가운데를 벗어나지 않게 하는 겁니다.




마치며


대담한 시도, 변화를 위한 도전, 디자인과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철학이 마음에 드는 멋진 이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문제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해결하고, 일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해답을 얻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제가 하고 있는 디자인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맥락이어서 와 닿았습니다. 아이디어 그 이상의 가치를 느끼게 해 준 다큐멘터리였습니다. 미래 세대에 영감을 전하는 디자인, 멋지네요.


넷플릭스 앱스트랙트: 디자인의 미학 시즌2 공식 예고편


제가 본 시즌 2의 모든 이야기가 흥미로웠기에,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계신 분이라면 추천드립니다.

다음에 또 재밌는 이야기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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