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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논 Feb 08. 2023

결정장애 사용자를 위한 UX 디자인 전략

UX CASE STUDY : 힉의 법칙 (힉-하이먼 법칙)

INTRO

사실, '결정장애'라는 용어가 옳은 표현은 아닙니다. 죽느냐 사느냐 결정을 못했던 햄릿의 이름을 딴, '햄릿 증후군'이라는 동의어도 있지만, '결정장애'라는 단어만큼, 한 방에 강력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용어가 아니기에 본 글의 제목과 내용에 '결정장애'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사람들을 일컬어 '결정장애'라고 부른다. 현대사회에 유달리 많이 보이는 이 결정장애 증상에 대한 원인은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어릴 때부터 시작된 부모의 과잉보호 때문이다, 현대인들이 나약해서 그렇다, 세상에 결정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은 탓이다 등등. 각기 다른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선택을 해야 하는
'사용자'에게 잘못을 묻는다.

하지만 이게 과연 사용자의 문제일까?



아래 피자 메뉴판 사진을 보라.


Author/Copyright holder: Schnäggli. Copyright terms and licence: CC BY-SA 3.0



단 한 번의 선택 기회만 주어진다면, 과연 1분 안에 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빠르게 선택을 하더라도 만족할 수 있을까?


피자를 고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고 나면, 결정장애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탓하지 못할 것이다.




겨우 2가지의 선택 옵션이 주어져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


위의 두 가지 상황도 '피자 메뉴'처럼 겨우 한 끼 식사 메뉴를 고르는 일이다. 심지어 더 단순해졌다. 단 2가지 옵션만 있으니. 그럼에도 선택을 하는 사람은 혼란스러워한다.


인간은 원래 그렇다. 선택의 수가 늘어나면 (그게 단지 2개일지라도) 결정을 하지 못한다.


인간이 이렇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심리학자가 William Edmund Hick과 Ray Hyman이다. 그리고 이 법칙을 심리학자 둘의 이름을 따서 Hick's Law(힉의 법칙) 혹은 Hick-Hyman's Law(힉-하이먼 법칙)이라고 부른다.






Hick's Law (=Hick-Hyman's Law)

힉의 법칙(힉-하이먼 법칙)은 인간이 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되는 시간과 에너지가 옵션의 개수에 따라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물론, 사용자마다 증가율의 차이가 있긴 하다. 아래 그래프처럼.








▣ UX에 Hick's Law 적용하기


사용자가 결정을 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선택 옵션의 개수를 최소화하여 제공한다.



출처 : https://marvelapp.com/blog/psychology-principles-every-uiux-designer-needs-know/



Hick's Law를 적용한 UX를 간단하게 말하면 위 이미지와 같다.


9가지의 선택 옵션이 주어졌을 때, 그걸 한 번에 다 보여주는 건 사용자가 선택을 하기 가장 어려운 UI다.(HARD) 보여주는 칸을 줄여서 한 번에 3-4가지만 보이게끔, 만든 UI는 선택하기 조금 더 쉽다. (EASIER) 그러나, 사용자의 선택을 가장 쉽게 만들어주는 건, 역시 선택옵션을 9개가 아닌, 4개로 줄이는 것이다. (EASIEST)








Hick's Law와 항상 같이 묶이는 이론 3가지가 있다. 모두 '과하지 않은 (적은) 선택 옵션의 개수'를 강조한다.


Choice Overload Effect

 선택 과부하 효과  적당한 개수의 선택지가 매출을 증가시킨다.


여기서 말하는 '적당한 개수'란, 상황마다 달라질 수 있지만 항상 '보다 적은', '최소화된' 수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연구 사례가 있다.



► 컬럼비아 대학교의 '잼 샘플 부스' 연구

'잼 샘플'을 맛보기로 제공한 후, '잼'을 판매하는 부스를 설치하여 관찰한 실험으로, '잼 개수'에 차이를 두어 2번 진행되었다.

- A 상황 : 24개 종류의 잼 샘플
- B 상황 : 6개 종류의 잼 샘플

결과는 다음과 같다.

- A 상황 : 고객의 60%가 잼 샘플을 받기 위해 들렀고 이 중 3%가 실제로 잼을 구매했다.
- B 상황 : 40%만이 잼 샘플을 받기 위해 들렀지만, 이 중 30%가 실제로 잼을 구매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알 수 있다. 선택지가 많으면 고객의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실제 구매 전환율을 높이려면 선택지를 적당하게 (적게, 그렇지만 충분하게)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The Paradox of Choice

 선택의 역설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것은 고객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지만, 그 개수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고객의 행복도는 감소한다.


책 [The Paradox of Choice]의 저자 Barry Schwartz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대안의 매력적인 특징을 상상할 수 있는 한, 우리가 선택한 대안에 대한 만족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양한 선택지는 우리의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든다.


출처 : https://blog.doist.com/analysis-paralysis-productivity/


위 그래프에서 hapiness가 낮아지기 시작하는 지점이 '너무 많은 선택지'로 분류되는 지점이다. 이때 사용자가 느끼는 감정은 2개가 있다.


1) 불안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는 정신적 괴로움의 원인

2) 실망 선택지가 많을수록 실망할 가능성이 높음



너무 많은 선택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사용자가 어떤 선택을 해버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경제학자 Herman Simon은 의사결정 스타일을 2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는데, 이 중 후자(Maximizers)의 삶의 만족도, 행복도, 자존감 등이 전자(Satisficers) 보다 현저히 낮다고 한다.


1) Satisficers (만족하는 사람) 완벽한 결정보다 괜찮은 결정(OK Decision)을 추구한다. 주어진 모든 정보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에 더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2) Maximizers (맥시멀리스트) 최선의 결정을 추구한다. 가능한 모든 옵션을 심사숙고하여 검토를 마칠 때까지 선택할 수 없는, 선택 완벽주의자들이다.


여기까지 봤을 때, 사용자의 의사결정 스타일에 따라서 '결정장애'가 생기고, 선택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Maximizer 사용자라도 디자이너가 UX를 어떻게 디자인하는지에 따라 그 불안감과 실망감을 낮춰줄 수 있다. 즉, 선택지의 개수를 최소화하여 만족도를 높여주는 건 여전히 디자이너의 영역인 것이다.





KISS (Keep It Short and Simple / Keep It Simple, Stupid)

 간단하고 알기 쉽게, 바보 같을 정도로 단순하게


1960년 미국 해군이 고안한 디자인 원리로, 최대한 간단하고 단순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UX Writing을 비롯한 UI/UX 디자인 분야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밍 등 개발자들도 적용할 수 있다.



KISS 원리는 힉의 법칙, 선택 과부하 효과, 선택의 역설 이론과 함께 선택지의 옵션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대표 사례 1

 단일 메뉴 식당  


우리를 결정장애로 가장 많이 만드는 상황, 식사 메뉴 고르기.


이를 알아챈 식당들은 사용자 경험 디자인 전략을 바꿨다. 1개의 메뉴로 선택지를 통일시키는 것이다. 외식업계의 대장, 백종원 대표가 '단일 메뉴 하라'는 책을 낼 정도로 사용자 경험에 있어서 선택지를 최소화하는 건 중요하다. 오른쪽 이미지는 구글에 '단일 메뉴'를 검색하면 나오는 결과인데, 단일 메뉴 맛집만 모아 놓은 콘텐츠도 많이 보인다. 메뉴 선택을 어려워하는 사용자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대표 사례 2

 애플TV 리모컨  



전통적인 리모컨 VS 애플티비 리모컨


전통적인 리모컨(왼쪽 이미지)이 너무 많은 옵션으로 인해 사용자를 과부하시켰다면, 애플 리모컨(오른쪽 이미지)은 필수적인 버튼 몇 개만 딱 넣어놨다. 애플답다. 가운데가 2세대 리모컨, 맨 오른쪽이 3세대 리모컨인데 최근 버전은 오히려 버튼이 너무 적어서 불편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위에서 계속 '적당한 선택 옵션 개수'를 강조한 이유다. 최소화하되, 충분해야 한다.



+) 수정

세번째 사진이 2세대 리모컨, 두번째 사진이 3세대 리모컨이다. 즉, 2세대에서 3세대로 업그레이드 할 때, 버튼 개수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기존의 전형적인 TV리모컨을 선호하는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한 업그레이드가 아닐까 싶다. 만약 그런거라면, 이 사례는 사용자가 익숙한 것을 사용할 때 안심한다는 '제이콥의 법칙'에 해당하는 예시이다.


(Jaewon님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수정된 의견을 추가하였습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Jaewon님^^)





︎#대표 사례 3

 개인화 서비스  



개인의 취향을 분석하여 비슷한 책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 (사진 : 밀리의 서재)




► AI가 학습자의 수준을 분석하여 공부해야 하는 토익 문제, 파트를 제공하는 교육서비스 (사진 : 산타토익)


개인화 서비스는 사용자 개개인의 취향과 니즈를 분석하여 그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다. 공통적인 선택 옵션을 모두 제공하여 어떤 걸 선택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일반적인 서비스와 달리, 사용자의 선택 고민을 덜어준다. 최근에는 AI 기술이 발달하여 개인화 서비스가 더욱 흔해졌다.


사용자로 하여금 선택을 쉽게 하도록 도와주니, 개인화 서비스는 무조건 좋은 걸까? 이건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어보고자 한다.







※ DO NOT USE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힉의 법칙은 디지털 서비스뿐만 아니라, 사용자/고객과의 접점이 있는 모든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힉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단 한 가지 예외가 있다.


결정을 하기 위해 광범위한 리서치를 통해 심사숙고가 필요한 의사결정


쉽게 말하면 이런 거다. 고대하던 휴가를 위해 숙소 예약을 해야 할 때, 기념일 데이트를 위한 레스토랑을 선택해야 할 때, 앞으로 다니게 될 대학교를 결정할 때.


이러한 상황만 주의한다면, 어느 서비스든 사용자는 힉의 법칙이 적용된 UX를 환영할 것이다.







이제 힉의 법칙에 대해 알았으니, 결정을 빠르게 내리지 못하고 있는 옆의 친구를 탓하는 대신, 친구를 그렇게 만든 디자이너에게 잘못을 묻자.





내용 출처


https://lawsofux.com/hicks-law/


https://medium.com/choice-hacking/choice-overload-why-simplicity-is-the-key-to-winning-customers-2f8e239eaba6


https://uxplanet.org/design-principles-hicks-law-quick-decision-making-3dcc1b1a0632


https://www.interaction-design.org/literature/article/hick-s-law-making-the-choice-easier-for-users


https://en.wikipedia.org/wiki/KISS_princi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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