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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논 Feb 26. 2023

둔↘둔↘두두두→ 이 노래 뭐야? 하는 심리

UX CASE STUDY : 지식의 저주

둔↘둔↘두두두→ 이 노래 뭐야?
아 그거 있잖아 알지?



이런 질문 받아본 경험,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왜들.. 이러는 걸까? 둔두둔두 하면 우리가 알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물론 세상엔 기묘한 일들이 많아, 가끔 맞추는 경우도 있긴 하다.


1990년, 이 기묘한 현상을 두고 실험을 한 심리학자가 있었다.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과의 대학원생, Elizabeth Newton의 일명 노래 맞추기 실험이다.


실험 대상자는 두 그룹으로 나눠졌다.

1. 노래의 리듬대로 테이블을 두드리는 사람(Tapper)
2. 리듬을 듣고 노래를 추측하는 사람(Listener)

Tapper들은 "생일 축하합니다"와 같은 잘 알려진 노래만을 골라 리듬대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총 120곡을 연주했고, 실험 결과 Listener 들이 정답을 맞춘 경우는 3번 뿐, 성공률이 2.5%에 그쳤다. 


성공률이 이렇게 낮은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자신의 머릿 속에 있는 리듬대로 테이블을 두드리는 Tapper들은 노래가 너무 뻔해서 듣는 사람들이 당연히 맞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노래를 모르는 Listener들에겐 그저 기이한 모스 부호일 뿐이다.


이 간단한 실험이 증명하고 있는 개념은 오늘 얘기할, '지식의 저주 (The Curse of Knowledge)' 이다.







❑ The Curse of Knowledge

지식의 저주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도 당연히 알 것이라고 추측하여 생기는 인지적 편향이다.


한 마디로(아니 사진 한 장으로) 말하면 이런거다.




지식의 저주에 걸린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해 설명할 때, 주로 그렇다. 전문분야에 대해 설명하는 것, '선생님'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이다.

 



선생님(교수님)이 지식의 저주에 걸려서 그 유명한 '말하는 감자'와 밥 아저씨의 '참 쉽죠?' 짤이 탄생했다. 







❑ 지식의 저주를 극복하는 UX 전략



왼쪽 그림을 보면, 내가 고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영역 중에서 고객들이 실제로 이해하고 있는 부분은 작은 노란 원 크기에 그친다. 지식의 저주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오른쪽 그림은 내가 고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영역과 고객들이 이해한 영역이 일치한다. 이렇게 만드는 것이 바로 UX 디자이너들의 역할이다.




어떻게 하면 오른쪽 그림처럼 지식의 저주를 극복할 수 있을까?





 ❶ 목표 설정 

내가 전하려는 이 메세지를 사용자들이 왜 알아야 할까? 라는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한다.


 ❷ 타겟 설정 

메세지를 받는 사람이 신규 사용자인가, 아니면 기존 사용자인가? 사용자의 유형을 구분하여 전하려는 메세지를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인스타그램 등 SNS 광고와 뉴스레터, 유튜브 등으로 콘텐츠를 전달할 때 타겟에 따라 메세지를 세분화해야 한다. 만약, 메세지를 여러 유형으로 나눌 수 없다면, 다양한 청중을 고려한 하나의 메세지를 작성해야 한다.


 ❸ 전문 용어 사용 금지 

회사 내에서 공유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면, 업계에서만 사용하는 전문 용어는 피해야 한다.


 ❹ 간단하고 명확한 단어 사용 

한국어는 특히, 과도한 한자어 사용을 피해야 한다.


 ❺ 부가 설명 

전문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설명을 추가한다.


 ❻ 비유적 표현 

은유 등 비유적 표현을 적극 활용한다.





위 전략들을 잘 활용하여 지식의 저주를 극복한 사례를 살펴보자.



➜ 대표 사례 1

 카페 메뉴판 

왼쪽 사진 : 직접 촬영 / 오른쪽 사진 : 카페 자우 메뉴판 (출처 : 생각노트)


카페에 갔다가 알쏭달쏭 수수께끼 같은 메뉴 이름 때문에 답답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예시로, 왼쪽 메뉴판을 보면, 이러한 질문이 떠오른다.


'롱 블랙과 아메리카노의 차이가 뭐지?'

'블랙 초코랑 미쉘 카카오는 뭐가 다르지?'

'아이스 와인티랑 제이슨 윈터슨 티는 무슨 맛일까?'


한 두개야 물어볼 수 있지만, 모든 메뉴 이름이 다 저럴 땐, 그냥 아메리카노를 시키게 된다.


반면, 오른쪽 메뉴판은 각 음료의 레시피를 그림으로 그려놨다. 속이 다 시원하다. 


카페 직원들끼리 공유하는 레시피 북이라면 무슨 명칭을 쓰든 상관없다. 근데 메뉴판의 사용 주체는 메뉴에 익숙한 직원들이 아니라 카페 첫 방문 일수도 있는 고객들이다. 그들이 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메뉴판이 제 기능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카페 메뉴판들은 왼쪽 이미지처럼 아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음료 이름들이 나열되어 있으니, 이 얼마나 불친절한 디자인인가.


오른쪽처럼 그림까지는 못 그리더라도 최소한 부가 설명을 덧붙일 수는 있지 않을까? 고객들이 메뉴판만 보고도 어떤 음료인지 알 수 있게 말이다.





➜ 대표 사례 2

 금융기관의 UX Writing 


은행, 증권회사 등의 금융기관들은 지식의 저주에 자주 걸리는 대표 사례다. '핀테크(금융+기술)'의 성장으로 고객들과의 접점은 많아졌는데, 여전히 전문 용어나 한자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토스(Toss)의 경우, 금융기관들의 공식이라고 해도 될 만큼 Ux Writing이 아주 잘 되어 있다.



출처 : bythem.net '사람처럼 말하는 쉬운금융 앱, 토스(TOSS)'
출처 : Toss 공식 블로그
출처 : Toss 공식 블로그
출처 : Toss 공식 블로그


위 예시 이미지에서 알 수 있듯, 토스는 메세지의 전달 목적과 타겟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간단한 단어만을 사용하여 이야기한다. 




➜ 대표 사례 3

 온라인 쇼핑몰 


왼쪽 이미지는 '더현대 서울'의 층별 안내와 홈페이지 카테고리다. 모든 텍스트를 다 영어로 써놓은 것도 모자라서 그들끼리 정한, 그들만의 '테마명'을 층별 안내에 써놓았다. 이와 같은 안내와 메뉴를 보고 사용자는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하얀 것은 배경이고 까만 것은 글자다' 정도?


'더현대 서울'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영어만을 사용한 것과 다르게, 쿠팡의 경우 사용자가 쓰는 언어에 따라 홈페이지 언어를 변경할 수 있도록 옵션을 준다. 이마트 등의 다른 대형마트 온라인 몰이 무조건 한국어 옵션만을 제공하는 것과도 비교할 수 있다. '사내에서 어떤 언어가 디폴트인지' 가 아니라 '사용자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옵션을 제공하는 쿠팡은 지식의 저주를 극복한 사례이다.


 



➜ 대표 사례 4

 전자 기기 


원 글 출처 : https://www.koya-culture.com/mobile/article.html?no=114238


64GB USB를 전문가들끼리 이야기 한다면 빌게이츠처럼 설명해도 된다. 그러나, 일반 사용자들에겐 스티브 잡스의 설명이 훨씬 잘 와닿을 것이다. (실제로 빌게이츠와 스티브잡스가 저렇게 이야기 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평소 연설 방식을 고려했을 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하는 예시일 뿐이다.)


이처럼 스티브 잡스는 비유적 표현의 대가다. 어려운 기술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여 지식의 저주를 극복한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이는 애플이 신제품을 광고하는 방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아이폰14 프로의 디스플레이를 설명할 때, 


 X  2000니트에 달하는 부분 최대 밝기를 자랑하는 Super Retina XDR 디스플레이

 O  찬란 그 자체 : 햇빛 아래에서 최대 2배 더 밝은 디스플레이





아이폰 14 프로의 '자동차 충돌 사고 인식' 첨단 기능을 설명할 때,


 X  새로운 고중력 가속도계가 급가속 및 감속을 최대 256G까지 감지하고 하이 다이내믹 레인지 자이로스코프가 자동차의 갑작스러운 방향 변화를 모니터링

 O  구조 요청이 힘들 때 ‘충돌 감지’ 기능이 대신 해줍니다.





사례들을 살펴보고 나니, 이런 말이 떠오른다.


어리석은 고객은 없다. 멍청한 제품만 있을 뿐.


(원 글)

There are no stupid users, only stupid products.
-Timothy Prestero


지식의 저주에 걸린 멍청한 제품/서비스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목표를 알고 잠재고객을 이해하고 항상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기


결국 UX 디자인의 기본으로 되돌아왔다. 사용자를 이해하고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할 것. 그게 다다.




P.S. 혹시, 제가 지식의 저주에 걸린 상태로 글을 쓰고 있다면, 댓글로 과감하게 찔러주시길..






내용 출처


https://www.themarketingrobin.com/the-curse-of-knowledge/


https://paulgmoss.com/2021/02/20/the-curse-of-know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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