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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론 Dec 03. 2020

토요일 새벽 6시,
막내와 함께하는 자전거 라이딩

막내딸과 아빠의 공통분모 찾기

“얼른 일어나야지? 이러다가 늦겠어”


나가야 하는데 막내는 아직도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리는 지르지 못하고 서두르자는 말을 반복할 뿐이다. 막내딸은 마지못해서 일어나면서 아빠에게 한마디 던진다.


“아빠! 오늘은 안 가면 안 돼?”

“너, 아빠랑 자전거 타고 여행하고 싶다면서, 그럼 체력부터 길러야지”


매주 반복되는 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결국 항상 웃으면서 일어나는 막내는 즐거운 표정으로 나와 함께 집을 나선다.

그렇게 우리 부녀의 주말 라이딩 라이프는 어느새 3년이 되어가고 있다.




막내딸을 9년 동안 키우면서 과연 “내가 앞으로 잘할 수 있을까?” 수 없이 질문을 던졌다. 무럭무럭 자라는 막내를 보며 “공통분모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고 그 공통분모가 바로 “자전거 라이딩”이 차지하게 되었다.


막내딸은 처음부터 자전거 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동네 친구들이 자전거를 탈 때도 늘 구경만 했다. 그러던 막내딸이 자전거를 타보고 싶다고 처음 이야기 꺼낸 계기가 바로 단 둘이 떠난 남해 여행이었다. 자전거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 막내딸이 타보겠다고 하니 약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간신히 네발 자전거를 빌렸다. 처음 타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잘 타는 것이었다. 물론 페달 돌리는 것을 어려워하였지만 몇 번 알려주니 그다음부터는 스스로 타게 되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우리는 자전거를 사러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되었다. 처음으로 구입한 네발 자전거! 이후로 막내딸은 하루에 몇 번씩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우리는 집에서 가까운 공원과 성내천으로 자전거 타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딸과 함께하는 자전거 타기는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우리가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막내딸은 5살 때부터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다녔다. 내가 출근하면 아이를 돌봐 줄 만한 사람이 없었기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12시간 돌봄이 가능하여 무조건 신청을 하게 되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전에는 무조건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걸어서 나들이를 간다. 초반 한 달 정도는 무척 힘들어해서 울기도 했지만 다른 친구들, 언니들, 오빠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항상 곁에서 지켜주는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잘 견뎌 나갔다. 6살이 끝나갈 무렵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남한산성을 등반하는 나들이 계획이 있었다. 과연 “우리 딸이 잘할 수 있을까?” 고민도 했지만 믿어 보기로 했다. 선생님이 보내준 사진과 영상에는 중간중간 올라가는 모습들과 정상에 도착해서 누구보다 해맑게 웃고 있는 딸의 모습이 있었다. 나는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나왔다.



그 이후 막내딸이 7세가 되면서 나는 진지한 얘기를 하게 되었다.


아빠랑 매주 토요일 아침에 같이 라이딩을 하러 갈래?”


막내딸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렇게 하자고 동의하였다. 막내딸도 아빠와 함께 가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해주었다. 7살이 된 3월부터 새벽 6시에 일어나 매주 토요일에는 날씨와 상관없이 무조건 가기로 약속을 하고 첫발을 디디게 되었다. 이때는 이미 네발 자전거가 아닌 두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아빠가 회사 다니는 동안 막내딸은 스스로 놀이터와 집 근처 공원에서 수없이 연습을 했다. 학교 친구들도 같이 도와주었고 가끔은 친구들 부모와 함께 자전거 일주도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딸의 숨은 노력이 아빠와의 라이딩을 가능하게 하였다.


자전거를 같이 탄지 벌써 2년 하고도 절반 이상이 지나가고 있다. 타이어 펑크가 나서 자전거를 끌고 왕복한 경우도 있었고, 브레이크가 고장 나서 경사로에서 멈추지 못해서 내가 몸으로 막은 경우도 있었다. 이제는 아빠를 앞서가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안전이 우선이기에 때로는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봐주며 그렇게 하고 있다. 집에서 가까운 성내천부터 시작한 자전거 여행은 올림픽공원, 잠실, 한강공원을 넘어 미사리와 타 지역 경치 좋은 동네까지 다니고 있다. 막내딸은 편의점 라면을 먹을 수 있는 한강공원을 제일 좋아하지만 말이다.


막내딸은 평일이 매일같이 토요일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토요일을 기다리며 항상 마음이 설렌다고 한다. 금요일에는 항상 스스로 일찍 잠자리에 든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이후 잔병치레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체력은 약한 편이지만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 같아 안쓰러운 마음도 있지만 그런 딸이 이제는 너무나 대견스럽다.


“내가 앞으로 막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나에게 수없이 던지던 질문은 이제 다른 질문으로 채워져 간다.


딸~ 이번 주에는 조금 멀리 양평으로 라이딩 어때?”




내년부터는 조금 더 멀리 도전을 하려고 한다. 아직까지는 아빠 말을 잘 듣는 딸이라 토요일마다 라이딩을 가고 있지만 언제 그만둔다고 할지 모르니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 막내딸과 함께 하는 자전거 투어는 나에게 마른땅을 촉촉이 적셔주는 단비와 같다.



“아빠! 빨리 오지 않고 뭐해?”

“그래! 가고 있으니 천천히 가줄래?”


 나는 오늘도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막내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단비가 촉촉이 젖은 땅 위를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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