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도 많고 할 일도 많다. 그러니까 오늘도 열심히!
요즘 하고 있는 일은 초등학생용 낱말 퍼즐 책 작업이다. 세계여행을 테마로 한 퍼즐 책이 총 5권으로 나올 예정이다. 사실 출판사 내 디자이너가 테마를 잡고 1권을 진행했다는데, 그 디자이너가 퇴사하는 바람에.. 소개를 받고 내가 이어서 진행하게 되었다.
이미 알고 계약하고 진행한 것이라 내가 테마를 바꾼다거나, 전체적인 컨셉을 바꿀 수는 없다. 약간의 정해진 틀 안에서, 작업을 완료해야 하는 일. 쉬우면 쉽고 어려우면 어려울 수 있는 일인데 아무튼, 생각보다 작업량이 된다. 번거로운 작업일 수도 있겠다 싶어 거절할까 하다가 그래도 진행한 이유는 하나, 제법 재미있을 것 같아서.
아이들이 보는 학습지 같은 성격의 책이다 보니, 아주 귀염 뽀짝 한 느낌이 되어야 하는 이번 작업. 메인이 되는 캐릭터와 함께 각 페이지마다 나라별 특징이 담긴 일러스트가 배경으로 들어가야 한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남산타워가 그려진 배경에 캐릭터가 얹힌다거나 하는 그런 작업.
원고가 들어와 본격적으로 작업하기 시작한 며칠 전부터는, 그야말로 랜선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싱가포르에서 카야잼 토스트로 달달한 아침을 먹고 일본의 벚꽃길을 구경하다가 베트남에 가서 쌀국수 한 그릇 먹고, 그다음 중국에 가서 전통 차 한잔을 마시다가 뻥 뚫린 몽골 초원을 보며 눈을 정화시키고 인도네시아 발리 해변에 드러누워 노을을.... 화면으로 느낀다. (참고로 지금 작업은 아시아 편)
아이러니하게도 ‘여행 에세이’라는 장르의 여행책도 만들었으면서 정작 여행을 많이 다녀보진 못했다. 내 책이 작년 2월에 출간되었는데, 그 뒤로 여행을 단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심지어 국내 여행도! 작년엔 이사를 준비하고 이사하느라 여행을 가지 못했고,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계획했던 여행을 취소했다. 2년을 기다린 여행이었는데.
갈 곳이 너무 많다. 그러려면 할 일도 많겠지.
그러니까 오늘도 열심히!
이럴 땐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일이 재미있다니. 역시 디자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 어렵다고 입에 달고 살면서도 재미있어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디자이너가 천직이긴 한가 봐. 다행이다. 자, 그럼 오늘의 글을 마무리 짓고 업무를 시작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