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베풂에, 오늘도 무사히 작업을 해냅니다
디자인 작업에 필요한 모든 것, 디자인을 위한 소스인 ‘사소한 종이 배경 이미지’에서부터 ‘퀄리티 높은 일러스트레이션’까지를 모두 다 커버하는 디자이너는 정말 능력자 중에 능력자다. 모든 그래픽 작업을 다른 이의 손을 빌리지 않고 100% 본인의 창작으로만 해내는 디자이너가 얼마나 될까? 당연히 있긴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 부류에 속하지는 못한다.
회사 생활을 하던 때에는 사내에서 정기결제를 하는 이미지 소스 사이트가 있었다. 사진에서부터 그래픽 소스, 아이콘에 배경용 이미지 등 온갖 것이 다 있는 그 사이트엔 정말 없는 게 없었다. 상업용을 위함이거나 상황상 구현해내지 못하는 그런 것들(해외 배경이거나 아주 아주 복잡한 그래픽 소스 거나)을 대체하기 위함이 주목적이지만 편리함도 있었다.
예를 들어, 가을에 어울리는 다양한 단풍잎 이미지를 잡지 본문 디자인 소스로 써야 한다고 치자. 그럼,
1. 일단 여름에 단풍을 찾아볼 수 없는 노릇이니, 전제조건은 이미 가을이어야 한다.
2. 그다음은 단풍이 많은 장소를 찾아야겠지? 장소를 찾았으면,
3. 거기로 가서 떨어진 단풍들 중 예쁘고 온전한 잎을 찾아내야 한다.
4. 단풍잎을 흰 배경지에 대고 일일이 사진을 찍는다. 흰 배경지에 찍는 이유는,
5. 누끼 작업을 위해서다. 패스 툴로 나뭇잎 한가닥 한가닥을 오려내고 나면,
6. 드디어 가을에 어울리는 다양한 단풍잎 이미지 소스가 생긴다.
대략 6가지의 과정을 통해 하나의 이미지 소스를 만들 수야 있지만, 이 모든 과정을 일일이 해내기엔 시간적 제약이라는 것이 있다. 소스라는 것이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고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맛을 한층 더 도드라지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소스는 소스인 것이다. 메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메인에 버금가는 시간 할애를 하다간 손님이 기다리다 지쳐 가버릴 수도 있단 말이다. 손이 느리다고 생각하는 프리랜서에겐 클라이언트가 더는 일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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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미지 사이트는 필요하다. 하지만 금액적 부담이 너무 크다. 매달 결제해가면서까지 쓰기엔 나에겐 너무 비싸다. 반드시 필요한 어도비 프로그램, 폰트 프로그램 월 결제야 어쩔 수 없지만 어쩌다 가끔 필요한 이미지 사이트까지 월 결제를 하기엔.. 솔직히 부담스럽다.
필요하다고 다 사서 쓸 수 없는 노릇. 그래서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부터는 정말 필요한 이미지가 있는 경우에만 단위별로 이미지를 구매하고, 직접 그리거나 찍는다. 사내 디자이너일 땐 편리하다고 쉽게 받아다 썼던 기본적인 그래픽들도 일일이 그려 버릇하니, 처음엔 힘들었지만 그로 인해 점점 스킬이 늘더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손으로 직접 스케치하고, 그 스케치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옮겨 구현을 해냈을 때의 희열감이란.
아무튼 직접 그림을 그리고, 그래픽 소스를 만들어내는 건 어찌어찌 해도 사진은 한계가 있다. 복잡한 레이아웃 보다 하나의 이미지가 모든 것을 설명해 줄 때. 역시 사진이 주는 힘은 대단하다. 맛깔난 컨셉 사진들. 간단한 연출이 아닌, 드라마틱한 연출이 가미된 컨셉 사진은 내가 직접 찍을 수가 없다. 그런데 ‘언스플래쉬’라는 이미지 공유 사이트에서는 고퀄리티의 사진을 무료로 제공한다. 정말 ‘이게 무료라고?’ 싶을 정도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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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식음료 매장의 각종 메뉴를 휴대폰으로 대충 찍어놓은 사진 이미지들로 페이지를 구성해야 한 적이 있었는데, 기본적인 시점은 물론이거니와 색감이며 구도 전부 정말 엉망이었다. 여러 고충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이 사이트에서 메뉴와 같은 음료 사진을 전부 찾고 합성해서 해당 페이지를 구성했다. 그때 이 사이트의 위용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 뒤로 가끔 컨셉 사진이 필요할 때, 이 사이트를 꼭 둘러본다. 심지어 브런치에 쓴 글과 어울리는 사진을 찾을 때에도. 사진이 아니더라도 가끔 서칭을 하다 보면 어떤 사진을 보고 아이디어가 샘솟기도 한다. 단순 이미지 공유 사이트이지만 적어도 나에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곳이기도 하다.
사이트를 들락거릴 때마다 느낀다.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고퀄리티의 사진을 무료로 공유해주신 다양한 작가님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의 베풂에,
오늘도 무사히 작업을 해냅니다.
고마워요 언스플래쉬(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