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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Sep 27. 2020

밥 한 끼 잘 먹겠다고 일하는 거지 뭐

적어도 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잖아.


 

아침 식사는 잘하지 않는 편이다. 물 한 잔 마시고, 커피 한 잔으로 때우는 게 대부분. 공복에 커피가 안 좋다는 말을 하도 들어서, 그나마 물 한 잔이 추가되었다. 어차피 그게 그건가.. 하지만 주말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남편과 여유 부리며 맞이하는 주말 아침엔 우리 집에서 가장 예쁜 아침 상차림이 펼쳐진다.

한동안 그릇을 사지 않다가 가장 최근에 타원형 접시를 구매했는데, 이후 이 접시는 매주 주말 우리 집 상차림의 메인 그릇이 되었다. 원형 접시보다 훨씬 활용도가 높은 걸 이제 알았지 뭐야. 흰색과 아이보리 중간 즈음의 색상을 띤, 얼핏 보면 밋밋한 이 접시 위로 매주 화려한 색상의 식사 거리가 올라온다.

과일 혹은 샐러드와 함께 어느 날엔 베이글, 어느 날엔 프렌치토스트, 어느 날엔 크루아상. 거기에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 한 잔이면 나름대로 근사한 아침 상차림이 완성된다. 사실 크게 보면 별로 달라지는 것 없는 보통의 서양식(?) 아침 메뉴지만, 나에게 가장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이다.

 


우리만의 근사한, 주말 아침 메뉴



주말을 맞아 한바탕 청소를 마치고, 남편과 함께 동네 산책을 나왔다가 오랜만에 나왔는데 커피나 한 잔 마시자며 한적한 카페에 들어갔다. 커피 두 잔과 스콘을 주문했다. 커피와 스콘이 참 맛있는 카페다. 나갈때 스콘을 포장해갈까 말까 이야기하며 한참 커피를 마시던 중 남편이 말했다. 언제부턴가 우리가 카페에 가면 항상 커피 두 잔을 시키고 있다는 걸 문득 알게 된 순간, 묘한 기분이 든다고. 아, 생각해보니 정말 그러네.

둘이 만나면 커피 한 잔만 시켜놓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대화를 쏟아내며 연애하던 시절이 우리에게 있었다. 두 잔을 시키면 늘 절반이 남았으니까 하나만 시키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사실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하지 못했으리라. 연애에서 결혼을 하고 나서도 한참, 커피 한 잔이 뭐라고 싶지만, 우리는 그 커피 한 잔도 잠시 고민해야 했던 시절을 보냈다.




 

 

여유롭고 행복한 주말 아침 식사 시간을 생각하다가, 누군가에겐 별거 아닐 수도 있는 커피 한 잔 값을 생각하다가, 문득 일하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써 하고 있는 행운을 타고났지만 결국 이 일도 나에겐 아직까지 먹고사는 일을 위함인 셈이다. ‘아직까지’라는 단어엔, 먹고사는 걱정을 하지 않고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오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먹고사는 , 그것을 위한 . 일을 하는 이유는 거창한 것도, 거창할 것도 없다. 그저 여유롭게 커피    마시겠다고,     먹겠다고 일하는 거지 . 소소한 행복을 지켜나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이유다. 조금 힘들고 까다로운 일도,  행복을 위해서라면야. 적어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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