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 고객의 인식을 디자인하는 것

마케팅에서 고객경험의 설계와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

by 소머즈

"여기에 들어간 저의 정성이 얼마나 큰지 아세요?"

"이렇게 매일매일 정성을 들이면 언젠가는 이걸 알아주는 고객이 나타날 거예요!"


많은 브랜드가 흔히 하는 착각이 있다. 바로 브랜드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면 고객들이 저절로 알아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브랜드는 있는 그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경험과 편향에 따라 서로 다르게 읽히기 일쑤다. 고객의 마음속에서 어떻게 인식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내가 하는 브랜딩에서 꽤 중요하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고객의 인식'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작업이다.



그럼, 왜 고객의 인식이 중요한 걸까? 흔히 얘기하는 것처럼, 사람은 매우 이성적인 것 같으면서도 감성과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많이들 드는 예로, 구매 결정은 감정적, 혹은 감성적으로 하고, 나중에 이성으로 합리화를 한다. 사실 고객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측면 즉, 기능과 스펙보다는 주관적인 느낌과 경험을 통해 브랜드를 판단한다. 따라서, 같은 제품이라도 브랜드가 어떻게 고객에게 인식되는지에 따라 그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같은 자동차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차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과 포르쉐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은 매우 많이 다르다. 이동의 수단으로 쓰인다는 기능이나 배기량 등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전자는 열망한다고 말하기 힘들지만, 후자는 열망한다는 표현이 안성맞춤 아닌가. 역시 차는 승차감보다는 하차감이지!라는 말도 종종 하지 않나?



고객경험디자인.jpg




고객의 인식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브랜드가 고객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전략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일이다. 브랜드의 모든 활동, 제품 디자인, 포장 서비스 품질, 광고 메시지, 심지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했을 때의 경험까지 철저히 계산된 일관성을 가지고 전달될 때 고객의 인식은 비로소 브랜드가 원하는 방향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고객의 관점에서는 매우 간단하지만, 브랜드의 관점에서는 매우 디테일하다.



우리가 컨설팅했던 한 피부과 병원의 경우 고객의 인식을 디자인하는 작업을 통해 큰 효과를 본 케이스가 있다. 이 병원의 관리 기계와 시설은 준수했지만 서비스 부분에 있어서 브랜디 애티튜드 정립이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가장 큰 요인은 일관되지 않은 관리사들의 애티튜드였는데, 소위 성수기와 비수기의 차이에서 관리사가 들고 나며 서비스 퀄리티의 차이가 고객 경험을 불안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원장님의 직접 하는 피부 상담을 도입했고, 실장님은 원장님의 지시에 따라 상품을 설명했고 세일즈를 클로징 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고객 접점에서 가장 넓게, 많이 만나는 관리사의 역량에 집중했다. 중요한 것은 치료 혹은 관리의 과정에서 고객의 경험과 감정을 어떻게 형성하느냐였다.


서비스 패키지는 철저하게 퍼널의 구조를 따랐고, 그것을 경험할 사람들의 입장에서 디자인을 시작했다. 직원들의 태도와 서비스까지 세밀하게 계획하고 스크립트를 작성해 역할극을 하며 수정해 갔다. 그 과정에 필요한 공간의 세팅도 환자 동선과 시선에 따른 분재, 생화, 그림 배치와 조명, 여백에 향을 더해 마무리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고객들이 관리를 '특별하고 고급스러운 경험'으로 기억하도록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고객들의 만족감이 높아져 성수기와 비수기의 갭을 최소화되었고, 이는 고용 안정으로 이어져 다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로 순환하고 있다.




피부과 세팅.jpg
피부과.jpg




브랜드는 단지 좋은 제품을 제공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과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브랜드는 먼저 고객이 브랜드를 통해 무엇을 느끼고,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길 원하는지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고객의 마음에 구체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도록 모든 브랜드 요소를 전략적으로 조율하고 설계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끔 지나면서 들르게 되는 곳이 블루보틀 커피다. 성수에 있는 지점까지 가는 것은 무리지만, 종종 가능 동선인 롯데타워몰이나 더 현대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접근성이 좋아졌다. 블루보틀은 단지 좋은 커피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커피를 즐기는 과정 자체를 특별한 경험으로 만든다. 미니멀하면서도 세련된 매장 분위기, 바리스타들의 진중하고 섬세한 서비스, 그리고 브랜드가 지속해서 전달하는 철학과 메시지들은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굿즈나, 디스플레이 등을 통해 고객에게 스며들고 있다. 이런 메시지들은 고객들이 단순히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 이상의 의미를 경험하도록 돕게 된다. 고객들은 블루보틀에서의 경험을 통해 어떤 것을 느끼게 될까? 아마도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을 누리고 있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가 고객의 인식을 디자인할 때는 고객의 감정과 경험, 나아가 자아실현 욕구까지 깊이 이해하고 이를 브랜드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 좋다. 브랜드는 고객이 원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인식하게 하고, 고객이 브랜드를 통해 자신이 더 나은 삶을 누리고 있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고객의 인식을 디자인하는 일은 브랜드의 전 과정에서 일관성을 요구한다. 브랜드 메시지의 작은 부분이라고 일관성을 잃게 되며 고객의 인식은 혼란스러워지고, 브랜드는 신뢰를 잃게 된다. 모든 브랜드 구성원들이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고객에게 전달해야만 브랜드의 인식은 디자인 된다. 그러니 늘 점검하며 질문해야 하는 것은 우리 브랜드는 지금 고객의 인식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있는가? 다. 단지 있는 그대로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고객이 브랜드를 어떻게 바라보고 기억하기를 원하는지 명확한 전략과 비전을 세워야 한다.



내가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는 것이 브랜드의 진정성이 아니다. 브랜드는 결국 고객이 느끼고 인식하는 그대로다. 그러니 브랜드가 어떻게 고객을 생각하고 상상하며 어떤 가치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고객에게 기억되고 싶은 모습으로 치밀하게 디자인하고 관리해, 고객에게 특별하고 의미 있는 브랜드로 기억되도록 전략을 세워보는 건 어떨까?



누구나 얘기하는 마태복음 7장 12절을 다시 한번 새기자.

네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하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4. 성공하는 브랜드 VS.실패하는 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