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자기 객관화에는 적정선이 필요하다
브랜딩과 연관된 조직개발을 하다 보면, 조직의 구성원을 만나고 소통하며 역량을 점검하고 개발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리더를 위한 마인드 세팅, 마음 근력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단계들을 거치게 되는데, 그중 시작 단계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것이 "자기 객관화".
브랜드를 키운다는 건 결국, 리더가 자신 스스로, 또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 객관화하는 힘을 기르는 일이기도 하다. 가끔 언급하는 이 문장이 누군가에겐 '아-! 정말 그렇군요'하는 탄성을 부르고, 누군가에게는 고개는 끄덕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더라. 그때마다 느끼는 건, 리더가 이 자기 객관화에 대한 시선을 어떻게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방향도, 조직의 분위기도 바뀐다는 사실이다.
리더십의 내비게이션, 자기 객관화.
부정으로 흐를 때.
우리는 흔히 '자기 객관화'를 긍정적인 덕목으로 여기곤 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검토하며 성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하루하루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고, 브랜드든 개인이든, 제자리를 파악해야 다음 스텝을 제대로 밟을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그럼, 자기 객관화는 계속되는 걸까? 언제, 어떻게 멈춰야 하나?"
방향이 중요하다. 너무 지나치게 하게 되면 어느 순간 자기 검열에 빠져들어 자기 비하나 무기력에 이르기도 하는 것이 자기 객관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너무 긍정적으로, 핑크빛 미래만 상상하며 달리다 보면 자기 객관화를 지나쳐 자아도취에 빠져 버린다.
리더로서 성찰을 하다가, 어느 순간 자기 비하의 늪에 빠져버린 순간이 있는가?
"나는 이래서 안돼."
"우리가 그 정도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
"저기 저 팀에 비하면 우린 너무 부족하잖아." 등등의 말이 반복되면 브랜드는 그 정체성과 매력을 잃어간다. 마치 자준감이 낮은 사람은 아무리 잘 차려입어도 어딘가 당당하지 못한 것처럼.
조금 더 담담하게 객관화를 하는 경우에는 합리적 무기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건 원래 우리가 못하는 영역이야."
"저건 대형 브랜드나 하는 거지, 우리는 안 맞아."
이런 말은 얼핏 성숙한 현실 인식 같지만, 실은 그 안에 '안전하게 포기하기 위한 방어막'이 숨어 있다. 한 발짝 더 나아가거나, 고정된 틀을 깨고 다시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접는 셈이다.
자아도취로 흐르는 낙관적 자기 객관화
긍정으로 흐를 때
반대로, 지나치게 낙관적인 자기 객관화도 문제다. 성찰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미래를 향한 무한 긍정으로 너무 후한 평가를 내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괜찮아, 지금도 충분해. 우리 지금 잘하고 있어'라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이런 태도는 성장이 아닌 '현실 안주'로 이어진다. 어쩌면 이것은 자기 객관화를 가장한 자아도취일지도 모른다. 특히 브랜딩의 영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우리 브랜드는 이런 감성이 있어.”
“우린 남들과 달라.”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가야지, 괜히 흔들리면 안 돼.”
이런 식의 과도한 자기 확신은 때로 고객의 목소리를 외면하게 만들고, 현실에서의 고객 니즈를 놓치는 실수를 부른다. 그러니 객관화라는 말 뒤에는 ‘성장의 여지를 남긴 낙관’이 깃들어야지, 완성된 상태처럼 느끼는 태도는 오히려 브랜드의 시야를 좁힐 수 있는 함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자기 개관화, 그 적정선을 묻다
자기 객관화는 '자신을 깎는 일'도 아니고,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무턱대고 믿는 일'도 아니다. '자신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일'이다.
- 내가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가?
-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가?
-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작동시키고 있는가?
- 무엇이 우리 브랜드의 발목을 잡는가?
..
있는 그대로, 그러나 꾸준히 바라보는 감각이 중요하다. 이는 지금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하나의 스킬일 뿐, 그 숫자가 나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아는 것. 진짜 중요한 건 "그러면, 우리(혹은 나)의 성장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다.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다 보면, 종종 대표님들에게 묻는다.
“지금 브랜드가 잘하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 ‘잘함’이 고객에게도 그렇게 전달되고 있다고 느끼세요?”
“그럼, 앞으로 어떤 고객을 더 만나고 싶으세요?”
이 질문들은 단순한 컨설팅 기법이 아니다. ‘자기 객관화’라는 내면의 거울을 닦는 시간이다. 나는 브랜드는 결국 리더의 시선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강력하게 믿고 있는데, 리더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이 브랜드를 통해 외부로 투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균형감 있는 자기 객관화’ 다.
지나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부족하면 현실 인식이 흐려진다. 이 줄타기를 할 줄 아는 리더가 결국 브랜드를 ‘살아 숨 쉬게’ 만든다.
성장하는 브랜드에는 ‘균형 잡힌 리더’가 있다
브랜딩, 조직개발, 마케팅 모두 중요하다. 이 세 영역은 모두 맞물려 잘 돌아가는 곳이 구조의 선순환에서 시너지도 크게 나와 결국은 브랜딩이 되는데, 나름 정교한 전략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결국 ‘리더의 관점’이 브랜드를 이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리더가 자기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매력이 바뀌고, 조직의 방향이 달라지며, 브랜드의 언어와 행동 등이 애티튜드로 정립되어 고객에게 전달되고, 결국. 고객이 느끼는 감정이 달라진다.
브랜드의 성장은, 결국 나를, 우리 브랜드를 바라보는 리더의 시선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시선이야말로 브랜드라는 세계관을 가장 먼저 설계하는 ‘첫 번째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