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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0. 프롤로그

브랜드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병원의 성장 기록

by 소머즈


병원도 결국,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예전엔 달랐다.

전문의 자격증 하나로 개원만 해도 사회적 위치와 명성은 “축하합니다, 성공하셨네요”라는 말과 함께 따라왔다. 의사는 곧 안정과 부의 상징이었다. 좋은 집, 좋은 차, 그리고 ‘선생님’이라는 호칭.


누구도 의사의 삶에 실패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간간히, 요즘은 의사도 쉽지 않다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실제, 내가 가는 병원들도 없어지기 시작했고, 동네의 작은 메디컬 건물은 공실이 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의사는 여전히 공부를 많이 하는 직업이지만 이제 공부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산업의 중심에 서 있다. 몇 년간의 의정갈등 상황은 개원의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개원은 더 이상 ‘출발’이 아니라 ‘리스크’가 되었고, 진료실 안의 탁월함만으로는 환자의 선택을 얻기 어려워졌다.



바야흐로 브랜드의 시대다.


대학에서, 의국에서 의사로 인큐베이팅되는 동안 세상과 병원의 고객들은 급격한 진화를 지나왔다.

SNS, 리뷰, 콘텐츠, 브랜딩, 마케팅, 인식의 프레임, 조직, 경영.

의사들에겐 다소 생소한 언어들이다.

아니, 모르고 살아도 괜찮았던 언어들이라고 할까?


공부를 하느라, 진료에 전념하느라 세상의 흐름에서 살짝 떨어져 있던 의사들. 이제 세상은 그 담을 넘어 ‘병원도 하나의 브랜드’로 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수많은 병원들이 소외되거나 무너지고 있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의사로서의 실력은 있지만, 경영자로서의 정체성은 없는 상태로 그들은 매일 광고비와 리뷰 숫자 사이에서

‘진짜 병원의 가치’를 잊어간다.


지금의 병원장은 단순히 진료실의 리더가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를 세우는 크리에이터에 가깝다. 그 브랜드가 ‘병원’ 일 수도 있고, ‘의사 자신’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해는 말자.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마케팅을 잘해야 한다거나 있어빌리티 하게 보이는 얘기가 아니다. 중요한 건, 진료가 아닌 철학으로 병원을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


이 글은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고, 그 여정을 기록한다. 각 화마다 등장하는 원장들은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현실의 초상이다. 우리가 스쳤을 수많은 의사들 중 한 명일 수 있고, 혹은 내가 일하는 병원의 동료들일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가족의 얘기일 수도 있고.


감정과 시스템 사이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열정과 번아웃 사이에서 버티는 사람들, 기술은 넘치지만 관계를 잃은 사람들 등등을 오가며 함께 성장을 이뤄가는 이. 유도현의 자전적 기록일 수도 있다.


어쩌면 내 현실의 투영이자 나의 이상향이 될지도 모르는 그는 경영자이자 예술가, 철학자이자 큐레이터다. 그 안에는 나와 함께 강력한 영향을 주고 있는 나의 멘토들 몇 명이 함께할 예정이다. 나의 목소리로 그들의 가르침을 전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는 병원의 매출을 높이는 법 같은 직접적인 방법론보다는 병원의 의미를 회복시키는 법 같은 모호한 얘기를 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 글을 정답을 제시하지 않을지 모른다. 다만, 병원이라는 세계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할 것이다. 읽는 동안, 독자들은 자신을 투영하고, 자신의 병원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며, 각자의 방향을 스스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 그런데 이건 어쩜! 소설과 에세이의 중간쯤을 오가며 다지게 될 나의 각오, 나의 사명일지 모르겠다.

영원히, 적지 않은 약으로 삶을 이어가야 하는 난치성 질환을 가진 딸아이의 엄마로,

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철부지 같은 디자이너 출신의 병원 컨설턴트로,

병원이 단순히 돈을 버는 공간이 아니라 세상을 낫게 하는 브랜드가 되길 바라는 마음.

그 마음으로, 나는 이 이야기를 쓴다.



“이제, 병원도 브랜딩의 시대를 살아야 한다.”

그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당신, 좋은 의사, 좋은 병원이 되길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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