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현실에서 만나는 대표 유형들
인물 1. 유도현 (劉道玄 뮤즈, 혹은 그들의 거울)
그의 본업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군가는 그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 하고, 또 누군가는 ‘감각적인 병원 경영자’라고 부른다.
그는 한때 예술의 언어로 경영을 풀어낸 사람이었다. ‘병원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몇몇의 병원을 성공시킨 후, 이제는 직접 경영에서 물러나 병원장들의 멘토가 되었다.
그가 병원장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당신의 병원은 왜 존재하나요?”
그 질문 앞에서, 의사들은 비로소 자신의 병원을 브랜드로 바라보게 된다.
그가 홀홀히 돌아다니며 이런 일을 하는 표면적 이유는 "세상을 건강하게 바꾸고 싶다"는 신념 때문이라지만,
사실 그 속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의 멀지 않은 과거에 브랜딩과 마케팅이 업이었다. 브랜딩이 절로 되는 마케팅을, 마케팅이 절로 되는 브랜딩을 고집했고, 그가 이룬 성과들은 그 개념을 철저히 수용한 브랜드들이었다. 변화와 성장에는 공부가 필수였는데, 학습력과 실행력이 있는 리더들의 성공은 실로 눈이 부셨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의사들이 그의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에서 학습력과 실행력이라면 첫째인 의사들은 도현과 잘 맞았다. 의사가 되기 위해 의술에 관해 가장 공부를 많이 한 의사들이 어설픈 마케팅에 속아 좋은 병원이라는 브랜드를 잃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사명은 ‘진짜 실력 있는 병원이 다시 빛나게 하는 것’이 되었다.
인물 2.
이서윤 (李瑞潤 한방병원 원장 · 방향을 잃은 시스템)
한때, ‘시설 좋은 한방병원’으로 불리던 곳의 원장.
시스템은 완벽했다. 직원은 매뉴얼대로 움직였고, 환자는 꾸준했다.
교통사고, 재활, 만성질환, 수액 클리닉, 다이어트 등 환자가 오게 하기 위해 무엇이든 다 한다는 게 장점이자 약점이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병원은 매일 조금씩 피로해지고 있었다. 비슷한 병원들, 더 좋은 시설의 병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정부의 규제는 강화되었으며, 환자 수는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사회 이슈에 따라 늘 변동이 심했다. 정산표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났다.
직원들의 표정은 무덤덤했고, 서윤은 하루의 끝마다 이렇게 중얼거렸다.
“우린 치료를 하고 있는데, 정작 뭐를 낫게 하고 있는 걸까?”
유도현은 말했다.
“병원은 시스템으로 유지되지만, 철학으로 존재합니다.”
인물3.
정이안 (鄭利安 피부과 원장 · 이미지에 갇힌 완벽주의자)
그의 병원은 고급스럽다. 대리석 인테리어, 최신 장비, 명품 향기. 그는 자신이 만든 병원을 '프리미엄 브랜드’라 부른다. 사실, 이안은 늘 "프리미엄"이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있다. 그의 병원은 외형적으로 완벽하다. 인테리어, 장비, 콘텐츠 —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매출은 제자리다.
그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환자와의 거리를 점점 두었고, 결국 병원은 ‘비싼 병원’이라는 인식만 남았다.
유도현은 그에게
“럭셔리의 본질은 희소성이 아니라 진정성”이라고 말한다.
이안은 그 말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에서 ‘브랜드의 철학’을 다시 세우게 된다.
“브랜드는 보여주는 게 아니라, 느껴지게 만드는 것!”
인물 4.
박재완 (朴宰完 치과 원장 · 기술은 있는데 조직이 없다)
재완은 ‘실력파 의사’로 이름이 났다. 기술 하나로 승부해 온 그는, “결국은 실력이다”를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러나 병원이 커지며, 조직과 사람을 다루는 일에 서툼을 드러낸다. 병원이 커지자 문제가 반복된다.
직원의 잦은 이직, 팀워크는 무너지고 그는 점점 예민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이렇게 말했다.
“결국은 실력이지.”
탁월한 실력, 압도적 카리스마라면 고객이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팔로업이 안되는 조직의 대응은 점점 고객의 마음이 돌아서게 만들었다.
유도현은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의사로서의 실력과 경영자로서의 실력은 달라.
조직은 네가 만든 또 하나의 작품이야.
이건 손끝으로 치료할 수 없어.”
재완은 경영의 기술을 배워가며
‘의료 기술에서 조직 문화로’ 성장하는 여정을 걷게 된다.
인물5.
최유빈 (崔有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유빈은 사람을 진심으로 돕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도움이 되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이상이 너무 커서 현실적인 운영은 늘 뒷전이다. SNS나 인터뷰에서는 “의료의 본질은 공감”이라 말하지만, 정작 병원 내부는 기계적인 반응들, 비효율과 혼란으로 가득하다.
“의료의 본질은 공감이에요.”
그녀의 말은 맞다. 하지만 유도현은 이렇게 말했다.
“공감도 시스템이 되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진심은 금방 지쳐버려요.”
서서히 유빈은 깨닫는다.
사명감은 병원을 세우지만, 지속성은 병원을 지탱한다는 걸.
이들은 모두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결국 한 지점에서 만난다.
이 이야기는 그들이 다시 자신의 병원을, 그리고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이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이야기, 읽고 있는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