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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 첫 책을 출간하다.

어느 디자이너의 갭이어

by 디자이너요니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꽤 오랜 시간 필사를 즐겨 온 나에게는, 언젠가 직접 쓴 책을 출판해 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수없이 워드 파일을 열어 글을 쓰다 지워 보았지만, 남이 읽을 수 있도록 글을 끝까지 완성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사실은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 내려가면 되는 건데도, 나는 늘 생각이 많았다.


'책 주제는 뭘로 하지?'
'내가 쓴 글이 과연 재미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쓰는 뻔한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은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어떡하지?'
'출판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이렇듯 고민만 많아 몇 년째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하던 나는, 우연히 함께 글을 쓸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비트윈 잡스’ — 하던 일을 잠시 쉬고 숨을 고르거나, 재도약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 2024년 6월, 역삼역 근처에서 처음 만난 우리는 서로의 아픔과 고민을 자연스럽게 나누었고, 서로에게 위로와 지지가 되어 주기로 했다. 그러던 중, 각자의 ‘비트윈 잡스’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책을 써 보자는 아이디어가 싹텄다.


총 38명의 멤버가 작가가 되어 각자의 ‘비트윈 잡스’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38가지의 이유로 커리어의 기로에 선 우리는 모두 다른 듯 보였지만,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서로의 글을 읽고 피드백을 주며 동질감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고, 1차·2차·3차에 걸친 원고 수정과 오탈자 검토를 통해 독립출판 과정을 자세하게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2025년 8월, 수많은 편집 논의와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거쳐 우리가 함께 쓴 책 **《퇴사하면 큰일 날 줄 알았지》**가 드디어 각종 서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모든 수익금은 처음부터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기에, 금전적인 성과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책을 읽고 위로와 공감을 받기를 바랐다.


살다 보면 누구나 커리어의 기로에 서게 된다. 계획했든, 계획하지 않았든, 잠시 숨을 고르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예기치 못한 이유로 일을 쉬게 될 때,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조금 더 관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또한 조금 더 자연스럽고, 다정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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