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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 Nov 26. 2023

마케팅 디자인과 브랜딩의 연관성

내가 브랜딩 관련 책을 보는 이유

이전 글에서 조직생활, 일하는 마음가짐을 다잡는 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추천했었다. 제일 많이 읽는 책이 이전 글에서 추천하는 책과 비슷하다면, 두 번째로 많이 읽는 책 주제는 뭐냐 묻는다면 브랜딩이다. 일반 마케팅 책도 많은데 왜 브랜딩일까? 내가 몸담고 있는 마케팅 디자인은 어떻게 보면 퍼포먼스 마케팅 부서와 일을 많이 하는데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브랜딩 역시 마케팅 디자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앱에 진입할 때, 제일 잘 보이는 구좌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까


앱 서비스를 운영할 때 사용자가 제일 먼저 보는 화면이 뭘까?라고 생각해 보면 메인홈이 있겠지만, 그 메인홈에서도 배너 구좌를 가장 먼저 보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서는 스플래시(splash) 화면에 광고 구좌가 추가된다면 그걸 먼저 보게 될 것이고, 인앱메시지가 있다면 메인홈 전에 그 메시지 팝업이 보일 것이다. 아무리 배너를 대놓고 내세우지 않더라도, 스크롤을 내리지 않아도 보이는 위치에 배너를 배치한다.


대부분의 앱 서비스에서는 배너 영역을 최상단에 두고 있다.

워낙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이 앱 서비스 화면들을 잘 만들어줘서 앱 화면 자체가 잘 보인다 하더라도, 메인 홈에서 배너가 차지하는 영역에서 퀄리티가 떨어진다면 당장 진입하는 입장에서는 앱 디자인 역시 퀄리티가 떨어져 보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새로운 배너 또는 그 외 광고구좌나 페이지의 가이드를 작업할 때, 브랜드 이미지를 잘 보여주게끔 레이아웃이나 디자인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크지 않은 디자인 구좌에서, 그것도 동일한 디자인이 반복되는 작은 영역에서 디자인을 고민해야 할까? 싶겠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앱의 제일 첫 화면에 보이는 부분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아마 대부분의 배너가 동일한 레이아웃인 것은 롤링되는 것을 고려해서 산발적인 디자인을 피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미 가이드가 있는 배너라면 이후 디자인은 쉽지만, 그 가이드를 잡는 동안에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보이는 이미지에

서비스의 브랜딩 스타일이 잘 보여야 한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현재 스톡이미지 사이트에서 홍보 이벤트에서 쓸 만한 다양한 그래픽 파일을 제공하고 있는데(물론 유료임) 이것을 마케팅 디자인 작업에 그대로 썼다 가정해 보자. 그런데 이 그래픽 파일을 사용한 배너나 페이지를 다른 서비스나 앱에서 본다면 이 서비스의 디자인을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작업했던 배달이 캐릭터(출처 : 2022년 B마트 1월 첫주문 혜택 페이지)

실제로 나는 이런 경험이 종종 있었다. 때는 2022년 새해를 맞이한 연초. 당시 내가 작업한 마케팅 디자인의 기획 담당자는 2022년 호랑이의 해를 기념해서 호랑이 코스튬을 한 배달이(배달의민족 브랜드에 꼭 등장하는 캐릭터) 캐릭터를 요청했고, 나는 요청에 걸맞게 호랑이 탈을 쓴 배달이를 제작해서 키비주얼에 담았다. 그때 당시 호랑이 탈을 작업하기 위해 참고했던 호랑이 캐릭터 스톡이미지(그래픽)가 있었는데, 해당 페이지와 배너가 라이브된 후 나중에 보니까 내가 참고했던 그래픽을 그대로 사용한 타 서비스가 수두룩했다. 대략 3~4개의 서비스나 온라인 쇼핑 서비스에서 본 기억이 난다.


그때 스톡이미지를 너무 맹신(?)해서 그대로 사용한다면 타 서비스와 동일한 디자인을 하는, 그 서비스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없는 디자인으로 보일 수 있겠다고 깨달았다. 물론 나의 고갈된 크리에이티브로 작업하기에는 스톡 사이트가 너무 큰 도움을 주긴 하지만, 이를 내가 작업하는 서비스의 브랜딩 기조에 맞게 바꿔서 디자인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같은 이미지를 사용하는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즉 브랜드만의 특색을 상실할 것이다.


내가 실제로도 잘 쓰고 있는 서비스들을 살펴보면, 배너나 페이지에서 어느 정도 디자인 통일성이 보인다.


컬리(Kurly)는 대부분 브랜드 컬러인 보라색을 사용하고, 대부분의 배너에서 멋지게 스타일링된 제품컷을 사용한다.

지그재그(zigzag)는 이전에 대대적으로 리브랜딩을 진행했는데, 이때 사용해야 하는 컬러와 그래픽 스타일을 명확하게 정의해서 현재 앱과 마케팅 구좌에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는 사용자에게 비교적 어렵고 허들이 높은 금융 상품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와 둥글둥글한 디자인을 통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금융서비스로 어필하고 있다. 아마 이 서비스가 잘 되는 지분 대부분은 카카오프렌즈(특히 라이언)가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그동안 몸담고 있는 배민 앱에서도 배달이와 한나체를 쓰는 이유 역시 [배달의민족] 디자인 기조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다. 컬리의 컬러플레이나 29cm의 문체처럼, 단순한 배너의 글귀나 디자인만 봐도 사용자가 "아 이 서비스구나!"라고 눈치채야 한다. 우리가 폰트 하나, 캐릭터 하나, 컬러 하나 놓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작은 광고구좌도 브랜딩의 영역이기에 단순 영역으로 봐서는 안된다.



우리 브랜드만의 특색 있는 디자인으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여러 커머스에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진행 중이다. 몇몇 대형 브랜드는 종료된 것도 있었지만, 같은 블랙프라이데이 컨셉이더라도 서비스마다 명칭이나 디자인이 모두 다르다.(물론 배경이 블랙 계열이라는 건 어딜 가나 똑같긴 하지만) 이런 대형 캠페인 또는 이벤트는 대체로 각 서비스마다 그들의 브랜드 콘셉트가 잘 보이게끔, 또는 다른 서비스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전개한다. 특히 무신사 같은 경우 그들의 빅 세일 이벤트를 [무진장]으로 매년 전개하면서 이제 사용자들에게 [무진장 = 무신사에서 진행하는 엄청 큰 세일 이벤트]로 인지되게 한다. 비슷한 예로 11번가의 십일절도 있다.  


임태수 작가님의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에서 [브랜드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있어야 한다]는 글귀가 있다. 브랜드들은 그들이 추구하고픈, 또는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들의 핵심 가치가 있고 이를 보여주려면 브랜드를 나타내는 이미지 또는 언어에서 브랜드의 핵심을 일관되게 보여줘야 한다. 나는 이를 앱 내의 서비스에서, 내가 종사하는 마케팅 디자인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봤다. 마케팅 디자인은 앱 화면에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 방향을 쉽게 보여줄 수 있고 자주 보이는 구좌이기 때문에, 일관된 스타일로 사용자에게 꾸준히 노출되면 [아 이 앱은 이런 느낌이구나]라고 학습될 것이다. 어찌 보면 퍼포먼스 마케팅에 더 가까운 마케팅 디자인이 브랜딩과 무슨 상관일까 싶겠지만, 파고들수록 이 영역에서도 브랜딩은 진짜로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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