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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 Dec 19. 2023

이제는 진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원활한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서는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오늘 회의에도 제대로 결정되지 않았다.


지금 나는 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내 개인적인 의견일 수도 있지만 몇 주 째 뾰족한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몇 달 동안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로, 여러 사람들 그리고 팀들의 의견을 이것저것 반영하다 보니 아직도 [이렇게 가자!]는 방향이 제대로 보이고 있지 않다. 이 다음주는 내가 휴가라서 1주일 동안 참석을 못 하기 때문에 팀장님과 2명의 디자이너가 회의를 거쳐서 시안을 다듬어야 한다.


“다음 주에는 꼭 결론이 났으면 좋겠어요.”

“여러분 시간이 없어요!”


휴가를 앞둔 마지막 회의 끝자락에 농담조로 흘린 말이었지만, 나는 사실 진심을 가득 담아서 얘기했다. 팀장님이 그린 스케줄대로 진행하려면 진짜 정말로 결정하고 마무리해야 한다.



모든 의견을 듣고 반영해야 한다 vs

단호하게 결정하고 이를 따르게 해야 한다


계속 결론이 안 나는 이유는 명확했다. 여기저기서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하다 보니 기존의 시안을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게 된 것이다. 수많은 디자이너가 함께 작업하는 구좌를 통일시키는 일이고,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유관부서도 모두 만족시켜야 하다 보니 여기저기 의견을 들어야 했다. 한 주는 디자이너들, 한 주는 마케터들… 그동안의 회의 순간순간을 돌아보면 의견을 반영하느라고 진행하던 시안도 롤백시키는 일도 다반사였다. 당연히 작업자들의 의견을 듣고 개편을 진행하는 게 맞지만, 수많은 그리고 사소한 의견에까지 휘둘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다른 유관부서의 의견을 온전히 묵살시키고 우리의 결정대로 진행시켜!라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정답이 아니다. 정작 디자이너나 마케터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들을 놓친 상태로 구좌 개편을 진행해서 배포한다면 그 누구도 납득하지 못하는 개편안이 되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은 개편 전의 상황과 나아진 게 전혀 없으며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관련된 사람들의 의견을 틈틈이 듣고 있지만…


디자이너는 어떻게든 정보를 최소화하고 싶어 하고, 마케터나 기타 유관부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싶어 한다. 이 의견들을 모두 한 구좌에 반영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심플한데 화려한 디자인]이라는 문장과 맥락이 같다. 이럴 때 필요한 마인드는 [모든 의견을 다 반영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팀장님 역시 이 프로젝트 회의 동안 [결정은 우리가 하며, 사람들이 우리 결정에 따를 수 있게 최종 시안을 만들고 설득해야 한다]고 하셨다. 목적에 맞는 중요한 의견을 골라내고 이를 반영해서 최종 시안으로 단호하게 결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몇 주 전,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길게 진행되고 진행하는 디자이너들도 다른 업무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얘기를 듣고, 1 on 1 때 팀장님과 해당 이슈를 얘기한 후 프로젝트를 한 번 끊고 다시 로드맵을 세우기로 했다. 근데 그 [한 번 끊는] 여정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이야. 이제 1차 결론을 짓고 다음 스텝을 논의해야 하는데 아직도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우유부단함을 버리고

목표를 한 번 더 보고


고백하자면, 이 글은 내가 지난 회의 때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을 정리하는 글이다.(원래 이번주 글이 이 주제가 아니었는데….) 이번 프로젝트가 뭔가 자꾸 어긋나게 진행되고 있다고 느꼈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안과 정책이 견고해야 하는데 오히려 여러 의견에 휘둘리는 느낌이었고, 디자이너들은 프로젝트 내에서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시안을 만들고 있었다. 해당 시안을 제재하진 않았지만 이대로 두다가는 배가 산으로 갈 판이었다.


이런 상황이 된 데에는 나의 우유부단함도 있었다.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해결안을 제시해 줄 것이라 기대한 바도 있었지만, 이 새로운 시각과 해결안에 너무 심하게 휘둘리지 않게 제동을 걸어줬어야 했다. 가끔 [이러면 이 프로젝트의 목표를 완전히 벗어날 것 같은데?]라는 시안도 나왔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여기에 제대로 피드백을 줬어야 했는데. 왜 그랬니 나자신.


팀장님과 나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2명 디자이너는 주니어 디자이너다. 아직 자신의 작업을 멈추고 멀리서 크게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부족한 시기이다. 이럴 때 리더나 시니어 디자이너가 시안의 목적과 중요도에 맞게 봐주고 피드백도 줘야 한다. 하지만 나의 우유부단함에 나까지 함께 수많은 의견과 방향성 잃은 시안에 휩쓸리고 말았다. 나는 2명의 디자이너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성장하는 지점이 있겠지 했는데, 막바지에 다다르니 과연 이 친구들이 여기서 성장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다.


시니어의 노련함은 여기서 나오는 것 같다. 주니어 디자이너들이 작업한 시안들 중에 어느 것이 목표와 중요도에 적합한지 고르고,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피드백을 주는 것. 꼭 프로젝트 리더가 아니더라도 시니어 구성원이라면 해야 하는 역할이다. 팀장님들이 피드백을 줄 때, 아닌 것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잘라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한 자의 고해성사


매우 긴 프로젝트는 아마 1차로 끊어서 갈 것 같다. 끝나기 전에라도 디자이너들이 길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의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가 고해성사라도 해본다.


1. 프로젝트의 목표를 잊지 말기. 목표에 맞지 않는 시안은 소용이 없다.

2. 다들 갈팡질팡 할 때 내가 제일 단호해져야 한다.

3. 목적에 맞지 않는 시안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4. 프로젝트의 로드맵을 미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김민철, [내 일로 건너가는 법] 중

한동안 너무 바빠서 책을 열지 못했는데, 심란한 마음을 추스를까 해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열어서 밑줄 친 글귀를 다시 되새겼다. (내가) 결정을 하고, (나와 우리가) 그 결정을 옳게 만든다. 이전 글에서도 추천을 했던 김민철 작가님의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의 글귀다. 그래, 우리가 결정하고 이 결정이 맞다는 것을 설득하고 보여주면 되지. 다음 주 회의에서는 꼭 단호하게 얘기하고 추진해야지. 나는 이번주에 휴가를 쓰느라 회의에 참석은 못 하지만, 다음에는 꼭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회의에 참석해야지. 제발…. 다음에는 꼭 결론이 날 수 있기를!


*배경 이미지의 사진 역시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의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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