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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 Sep 24. 2023

어느 날, 다른 회사에서 디자인 리드를 제안했다(2)

이직을 결심하기 전 꼭 해야 하는 것들

*전편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전편을 읽고 오시면 내용 이해가 더 잘됩니다!

-> 전편 보러 가기


K님과 즐거운(?) 조언타임이 끝나고 G님을 찾았다. G님은 당시 몸이 좋지 않아서 코로나일까? 싶어서 재택근무 중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전화로 도움될만한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전화통화 시간이 무려 1시간 가까이 될 정도로 길게 이야기를 나눴다.



옮기려는 회사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하고 판단해야 한다


G님은 영입 제안을 받고 냉철하지 못했던 나자신의 태도를 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금전적인 조건이나 리드 직책 등의 밝고 긍정적인 면만 보고 이직하려 하지 말고, 그 회사에서 어떤 것들을 제공해 주는지 그리고 이 회사에서 나에게 어떤 것을 바라는지 등을 면밀히 봐야 한다고 했다.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말 것!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흐린눈 하지 말고 안 좋은 부분도 함께 보라는 것이다.


또한 A회사보다(아니 A회사만큼) 디자이너를 잘 대우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B회사는 A회사보다 더 작은 규모의 회이기 때문에 재직중인 회사에서 받는 복지나 혜택을 그대로 누릴 수 있는지는 미지수였고, 디자이너가 역량을 낼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이 되는지도 알아보라고 했다.


B회사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것

- 회사에서 디자이너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장비, 환경 등)

- 회사의 성장 동력. 사업은 잘하는데 그다음에 진행할 신사업은 성장할 수 있을까?

- 그들의 목적은 유니콘 기업인가? 이 사람들이 그리는 미래가 내가 원하는 기업의 미래가 맞는지?

- 대표나 이사가 좋은 사람인건 둘째치고 회사에서 디자이너의 입지도 생각하기.

- 대표는 현재 B회사를 어떻게 바꾸고 싶어 하는가? 앞으로의 목표를 알아야 디자이너가 어떤 역할을 할지 보인다.

- 3년 후의 이 회사는 어떤 모습일까? 그 모습이 명확해야 하며 어떻게든 잘 되겠죠~ 이러면 절대 안 됨.



내가 어떤 디자이너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한 지점이자 나의 약점이었다. 나는 단순히 내가 [마케팅 관련 업무 디자이너]라는 것만 알고 그 이상의 목표를 잡지 못한 상황이었다. G님의 말들 중 제일 뼈맞은 구간이 바로 이 구간이다.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일을 오래 해와서 뚜렷한 목표가 없는, 그저 안주하려고 하는 사람. 그 사람이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이직을 하려고 한다면 딱 이 상황일 것이다.(아 잠깐, 잠시 눈물 좀 닦고...)


위에서 회사의 3년 후 모습을 물어보는 것처럼, 나 역시 N년 후의 나 자신의 모습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조직을 매니징 하는 리더를 하고 있을까? 디렉터를 하고 있을까? 아니면 실무의 스페셜리스트로 있을까? 아직은 리더에게 이 3가지의 모습 모두를 원하는 회사가 많지만, 앞으로는 더 디테일하게 세분화될 것이다. 타의에 의해서 해당 역할을 맡는 경우도 많겠지만 자신이 잘하는 것을 잘 알면 남의 뜻에 휘둘릴 일은 없다. "나는 팀 매니지먼트를 잘한다" "나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디렉팅을 잘한다" "사람 다루는 것보다는 나는 무조건 실무를 파고드는 장인이 되고 싶다" 등 디자이너로서의 나의 방향을 더 명확히 한다면 어느 조직 또는 회사로 가야 할지 길이 확실히 보일 것이다.


이직 전 디자이너로서의 나를 알기 위해 파악할 것

-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뚜렷한 상태에서 이직해야 한다. 안 그러면 휘둘린다.

- 리더? 디렉터?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 B회사에서 원하는 영역이 내가 하고 싶은 범위 내에 있는지 확인하기. 그리고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해서도 어필하기(

- B회사가 원하는 디자이너는 어떤 디자이너인가?

- 내가 어떤 걸 잘하고 주로 어떤 것을 전문으로 하는지 명확히 하기.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은 디자이너가 만능이라 생각해서 이것저것 시킬 수도 있다


 


직접 만나서 얘기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신나게 뼈를 때리고 나서 G님은 커피챗을 해볼 것을 제안하셨다. 진지하게 고민된다 하면, 직접 회사 대표를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고 결정해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회사 사람, 그것도 대표님을 볼 일이 전혀 없던 나는 "그래도 되나?"싶었는데 G님은 오히려 B회사 대표님이 바로 수긍할 것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G님이 B회사 대표님과 아는 사이라 그런지 그 대표님을 잘 알기도 하고 그 회사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얘기해 보라고 한 것도 있겠지.


제3자를 통해서 회사에 대해 물어보는 것보다는 직접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나 운영진과 얘기해 보고, 나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리뷰도 들어보고 회사 비전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도 물어보라고 했다. 커피챗을 하면 이 회사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들과 일하는지도 파악이 될 거라고,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다. 커피챗은 나를 영입하고자 하는 회사의 운영진과 진행하는 가벼운데 무거운 티타임이라, 회사에 대해서 질문사항을 미리 리스트업하는 등 최대한 많이 준비해야 한다. G님은 회사 대표님도 너를 평가하는 자리라고, 절대 가벼운 마인드로 가지 말라고 했다.


G님의 조언을 토대로 나는 마케터에게 대표님과의 커피챗을 제안했고, B회사 대표님과 사업부문 이사님과 마케터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이서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말로만 티타임이지 스타벅스에서 진행하는 임원 면접 같았다. 사전에 마케터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전달했지만 혹시나 해서 포폴 파일이 있는 노트북을 들고 갔다. (대표님은 내 포폴을 인쇄해서 왔던 걸로 기억한다) 전날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 우려되는 점 등도 미리 써보면서 머릿속에 담아갔다. 감사하게도 대표님과 사업부문 이사님은 내 포폴을 긍정적으로 보셨고, 나 역시 회사에 대해 많은 것을 물어보고 답을 들었다.


그렇게 나의 인생 첫 커피챗은 무사히 끝났다. 커피챗은 실제로 회사와 나를 파악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표님과 사업 이사님을 통해 이 회사의 현재 상황이나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고, 내 포폴에 대한 운영진의 리뷰도 들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영입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거절하는 답을 보내는데 정말 미안했지만 사업 이사님이 나를 좋게 보았는지 마케터를 통해 내 연락처를 받아가셨다. 함께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이렇게 업계에서 인맥 하나 쌓은 기분도 들고, 이렇게 채용을 진행할 수 있구나 하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무엇보다 A회사 밖에서의 나에 대한 리뷰를 들을 수 있던 커피챗 타임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나는 내 디자이너로서의 방향성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느꼈고, 갈등과 고민을 겪으면서 이렇게 브런치 글까지 쓰고 있다. 비록 이직까지 이어지진 않았으나 이전에 비해 한 걸음 더 나아간 회사생활의 터닝 포인트였다. A회사의 디자이너 HYO가 아닌, 마케팅 디자이너 HYO가 되어야겠다 마음먹은 것도 이 시점이다. 이 브런치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비슷한 목적이지만, N년 후의 내가 브런치 글을 쓸 때쯤이면 온전한 디자이너 HYO로서의 글을 쓰고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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