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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 Sep 18. 2023

어느 날, 다른 회사에서 디자인 리드를 제안했다(1)

남들 이직하니까 나도 이직해야지 하는 마인드는 절대금지

이 글은 브런치 첫 글( https://brunch.co.kr/@designerhyo/1 )에서도 얘기했던 디자인 리드 제안 에피소드를 좀 더 자세히 쓴 글이다. 나로서는 깨달은 바가 많았던 에피소드라 더 자세히 풀어보고자 한다. 중복된 얘기가 꽤 많이 나오겠지만! 나 같은 팔랑귀 디자이너들이 링크드인이나 원티드 등에서 다른 회사 영입 제안이나 헤드헌터의 콜드콜을 받을 때, 주변에 휘둘려(?) 나도 한번 이직해 볼까 하는 마음이 생길 때, 한 번쯤은 이 글을 통해 기준을 잡았으면 한다.


*간혹 오퍼라는 말을 이직 제안의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하는데(나도 그랬다), 이번 글을 쓰는 동안 검색해 보고 확실히 오퍼의 의미를 알았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이 말을 함부로 쓰지 않기로 했다;; (오퍼 단어 의미의 출처는 블라인드 글. 정리 잘 해준 글 작성자에게 감사드린다)

- 오퍼 : 오퍼 레터(offer letter)라고도 부르며, 최종 입사가 결정되었다는 일종의 확약서. 최종 합격 후 연봉, 직급, 처우 등에 대한 최종 입사 안내 문서로 보면 된다. 보통 링크드인이나 메일을 통해 오는 사내 인사팀 또는 헤드헌터의 제안 연락은 오퍼는 아니다.

 



줏대 없는 팔랑귀가 영입 제안을 받았을 때


2년 전 쯤이었다. 이전에 같이 일하던 마케터에게 디자인 리드 제안이 온 것은. 과거에도 디자이너 영입 제안을 했던 그는 예전과는 다르게 어떻게든 같이 일해보자고 매달리는 상황이었다. 당시 미지근한 태도로 회사에 다니고 있던 나는 매우 적극적인 마케터의 태도에 마음이 매우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건도 나쁘지 않았고, 금전적으로는 꽤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거기에 디자인 리드로 영입이라니! 줏대 없는 나는 귀가 심하게 팔랑거리기 시작했고, 이전 영입 제안들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나는 10년이 넘도록 정리하지 않았던 포트폴리오를 주말이 올 때마다 정리했다. 이직하네마네 마음은 매일 수없이 바뀌었다.


그러나 팀 이동 경험은 있어도 이직 경험이 없던 나는 나 자신의 판단을 믿을 수 없었다. 쉽사리 직장을 옮기기에는 지금 다니는 회사(A회사라고 하겠다)의 규모가 정말 컸으며, 그에 반해 제안이 온 회사(B회사라고 하겠다)는 이제 막 성장하는 스타트업이었다. 큰 회사 다니던 사람이 작은 회사로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 내가 본 A회사(현재 재직중)

1.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엄청나게 큰 성장을 했으며, 지금은 누구나 다 알법한 서비스를 운영중

2. 나의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함

3. 회사 대표님이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높아서 디자이너가 하청 취급받는 일이 없음


- 내가 본 B회사(나에게 영입을 제안)

1. 20대 사이에서 누구나 알 법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회사로, 이를 토대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려 함.

2. 인지도에 비해서 서비스 디자인은 그닥.... (이는 영입을 제안한 마케터도 인정했고, 이 때문에 디자이너를 어떻게든 데려와야 한다고 어필)

3. 당시 사내 디자이너는 1명이라고 했으며, 초창기부터 함께 했지만 주니어 정도라고 함.


나 혼자서 A회사와 B회사를 비교하는데도 이렇게 고민되는데. 이걸 회사 사람들에게 대놓고 말할 수도 없고. 고민하다가 나는 나의 첫 사수였던 K님에게 조언을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몇 년 만에 카톡을 보냈고, 한번 날을 잡아서 K님과 만나서 얘기하기로 했다. 거기에 같은 건물에 나를 첫 회사에 들어올 수 있게 채용해 주신 G님도 근무하고 있다고 해서 같이 만나기로 했다.




이직은 로망이 아닌 현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첫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K님과 G님의 조언은 공통적으로 [A 회사를 나와 B 회사를 들어가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것이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어느새 큰 기업이 된 A회사에서 초창기에 입사 후 지금까지 쭈욱 회사에 다니는 경험은 흔치 않은 일이다. 거기에 A회사에 몇 안 되는 쌩 초기 직원에다가 최초(?)의 디자이너인데. 그 상징성은 절대 무시하지 못하며, 만약 내 이직을 인사팀이 안다면 당연히 붙잡을 것이라고 했다. 사내에서 장기 근속자에 대한 보상이 슬슬 커지고 있는데, 만약 내가 이직하려고 한다면 인사팀이나 회사 복지 관련 팀에서 보상을 더 크게 주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되면 그 회사의 사업 구조와 앞으로의 사업 방향을 명확히 물어보라고 했다. 이 부분은 내가 제일 어려워한 부분인데 그걸 알아야 B회사가 A 회사를 박차고 나갈 정도로 성장할 곳인지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한 조직이기 때문에 [이 회사가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는가]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내가 다니는 회사가 점점 최악의 길로 치닫아서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장 옮기는 것을 반대하지 않겠지만… 회사 인지도/복지/수익/동료들과의 관계가 모두 평균 이상인 곳을 떠나 이직하겠다고 하면… 적어도 A회사보다는 나은 곳이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과연 이직은 필수인 것일까


내 주변에는 나만큼 한 회사를 오래 다닌 사람이 없다. 대부분 2-3년을 채우고 떠났으며, 어떤 분은 정말 오래 있더라도 9년이라고 했다. 연봉 상승을 위한 것도 있지만, 한 회사에서 동일한 서비스만 경험하는 것 말고 더 다양한 경험을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고 툴을 배우기 위해, 나의 커리어에 한 줄 더 추가하기 위해 이직을 한다. 나 역시 회사를 다니다가 큰 회사에서 내 직무를 채용한다는 글을 보면 괜히 이력서도 써보고 포트폴리오 파일도 들락날락하고 그런다. (실제로 서류작성을 위해 매우 오랜만에 이직용 증명사진을 찍기도 했다. 비록 광탈했지만…)


대체로 이직한다고 한다면 더 나은 곳을 향해, 더 큰 곳으로 회사를 옮긴다. 더 확고한 신념이 있다면 연봉을 낮추더라도 작은 곳으로 가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근데 만약에 그렇지 않는다면? 내가 이직하려고 하는 곳이 지금보다 복지나 커리어, 성장 가능성 등에서 현저히 떨어진다면 이직할 필요가 있을까?


결국 이직에 대한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언제부터인가 이직이나 퇴사가 트렌드(?)처럼 되었지만, 이는 트렌드라는 단어로 묶을 수 없을 정도로 꽤 무거운 단어이다. 특히 퇴사는 더더욱! 하지만 이직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들을 감안하더라고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긴다면 두 팔 들고 응원할 수 있다. 다만 그게 아니라면 걱정이 앞설 것이다.


K님은 과거에 IT업계에서 한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한다. 누구보다 현실적이어야 하는 가장의 위치이기 때문이다. 회사 상황과 그에 따른 금전적인 것,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상황에도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 현실에 마주한 K님은 좋은 회사에 다니는데도 다른 곳으로 이직을 꿈꾸는, 그런데 명확한 이유가 없이 이직하려 하는 나를 뜯어말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K님의 N번의 이직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며, 나의 회사 장기근속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발표 당시 장기근속의 비결(??)을 설명했던 그림

2020년, 내가 회사에서 9년차가 되었을 때 회사에서 디자이너 장기근속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해주는 발표를 진행했었다. 그때 어떻게 그렇게 오래 다닐 수 있냐고 장기근속의 비결(?)이 뭔지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나는 꽤 오래 다녔지만 이 회사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성장하고 있다 생각해서 오래 다닐 수 있었다고 답했다. 실제로 나는 A회사에서 한 가지 서비스만 담당한 것이 아니라 여러 서비스를 해보려 했으며, 한 가지 업무 말고도 다른 업무도 경험해 보았다. 물론 안주하려는 성격 때문에 다른 업무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지만 이를 이겨내면 그것이 나의 뼈가 되고 살이 되고 내 커리어의 한 줄이 되었다. 만약에 내가 이런 경험을 A회사에서 못 했다면 나는 나 스스로 이직을 결심하고 진행했을 것이다.




커리어 추가는 필수, 그러나 이직은 선택


이직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그러나 다들 이직하니까~ 해서 이직하지 않아야 한다. K님은 자칫하면 [남들 다 이직하니까 이직할 뻔한] 나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줬다. 그리고 마침 G님이 B회사의 대표님과 아는 사이이고 B회사의 서비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니 G님한테도 연락해 보라고 했다.


G님의 뼈 때리는 조언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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