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veland Museum of Natural History
친구가 온 김에 집에서 가까운 클리블랜드 자연사 박물관(Cleveland Museum of Natural History)에 가보기로 했다.
큰 공룡의 모형이나 박제된 동물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어서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혼자 있을 땐 자연사 박물관에 잘 가지 않게 된다. (그래서 친구가 있을 때 방문했지만 어쩌다 보니 결국은 따로 봤다는 ㅋㅋ)
이 박물관은 인류학, 고고학, 천문학, 식물학, 지질학, 고생물학, 야생 생물학, 동물학 분야의 컬렉션 연구, 교육 및 개발을 수행하기 위해 1920년에 설립되었다고 한다.
Somewhere, something incredible is waiting to be known.
어딘가에서 놀라운 무언가가 알려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칼 세이건(Carl Sagan)의 말을 따라 두려움이 밀어내고 한 발자국씩 자연사 박물관으로 걸음을 옮겨보니, 커다란 공룡 두 마리가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공룡도, 난생처음 본 어느 동물의 이빨 크기도 어마어마하다! (공룡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친구의 아들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나 대신 그 아이가 왔어야 하는데..ㅎㅎ)
대부분의 박물관엔 '만지지 마시오'라고 쓰여있기 마련인데, 공룡의 뼈를 만져보라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만져서 반들반들해진 뼈지만, 느낌이 생경하다.
현재 갖고 있는 두상의 뼈만 실제 오브젝트를 활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실루엣으로 처리한 점이 재밌다.
공룡 앞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공룡의 길이나 무게 등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물건과 비교해서 보여주는 심플한 인포그래픽이 나오고 있는데, 나같이 공룡에 무지한 사람도 보다 빠르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1947년 뉴멕시코 고스트 랜치(Ghost Ranch), 뼈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수 백 개의 뼛조각들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아래 공룡은 무려 227 킬로그램 가까이 되는 블록들 사이에서 뼛조각을 찾아내 하나씩 조립하여 현재의 모형을 완성했다고. 설명을 읽고 있자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어서 보게 된 각종 화석들.
돌처럼 변해버린 나무줄기와(색과 재질이 정말 예술이었다! 갑부가 된다면 진짜 사고 싶을 정도로.) 20억 살이 된 나무까지 조우하고 나니, 오하이오 주 자연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소금 광산이라는 말만 들어보았지, 그 과정으로 사진으로라도 본건 처음이었다. 같이 전시되어 있는 소금 돌도 난생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색감과 촉감이 다른 돌과 확연히 달랐다. (개인적으론 맛을 보지 못해 아쉬웠음..;;)
그 뒤로 땅이 형성되는 과정과 흙과 돌의 종류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섹션이 나왔는데, 어릴 때 교과서 보던 내용들을 이렇게 큰 그림으로 전체를 한 번에 볼 수 있으니 한결 이해하기가 쉬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온다면 아주 좋을 듯하다.
박제된 동물들이 있는 곳은 패스하고 지하로 내려오니 실험실과 강의실들이 있다. 실제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수업을 하다가 바로 전시실에 올라가서 해당 부분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니, 이런 환경에서 공부하는 그들이 부러웠다. 더불어 이런 차이가 배움을 얼마나 좌우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아는 단어보다는 모르는 단어가 절대적으로 더 많아서 전시 관람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영어 공부를 하기엔 더없이 좋은 공간이었고, 무엇보다 다양한 식물과 화석, 돌 등의 자연물을 보면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질감을 느껴보고, 쉽게 볼 수 없었던 패턴이나 색감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물의 흐름, 땅의 생성 과정, 천체의 움직임 등 학생들이 보면 좋은 내용이 많아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함께 방문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