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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MYO Oct 16. 2018

day 38. 아주 사소한 미스터리

수면의 질과 꿈의 상관관계

오늘로 벌써 5번째.

또 화내는 꿈을 꾸고 잠에서 깼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어젠 친구와 함께 시카고에 갔다가 돌아오던 날이었고 5시간을 차 안에, 그중 2시간은 밤 운전을 하느라 적당히 피곤한 상태였다. 여행은 즐거웠고, 돌아오는 길은 말할 수 없이 평화로웠고, 풍경은 더없이 아름다웠고, 우리는 차 안에서 음악을 틀고 신나게 춤을 추며 클리블랜드로 돌아왔더랬다. 돌아오자마자 짐을 정리하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모처럼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또 화를 내는 꿈을 꾸며 잠에서 깼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평소에 그런 꿈을 자주 꾸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다. 클리블랜드에 와서 처음이다. 다만, 잠귀가 밝고 예민한 편이라 평상시에도 쉽게 잠들지 못하고, 낯선 곳에 가면 더 쉽게 잠들지 못하는 편이기는 하다.


그래서 나름 찾은 방법이 자기 전엔 책을 읽다가 졸리면 바로 불을 끄고 자는 것이고, 그렇게 잠들어야 수면의 질이 가장 좋다. 그런데 이번엔 책을 단 한 권도 가져오지 않았다. (e-book은 수면에 도움이 되지 않아 읽지 않는다.) 10권을 가져와봤자 10일이면 다 읽을 테니 3달 치를 가져올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콘텐츠를 소비하기보다는 창조하는 3개월을 보내보자는 원대한(?) 포부가 있었다. (그래서 하루에 하나씩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긴 하다.)


현재 살고 있는 집 근처엔 병원이 아주 많다. 병원과 손님 유치를 위한 호텔, 의대가 모두 밀집되어 있다. 특히 동네와 어울리지 않게 엄청난 크기와 세련된 건축미를 뽐내는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은 오하이오 주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병원이자, 병원의 명예 부분에서 전국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 병원이 집 바로 앞에 있는 큰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를 걸으면 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문제는 덕분에 매일 사이렌 소리에 시달려야 한다는 거다. 낮에는 그래도 괜찮은데 밤부터 새벽까지 더 자주 들리는 사이렌 소리 덕분에 밤마다 몇 번씩 잠에서 깬다. (한국의 이중창이 너무너무 그립다!)

15년째 이어오던 책 읽다 자는 습관을 급작스레 버려서인지, 아니면 사이렌 소리 때문인지 새벽 2~3시에 잠자리에 들어도 기상 시간은 항상 비슷하고, 나도 모르게 계속 피로가 쌓여서 그런지 15일에 한번 꼴로 하루 종일 죽은 것처럼 잠을 잔다.


심한 감기에 걸려 독한 약을 먹어도 하루 종일 자지는 못했던 나인데, 어찌 된 일인지 퓨즈가 나간 것처럼 몸을 일으킬 수가 없다. 그런 날은 낮에 하루 종일 자도, 저녁에 또 잠이 온다. 사이렌 소리 때문에 여러 번 깨는 건 여전하지만.


뭐 여기서 회사에 출근하는 건 아니니 하루 종일 잔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잠을 좀 못 잤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지도 않지만, 화를 내다가 잠에서 깨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희한한 일이다. 상쾌한 아침을 맞이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어이없는 기상이라니.

딱히 알고 있는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도 아니다. 화를 내는 상황은 집, 업무 현장, 길거리 등 다양하고, 화를 내는 이유는 나름 합당한 듯 하나 평소에 생각을 해봤다거나 예전에 겪어본 상황도 아니다.


뉴욕에서의 3박, 시카고에서의 3박, 총 6일은 낯선 곳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있을 때보단 숙면을 취할 수 있었기에 나름 결론 내린 바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자꾸 잠에서 깨는 상황이 화가 났던 게 아닐까 싶다. (진심으로 잠에서 깰 때마다 화가 난다거나 짜증이 난다거나 한 적은 없었지만.)


정확히 한 달 반 후면 베란다에 있는 창문까지 총 4 중창으로 되어 있어 엄청난 방음을 자랑하는 서울의 내 방으로 돌아갈 테고, 그럼 지금 문제는 사라지길 바라며 남은 기간은 지금처럼 잘 지내보는 걸로.

실생활에서 화를 내는 것도 아니니, 꿈에서 실컷 화를 내며 스트레스를 풀어보는 걸로.

대신 서울에서도 이런 꿈을 다시 꾸는 일은 절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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