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지적욕구불만

소설 [디자이너의 마음들]

오늘은 팀원들 간에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토론이 시작되었다. 이제 출퇴근 시간을 자율로 하는 회사가 생기면서 저녁에도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아진 것이다. 누군가는 운동을 하러 가는 시간을 늘렸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취미로 캘리그래피를 배운다고 했다. 그리고 심지어 야간 대학원을 시작할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에 띄게 늘어난 취미 활동에 대해 궁금증을 품고 각 팀원이 관심 있어하는 활동을 적어 자신도 언젠가 다 해보겠노라 다짐했다.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팀원은 붓펜에 이어 딥펜을 만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수영을 배우는 사람은 다음에는 접영에 도전할 거라는 목표도 자랑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이토록 그들의 동기를 자극시키는 것일까 고민해 보다가 결국 지적 욕구라는 답을 내리게 되었다. 지적으로 더 나아지고 싶고 높아지고 싶은 마음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적 욕구가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로 놀라웠다. 아침잠이 많은 사람을 새벽 5시에 일어나게 하고, 끼니를 거르더라도 카페에서 취미에 집중하게 했다.


지적 욕구는 다섯 가지의 욕구를 다루는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 중 자아실현의 욕구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 등 인간이 경험하는 결핍이 어느 정도 채워진 상태에서, 그래도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면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발동된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결국 요즘 세대 사람들이 밥만 먹고 일할 직장이 있으면 살만하다는 평가를 하지 않고 계속해서 취미를 찾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분출구를 찾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각자 자아실현을 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본인의 색깔이나 캐릭터가 흐려질수록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 우울감을 느끼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에 비해 자신이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 같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의 팀원들 중 몇몇은 그중 지적 욕구를 강하게 느껴 취미를 위해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기도 하고, 아침 시간에 짬을 내서 영어학원을 다니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욕구가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각자의 삶에서 누리지 못하는 것을 취미를 통해 충족시킬 수 있을까. 기대에 젖은 마음으로 그도 오늘 새로운 취미를 찾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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