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디자이너의 마음들]
한 달의 시간이 금방 지나가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다이내믹은 항상 바뀌기 마련이다. 그런 중에서도 반복되는 일상은 반가움보다는 낯익은 불편함이 찾아오기도 한다. 가을 시즌이 되면 부쩍 많아진 프로젝트에 조금씩 예민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예민함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팀원들을 항상 긴장하게 만드는 최 대리는 예전에 매거진 편집팀에서 일하던 디자이너 출신으로 긴장감을 주도하는 주인공이다. 그녀의 말에는 서늘함이 깃든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그녀의 피드백 한 문장 한 문장 사이에는 찬바람이 부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편집팀의 특성상 자간이나 행간까지도 잡아내는 노련한 눈썰미는 건축이나 산업디자인을 주로 하던 동료들의 눈에는 가끔 가려지기도 했다. 타이포그래피에 능숙한 그녀에게 마지막 검수를 맡기면서도 수정이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수정 요청을 하는 때도 있는 것 같다.
그녀의 예민함이 극에 달할 때에 가장 고생을 하는 사람은 그녀 바로 밑에서 일하는 김수민 팀원이다. 수민 씨는 큰 키에 비해 마른 편이지만 키보드 위에서 움직이는 손가락은 그 누구보다 빠르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한 마디에 즉각 반응하면서 바로바로 파일을 전송하고 퇴근시간 전에 컨펌을 받아내곤 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마감이 임박한 기간에는 야근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 번은 점심시간에 수민 씨와 마주 앉아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었다.
“요즘 좀 예민한 편이지? 최 대리가?”
“에이~ 그 정도면 괜찮아요. 작년 크리스마스 때에 비하면.”
업무량에 치여 힘들 것 같았는데도 씩씩하게 대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답변은 그런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도 전 최 대리님 밑에서 정말 많이 배워요. 대리님 아니었으면 전 편집일 못 배웠을 거예요.”
깐깐하고 까탈스러운 사람을 모두가 힘들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빨간 펜으로 가득한 교정 안을 받아 들고 이제 하나씩 수정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도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받아하는 일에 희열과 보람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성향이 다른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는 털털한 반면 누군가는 지독하게 깐깐하다. 하지만 그러한 그들을 하나로 물어주는 공통분모는 좋은 것을 만들고 싶다는 동기이자 영감을 받고 싶고 좀 더 자라고 싶어 하는 성장욕구였다.
수민 씨의 성장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또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의 예민함을 인정하고 좋다고 칭송하게 될 수도. 그러기엔 가끔 조금 너무하다 싶지만, 그녀가 있어 팀이 든든하다면 그보다 더 좋은 동료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