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디자이너의 마음들]
항상 밝을 것만 같은 씩씩한 누나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다면 엄마와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울컥하고 화가 나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한다는 양가감정이 이런 건가 싶었다. 누나는 엄마와 한바탕 통화로 싸운 날, 하나뿐인 남동생에게 전화해서 속을 털어놓았다.
“엄마랑 이야기하다 보면, 너무 착한 딸로 살려고 하는 건지, 그냥 내 안에서 이상한 소용돌이가 떠오르는 것 같아.”
어릴 때부터 모범생으로 속 한번 썩이지 않았던 누나는, 뒤늦은 사춘기 때문에 대학생 때는 따로 자취방을 얻어 살면서 집에 자주 들르지 않았다. 어머니는 반찬을 해다 주려고 자주 찾아가기도 하셨지만, 누나는 작은 공간에서 더 싸울 것 같다면서 어머니와의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애썼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누나는 원가정에서 분리되는 과정을 힘겨워했다. 특히나 엄마와 딸 간의 분리는 감정으로 엮여 있어서 그런지 쉽지 않아 보였다. 엄마의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내던 어린 딸은, 커서 당신의 감정을 자신에게 넘기려 하는 것을 견디지 못했고 엄마의 힘겨운 말을 듣기 어려워했다. 아빠의 역할의 부재였을까, 누나는 아버지가 엄마에게 잘 대해주지 못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그리고 형부는 그런 누나를 달래기 위해 노력했고, 감정을 달래주려 애썼다.
누나는 한동안 엄마와의 직접적인 대면을 피하면서도, 그 관계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의 묵묵히 들어주는 면모가 누나에게는 위로가 되었고, 그러면서도 누나는 누군가가 나서서 자신과 엄마와의 관계를 풀어주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버지도, 그도, 누나의 마음에 해결되어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그 시간이 오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반항하지 못하고 자라난 작은 여자아이는, 자라서 부모님의 자연스러운 대화에도 거부반응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했던 자율성의 결핍은 결국 그 아이를 슬프게 했고,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을 키워가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점점 부모님과의 대화를 단절하게 되었고,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떠오를 때에는 격렬하게 반항하면서도 자신이 불효자 같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던 아이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슬퍼지기를 반복했다. 엄마는 딸을 사랑했기에 그저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면 딸은 엄마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는 사실에 다시 괴로워했다.
딸은 엄마를 사랑했다. 그리고 엄마도 딸을 사랑했다. 그저 너무 사랑하기에 아파하는 시간을 견뎌야 했고, 회복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