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말이 많은 이유

소설 [디자이너의 마음들]

그의 팀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다들 일 할 때에는 조용히 일만 하거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옆팀의 김 팀장의 팀원들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각자 일을 하다가도 이런저런 이야기로 서로 말을 걸거나 같이 간식을 먹으면서 왁자지껄 해지기 마련이었다. 그런 팀을 맡고 있는 김 팀장 역시 말이 많은 것을 보면 팀원들이 팀장을 닮아가는 건지 그 팀에 맞는 사람들이 뽑히는 건지 신기하기만 하다.


어느 날은 그의 팀을 찾아온 김 팀장이 맡은 팀원이 인사를 할 겸 훅 들어오는 질문을 했다.


“다들 정말 할 말이 없는 거예요? 아님 말을 그냥 안 하는 거예요?”


순간 다들 당황을 하는 것 같았지만 얼굴을 숨기고는 누군가 이 팀은 일할 땐 집중하는 편이라고 팀을 대표해서 대답했다. 그는 정말 그의 팀원들이 말이 없는 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누나에게 전화가 와서 한참 소식을 듣다가 오늘도 듣기만 한다고 할까 봐 누나가 말이 많은 이유를 슬쩍 물었다. 애당초 집에서 말을 하는 사람은 누나가 유일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말을 아끼시는 편이었는데 누나는 그와 다르게 항상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누나는 뜬금없는 질문에 황당하다는 듯이 고민을 조금 하더니 이렇게 답을 내놓았다.


“그냥, 너한테는 편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요즘 내가 누구한테 전화해서 이야기를 하겠냐.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고 그냥 들어주는 네가 있어서 다행이지. 속 터지는 날엔 말도 잘 안 나오더라.”


누나의 말에 괜히 가끔 바쁘다고 전화를 안 받는 게 미안해졌다. 할 말이 많은 사람은 결국 들어주는 사람이 그리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그 사람이 좋다는 표현이었다. 시끄러울 때는 인상 쓰면서 쳐다보긴 했지만, 그는 처음으로 김 팀장이 편안하기 때문에 그 팀에 목소리가 많이 들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김 팀장이 조금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말을 많이 하는지도 모르게 말을 하는 사람은 사람이 고팠던 거라고 한다.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닿는 것이 그리워 쌓아 둔 이야기를 끊임없이 내뱉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야기를 던지다 보면 피부와 피부가 맞닿는 것처럼 자신의 이야기가 어딘가에 착지한다는 기분이 드나 보다.


그는 말이 많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은 이야기를 던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의 이야기를 받아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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