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가족이라는 울타리

소설 [디자이너의 마음들]

회사에서 그동안 못쓴 휴가를 쓰라고 해서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나러 긴 여정을 떠나게 되었다. 김포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김해공항으로 향하면서 얼마 만에 가는 집인가 싶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거의 8개월 만에 집에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항상 복잡하고 미묘한 심경 변화를 겪게 된다. 이제 30대가 된 자신이 60대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면서도, 부모님 앞에 서면 다시 청소년 시절의 모습으로 서는 것 같아서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가끔은 속상함에 더 무뚝뚝하게 대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공항에 내려 짐을 찾고 나가보니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보니 어느새 눈가에 주름이 늘어난 어머니의 미소가 마음 짠하게 다가왔다. 어머니의 손 흔드는 모습 뒤로 머리가 많이 희끗해진 아버지가 그를 보고 애써 반가움을 숨기는 표정으로 눈인사를 보냈다. 그렇게 그는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은 이곳저곳 새로운 모습으로 달라지고 있었다. 새 건물도 들어오고 고층 빌딩도 많아진 기분이었다. 이젠 그의 모교 앞으로 차를 타고 지나가도 언제 적인지 모를 추억들이 가물가물하게 떠오를 뿐이었다.


부모님과의 식사는 여전히 약간의 긴장감이 돌았지만, 그래도 그는 이제 심적으로 조금의 여유를 느끼는 듯했다. 어느 집 누구는 어떻게 지내는지 고향 이야기에 한참 빠져가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피로감이 느껴질 때쯤, 이제 식탁에서 일어나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한 뒤 씻고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침대에 앉았는데 낯설면서도 낯익은 방 안에서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졌다. 이런 안정감이 오랜만인지 기분이 묘하게 좋아지면서 아련함도 동시에 느껴졌다.


분명한 것은 그가 집에 왔다는 것이었고, 이곳이 얼마나 안전한 곳인지 새삼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부모님의 날개 아래 거하다가 집을 떠난지도 오래된 그였지만,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철새처럼 그의 마음에는 편안함이 깃들었다.


어느새 눈꺼풀이 무거워서 잠에 빠져들 것 같은 그의 얼굴이 어린아이처럼 평안한 미소를 띠면서 스르륵 눈을 감았다. 그렇게 울타리를 찾아온 그의 첫날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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