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디자이너의 마음들]
생각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지 않음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그만큼 짧아져 있는 휴가가 아쉬운 건지 부모님과의 밀린 대화가 많은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어머니의 요리하는 뒷모습이 이토록 정겨웠다는 걸 몰랐는데, 그저 멍하니 바라만 봐도 마음이 편안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뉴스를 틀어둔 채로 그에게 몇 마디 질문을 건네시면서 조심스레 안부를 물어오셨고, 그는 최대한 잘 지낸다는 것을 설명하려 애썼다.
고등학교 이후에 갑자기 서울로 올라가 혼자 살게 되면서, 부모님께서는 준비되지 않았던 이별의 아쉬움을 맛보셔야만 했다. 방학 때도 아르바이트하느라 자주 내려오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안타까우셨는지 두 분이 토요일 아침 일찍 서울역에 내려서 전화를 하신 적도 있었다. 밀린 잠을 자던 그는 연락 없이 왔다면서 투정을 부렸지만 어머니의 반찬은 그 뒤로 일주일 넘게 그의 소중한 식량이 되었다.
부모님을 남겨두고 떠나는 것보다 부모님을 부산행 기차에 태워드리는 것이 조금 더 수월했던 모양이다. 며칠간의 휴가를 마치고 김해공항으로 혼자 지하철을 타고 가려던 그를 붙잡아 공항까지 태워주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뿌리칠 수 없었다.
공항에 가까워질수록, 알 수 없는 저릿함이 그의 마음을 채워오기 시작했다. 그는 부모님과 있던 시간에 자신이 얼마나 무뚝뚝했는지를 조용히 자책하면서, 남은 시간엔 괜히 낯간지러운 말장난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짐을 내리고 나서 가벼운 포옹으로 인사를 하는데 보통 툭툭 어깨만 쳐주던 아버지가 묵직하게 꽤나 오래 그를 안아주시는 것에 조금은 놀랐나 보다. 굳어있는 것처럼 아버지의 포옹을 받고 있으니 어머니께서 잠시 뒤돌아 눈물을 훔치시는 것을 곁눈으로 볼 수 있었다.
“또 올게요. 건강하시고...”
끝말을 흐리는 그의 말에서 잠깐 흐릿해지는 말투가 애써 눈물을 가리려는 것을 눈치채신 건지, 아버지는 차를 빼야 할 것 같다고 얼른 들어가라고 손짓으로 그를 배웅하셨다.
뒤돌아서는 그의 마음에 울컥함이 밀려와 속으로 눈물을 삼켜보았다. 생전 나오지 않던 눈물이 갑자기 나오는 것이 이상했지만 예전에 들었던 지연된 슬픔이 이런 건가 싶었다. 청소년기에 이별을 감당하기엔 너무 벅찼기에 감정을 억눌렀던 것이 쌓이고 쌓여서 이렇게 밀려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슬픔이 지연되면 눈물이 되어 겨울날의 굴러온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었다. 그에게 얼마나 슬픔이 더 남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부모님을 두고 떠나기엔 너무 마음이 묵직하게 아려올 것만 같은 경험을 했던 날이었다.
그렇게 그의 슬픔이 한 꺼풀씩 벗겨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