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디자이너의 마음들]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책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같은 마음으로, 또는 다른 마음으로 미움받을 수 있는 용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다들 그동안 미움을 받고 살았는지, 그 미움에 대해 처음으로 고백해보는 시간을 가졌고, 그것만으로도 감정의 자유를 누리는 것처럼 속이 풀리는 것을 경험했다.
그는 그러한 책의 내용을 다 알지는 못했지만, 누구에게나 잘 보이고 싶은 마음,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간관리자가 되면서 더더욱, 그런 마음을 느끼게 되기도 했다. 위로는 상사에게, 그리고 아래로는 후임에게 미움을 받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양쪽 다 소통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었고, 그는 묵묵히 그 미움을 받아내야 했던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그토록 인정받고 싶어 했던 상사에게, 그저 미움을 받기만 했다면 반대로 미움을 줄 수 있는 건 누구일까 하는 생각.
따라야 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상사에게 밉보이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어쩌면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내려놓으면서까지 누군가의 마음에 들고 싶어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신을 잃어가면서, 망가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지 되묻게 된다.
그 상사의 말에 상처받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그 말에 복종하려고 속앓이를 하면서 입사 첫 한 해를 보냈던 것이 생각이 났다.
그러한 대우에 대해 이제야 이야기를 해 본다면, 그때 그렇게 함부로 사람을 대했던 사람을 미워한다는 마음을 속 시원하게 말해보고 싶었다. 인격적으로 존중받지 못한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았다고, 덤덤히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안 된다는 말에 붙잡혀, 아무도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정말 망가져가는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미워할 수 있는 용기를 내고 보니, 그제야 숨통이 트이는 것을 발견했다.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은 자신 스스로 마음이 건강해지길 원하는 간절한 한 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