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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기대와 실망의 간격

소설 [디자이너의 마음들]

기대하면 실망하게 된다. 

그 간격이 놀라울 만큼 가까이 있다. 


그 누구도 그에게 그런 기대를 품으라고 하지 않았고, 그 역시도 전적으로 그의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에 뒤따라오는 아쉬움은 누군가에게 탓을 돌리는 회피형 방어기제를 끌어당긴다. 이렇게 된 것이 다 누군가 때문이라고 둘러대고 싶은 것이다. 


'너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때 다른 결정을 했더라면...!'


남을 탓하거나, 내 자신을 탓하거나,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지는지에 대한 끝없는 폭탄 돌리기가 시작된다. 누군가를 탓하는 비난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가 결국 그 존재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실망은 결국 처음에 기대를 한 본인의 자유의지에 따라오는 대가이자 결과이다. 그것에 대한 속상함을 토로해도 누군가가 그 기대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바람은 아쉽게도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대가 항상 채워지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과에 따른 마음의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그것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의 문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습관처럼 누군가를 향해 돌리던 비난의 화살을 멈추어야 한다. 당신 때문이라는 말을 꺼내기 전에 한번 더 삼켜야 한다. 


탓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책임으로 여겨진다고 해서 감정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감정은 자신의 몫이다. 실망이라는 그림자 안에 너무 오래 머물다 보면, 다시 기대하고 싶지 않아 진다. 


그 그림자 안에 너무 오래 머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계속해서 줄타기를 한다. 그리고 기대라는 이름의 에너지가 결국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실망한다고 해서 너무 크게 주저앉지 말고, 너무 오래 회피하지 말고,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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