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조용한 사직에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다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의 뿌리에는 무엇이 있을까?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MZ세대 직장인들의 움직임이 있다. 바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진 만큼만 일하고 그 이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처음에는 사직이라고 해서 당장 퇴사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결국 물리적인 사직이 아닌, 정서적으로 사직한다는 의미에서 본인이 스스로 일에서 거리를 두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가까울 것이다.


조용한 사직의 시작


정해진 시간, 보통 9-5이나 9-6라고 지칭하는 시간 내에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는 것이 '조용한 사직'의 대표적인 설명이다.1) 더 나아가, 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삶이 아니라는 의견과, 일을 멀리한다는 것은 삶을 그만두는 것과 같다는 반대 의견이 서로 대칭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러한 관점이 시작된 지점은 어디였을까?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플린이 틱톡에 소개하면서 '조용한 사직'이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2) 해당 게시물은 3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여러 SNS 채널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움직임에 대해, 한때 미국의 직장인들에게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도록 하던 '허슬 컬처(hustle culture)'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현상인가, 드러난 진실인가


혹자는 '조용한 사직'이란 결코 새로운 현상은 아니라고 말하며, 그동안 지속적으로 사용해왔던  '직업을 갖는다(having a job)' 표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말한다. 3)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월요병을 앓는 직장인들이 있었고, 일을 해야만 해서 지친 몸을 이끌고 나오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에 '조용한 사직'이라는 신조어를 힘입어 드러났을 ,  전에도 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번아웃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존재했음을 인정하게 된다.


인사 관리의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조용한 사직'은 어쩌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4) 실제로 근태 문제를 일으키거나, 주어진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도, 직원들이 그만두지 않으면서 수동적인 자세로 근무에 일하는 것이 리더들에게는 더 큰 어려움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예전에는 직원들이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시간과 노력이라는 비용(cost)을 지불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사회적 자본, 복지, 커리어 성취감 등을 받아간다는 생각을 했다면, 이제는 더 이상 그러한 대가 지불과 가치 교환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다른 가치관이 자리 잡는다고 해도, 세대 간의 차이만이 아니라는 생각에, 과연 드러나고 있는 이러한 움직임은 갑자기 나타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겨난다.  



조용한 사직의 뿌리


이러한 '조용한 사직'은 보이는 것에서 근거를 찾기보다, 그러한 현상을 일으키게 된 본질적 근원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팬데믹이라는 긴 여정을 거치면서 열정을 잃어가고, 효율성이 하락하는 등의 보이는 현상 아래에는, 일에 대한 목적을 상실하고,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조직, 그리고 정서적 안정감과 신뢰의 하락 등의 이유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출처 : Human Leaders)


'조용한 사직'의 증상 Symptoms of Quiet Quitting

- 효율성 하락 Reduced Productivity

- 조직 내에서 수동적인 참여와 기여도 Limited team attendance & contribution

- 무관심하거나 지친 상태 Disengaged and/or exhausted

- 열정적이지 않은 마음가짐 Lack of enthusiasm

- 최소한의, 또는 필요한 말만 하는 소통 Limited or only necessary communication

- 시니컬하거나 냉소적인 태도 Cynicism or apathy


'조용한 사직'의 숨겨진 뿌리 Root Causes of Quiet Quitting  

- 일에 대한 목적과 의식 불분명 Lack of purpose & meaning in work

- 부당하거나 부족한 보수 Inadequate remuneration

- 마이크로 매니징 하는 사수 Being micromanaged

- 활용도가 낮거나 자극이 되지 않는 업무 Underutilised or unchallenged

- 제한적인 휴식 Limited time off

- 잘 통하지 않거나 부적합한 소통 Poor or inadequate communication

- 신뢰와 정서적 안정의 부족 Lack of trust & psychological safety

- 발전하고 있다는 인식이나 커리어 확장 기회의 부족 Lack of progression or development opportunities


결국, 사회적인 현상으로 드러난 '조용한 사직'은 조직을 이끌어가야 할 리더들에게는 근심을 안겨주고 있다. 직원들에게 열정을 강조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내재되어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무기력으로 인해 포기하는 것을 선택하기는 쉬우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해답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MZ세대뿐 아니라, 기나긴 어둠을 통과하는 것처럼 팬데믹을 보내온 사회에 소속된 사람들 개개인이 모두 스스로 일에 대해 어떠한 해석과 관점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앞으로 살아가면서 왜 일하는지에 대해 질문하면서, 조금씩 찾아가고자 하는 목적의식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


1) "딱 월급만큼만 일할래요"…MZ세대의 '조용한 사직' (출처: 아시아경제) [링크]


2)  '조용한 사직' 도대체 뭐길래…MZ세대 화제 이유 보니 (출처: 서울경제) [링크]


3) 'Quiet Quitting Is a Fake Trend' (출처: The Atlantic) [링크]


4) 'When Quiet Quitting Is Worse Than the Real Thing' (출처 : HBR) [링크]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를 가고 싶지 않은 직원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