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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빗beta Oct 15. 2021

최고의 리더, 최악의 리더


사람, 갈등의 원인


구글에서 매니저가 정말 필요한 역할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적이 있다. 매니저가 오히려 자신이 일하는데 방해만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래서 2008년에 구글에서는 '정말 매니저가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일 년에 걸쳐 자체적으로 Project Oxygen 이라는 방대한 실험을 했다.


놀랍게도 그 결론은 매니저는 꼭 필요하며, '훌륭한' 매니저는 팀의 생산성을 매우 높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훌륭한 리더의 조건 10가지를 밝혀냈다. (최초엔 8개였으며 9, 10번은 나중에 추가되었다.) 10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리더는 좋은 코치다.

2. 과감하게 위임하고 마이크로매니지 하지 않는다.

3. 성공과 웰빙에 대한 관심을 갖고, 포용적인 팀 환경을 조성한다.

4. 생산적이고 결과 중심적이다.

5.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특히 경청하고, 공유한다.

6. 구성원의 경력개발과 성과에 대해 논의한다.

7. 팀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전략이 있다.

8. 팀을 이끌기 위한 전문성(핵심 기술)이 있다.

9. 회사 내 여러 팀과 협업한다.

10. 강력한 의사결정자다.


의외로 이 10가지 조건은 특별하기보다 매우 상식적이다.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존경받는 리더라면 저 중에 절반 이상은 이미 실천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 주변엔 그렇게도 좋은 리더가 없을까?


내가 경험한 리더 중엔 위의 항목을 실천하더라도 같이 일하기 싫은 경우도 있었다. 무엇인가 좋은 조건을 갖췄더라도 팀을 망가트리는 엄청난 힘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팀원을 더 낫게 (better) 만드는 리더가 있는 반면, 씁쓸하게 (bitter) 만드는 리더도 있다. 훌륭한 팀은 만드는 조건도 중요하지만, 팀을 망치는 조건도 알고 피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도 피해야 할 조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양팔저울은 더 무거운 쪽으로 쏠리게 되어있다. 만약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많은 조건을 실천하고 있더라도 이 것을 한 번에 무너트릴 수 있는 나쁜 조건도 있다. 나쁜 리더와 일하면 내가 하나의 부품같이 여겨지고, 성장은 멈춘 것 같으며,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당연히 이런 상사나 회사에게 자신의 열정을 바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직장인들에게 퇴사하는 이유를 물으면, 어떤 설문조사든지 항상 '사람과의 갈등'이 1~2위를 차지한다.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와의 갈등이 매우 큰 고통이고, 결국 퇴사까지 결심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Employees don’t leave companies, they leave managers.
직원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상사에게서 떠나는 것이다.


팀원을 떠나지 않게 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 하지 말아야할 행동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여러  앞에서 누군가 무시하기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것은 결코 유용한 방법이 아니다. 직위가 높다고 해서 남을 무시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너무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몇 번 기회를 주고 그래도 안 되면 당사자와 주변 사람을 위해서 퇴사를 권고하는 것이 낫다. (부당한 퇴사가 아니라면 퇴사 권고도 당자사를 '위해' 할 수 있다. 나는 직장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퇴학당한 후 결국 더 행복해졌다.)


나는 공개적인 망신을 당할 때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 안다. 발가벗겨진 듯한 굉장한 수치심이 든다. 특히 내 행위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에 대한 모욕을 들었을 때는 더욱 그랬다. 그런데 생각해야 할 점은 이런 ‘비폭력 공개 처형 행위’가 망신당하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잠재적 피해자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 광경을 지켜본 사람 중에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나에게도 언젠간 저런 일이 닥칠 수 있겠구나. 나도 잘 못하면 언젠가 저 사람처럼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러 사람 앞에서 누군가 망신 주는 사람은 같은 조건이 되었을 때 다른 사람에게도 얼마든지 똑같이 할 수 있다. 사람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안 좋은 말은 1:1로 하는게 좋다. 심지어 내보내야 할 만큼 형편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면 안 된다. 그것은 문화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다. 공개적 망신 행위를 일삼는 리더에겐 신뢰가 쌓이지 않는다. 내가 똑똑한 사람이면 굳이 그런 사람과 일하지 않을 것이다.


피드백은 변화를 일으켜야 진정한 피드백이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긍정적' 변화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포는 짧은 시간 안에 변화를 만들지만,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회사가 살기 위해선 사람도 살려야 한다. 공포를 사용하는 리더십은 회사가 망하기 직전 전시 상태에서나 용인될 수 있다.


그렇다고 여러 사람 앞에서 망신 주는 것은 항상 나쁜가? 그렇진 않다. 누군가 중요 회의에 늦어서 다른 사람을 다 기다리게 했으면 뭐라고 해야 한다. 잘못한 것에 대한 지적은 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도 늦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 앞에서 한 사람을 지적하는 경우는 그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을 때이다. 회의에 늦으면 안 되는 것을 참석자들 모두 알고 있다. 어떤 사람이 회의에 늦는 일이 자주 반복된다면 본보기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대신 그 목적은 그 사람을 깍아내리기 위한 것이 아닌 더 좋은 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어야만 한다. (더 좋은 방법은 배달의민족처럼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같이 회사 규칙으로 정해놓는 것이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한 대기업에서 최종 발표할 때의 일이다. 그 기업의 대표는 발표를 듣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자 이에 대해 더 잘 아는 우리는 사용자를 대변하여 다른 의견을 냈다. 그러자 그 말이 마음이 들지 않았는지 "당신은 누군데 여기에 있냐"며 회의실에서 나가라고 했다. 당황스러웠다. 자신의 말에 반대하면 그것이 얼마나 논리적이든 관계없이 '나쁜' 것이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무슨 감정을 느꼈을까? '와 대표님 박력 있다.'라고 생각했을까? 아마 두려움이 생겼을 것이다. '나도 반대 의견을 말하면 쫓겨날 수 있겠구나. 대표님 입맛에 맞게 발표 안을 만들어와야겠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조직 전체 퍼질 것이고 직원들은 모두 대표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들을 것이다. 그게 아마 그분이 의도했던 것이고, 그렇게 조직을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리더의 공개적 발언은 원하든 원치 않든 엄청난 파도가 되어 멀리 퍼진다.



2. 상사에겐 무조건 복종하고 부하에겐 무례하기


한 대기업과 프로젝트를 할 때였다. 한 상무님이 프로젝트 초기부터 결국 해석하면 '너네가 뭘 알겠냐. 이 정도의 일만 해라. 그 정도만 기대한다.'인 말을 아주 우아하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 분과 오랜 기간 함께 한 것은 아니기에 실력은 모르겠지만 태도는 거만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똑똑한 사람이야.'라는 아우라를 말투, 제스처, 그리고 온몸으로 풍겼다.


그런데 어느 날 회사 고위 인사가 다 모인 자리에서 CEO가 그 상무님에게 한 마디 하자, 어떠한 대꾸도 없이 "예, 알겠습니다."라고 짧고 굵게 대답했다. 내가 생각해도 그분은 할 말이 참 많았을 것 같은데, 갑자기 순한 양이 되어 버렸다. 어이가 없었다. 아까는 그렇게 카리스마가 넘치던 분이 아니던가? CEO의 말 한마디에 자기 할 말도 못 하는 저 사람이 어제 내가 본 사람 맞나.


이 사건을 포함하여 몇 기업에서 비슷한 장면을 목격하니 수직적 위계질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수직적 위계질서가 필요한 곳도 있겠지만 최소한 IT 분야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진급하여 높은 자리에 가면 나도 저렇게 될까? 상사 말은 이해가 되지 않아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일까? 직급이 높으면 절대권력이 되는게 맞을까? 저런 환경에서 내가 만약 높은 직급이라면 일하는게 만족스러울까? 그래도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알려져 있는 곳이 이렇다면 다른 곳은 얼마나 더 심할까? 이런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 분과 같이 일하는 팀장님들도 자유가 없어 보였다. 상급자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항상 눈치를 봤다. 아무리 노력해도 상사에게 혼나면 팀원들에게 시켰던 일을 되돌려야 할 때도 있고 취소해야 하기도 했다. 온전히 자신의 자율성을 가지지 못했다. 말로만 듣던 위에서 치이고 아래서 치이는 중간 관리자였다. 리더가 스티브 잡스처럼 천재가 아니라면 (이런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혁신이 나올 수 있을까.


의사 결정은 직위가 아니라 지식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 의사결정을 할 때 상사 의견에 더 무게가 실린다면 누구도 의견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저 사람 의견대로 되겠지만 나도 뇌는 있으니까 의견을 내야겠다.' 정도로 생각한다. 직위를 사용하여 의사 결정을 하려는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의사 결정의 효율성을 떠나서 그 행위가 모두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무조건 직위 높은 사람아 결정하며, 직위가 낮은 사람의 의견은 무시된다.' 직위의 힘은 지식의 힘이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첨예한 지점에 이를 때만 활용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갑질에 불과하다.



3. 실력이 아니라 경력만 쌓기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는 욕심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타이틀은 그 사람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자신의 실력 이상으로 무리해서 타이틀을 얻으려고 하면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이용하게 된다.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하게 된다. 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챙겨야 할 동료들에게도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자리와 역할을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을 매우 경계한다. 그저 일을 잘하려고 하는 사람까지 경계한다. 그래서 팀원들은 그 사람과 같이 일하길 꺼려하고, 무엇보다 박탈감을 느낀다. 사람들은 왜 그 사람이 팀장이 되었는지 뒤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결국 이런 사람을 임용한 회사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같은 일이 여러 번 발생하면 오히려 잘하는 사람들이 퇴사한다.


나는 사수 없이 오랫동안 일했다. 다른 분야의 디렉터 분들에게는 많이 배웠지만, 정작 내 분야의 리더는 없었다. 그래서 내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긴 했지만, 나를 더 빠르게 성장시켜줄 누군가를 계속 찾았던 것 같다.


어느 날 회사에 화려한 이력의 디렉터가 들어왔다. 많은 유명한 회사를 거쳤고, 이전 직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전 국민이 아는 곳이었다. 나는 너무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드디어 나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 꿈이 깨지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력과 실력은 상관관계가 없음을 깨달았다. '저분이 이전 회사에서는 잘했는데 단순히 회사가 안 맞아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일까?' 차라리 이렇게 믿고 싶었다. 전 회사는 그분의 어떤 면을 보고 채용했던 것일까? 그 분과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만족했을까?


그 분과 1:1로 솔직하게 여러 번 얘기도 해봤다. 막상 대화는 잘 통했다. 그분도 본인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고 인정도 했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할 때는 너무나 답답했다. 말한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 뒤로는 1:1 조차도 포기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같이 일하는 동료도 나와 같은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정말 힘들었다. 경력이 화려하다고 그 사람을 무조건 신뢰하고 의지했던 과거의 내가 후회되었다. 그분은 이력서에 화려함을 한 줄 더해줄 그런 곳으로 이직했다. 이력은 실력이 아니다.



4. 공감 없이 자기주장만 하기


종종 남의 의견은 듣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혹은 남의 의견을 듣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들어줄 생각이 없고 결국 본인의 생각대로 한다. 매니저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참고하지만 최종 판단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하지만 왜 남의 의견이 타당하지 않은지, 왜 자신의 생각이 더 맞는지 이해시키는 것이 좋다. 이런 과정이 없으면 팀원 입장에서 한 두 번은 그냥 넘어가겠지만, 반복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의 의견을 내지 않는다. '어차피 듣지도 않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의견 내기를 포기해버린다.


더 심각한 경우는 리더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억지로 논리를 끼워 맞추는 것이다. 이건 단순한 고집보다 더 나쁘다. 공감되지도 않는 비약이 심한 논리를 창조해내려는 노력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더 이상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팀원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저 리더의 비합리적이고 고집스러운 의사 결정이 통과되는 회사에 내 열정을 바치고 있구나.'


이런 리더와는 합리적이고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리더는 차라리 권위로 누르는 것이 팀원 입장에선 편할 수도 있다. 빨리 포기하고 따르면 되기 때문이다. 희망고문이 더 무섭다. 팀원의 의견이 반영되지도 않는 ‘열린 토론’은 오히려 독이다.


리더는 때로 팀원의 입장과 반대로 가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독단적인 결정과 결단력은 구분해야 한다. 독단적인 결정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을까? 나는 결과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 일이 성공했을 때 리더가 자신을 높인다면 그건 독단적인 결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본인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므로 공을 자신에게 돌리게 된다. "이것 봐. 너네가 다 반대했지만 내가 말한 대로 하니 성공했잖아. 내 말 듣기 잘했지?" 이렇게 대놓고 말하지 않는 교묘한 사람이라도 태도와 행동에서 자신의 마음이 다 드러난다.


리더가 이런 태도를 보이면 팀원은 사기가 떨어진다. 사기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성공해도 그 성공에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싫어진다. 성공한들 그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리더가 자신의 공까지 모두 가져가 버리기 때문이다. 훌륭한 리더는 성공하더라도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자신을 따라준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실패했을 때는 책임을 진다.



5. 공감만 하고 해결하지 않기


리더가 파괴적 공감을 하는 경우도 있다. 팀원이 어려움과 문제를 토로할 때 공감만 해주고 실제로 해결은 하지 않는 경우다. 앞에서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힘들었겠다고 위로해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상사 앞에서는 팀원의 불만을 꺼내지도 못한다. 중간에서 스펀지처럼 의견만 빨아들인다. 차라리 비켜주면 팀원이 해결이라도 할텐데 그 가능성 조차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내 매니저는 말은 잘 들어주는데 막상 해결되는건 하나도 없다. 내가 아무리 말해도 변하는게 없어서 그냥 말하길 포기했다."라는 말을 듣고 정말 안타까웠다.


이런 리더는 처음에는 팀원에게 큰 호감을 얻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팀원은 리더의 앞과 뒤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의견은 허공에 외치는 소리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엔 불만과 개선점을 말하다가 어느 순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게 된다. 포기해 버린다. 더 안타까운 것은 팀원이 결국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맨날 불만만 말하는 사람 같아서 조직에 불필요한 사람 같다. 그리고 불만만 말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싫다. 회사를 바꿀 수 없다면 회사를 떠나야겠다.' 


아무리 좋은 팀과 조직도 항상 문제는 있다. 팀원의 입을 닫게 만드는 리더는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고 조직을 뒷걸음칠치게 한다. 팀원은 멘탈 테라피를 받고 싶은게 아니라 실질적 해결을 원한다.



겸손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


개인적인 성향일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리더는 모두 인성이 좋은 분들이었다. 그분들은 실력은 물론이고 인간미가 넘쳤다.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않는 여유가 있는 분들이었다.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 내가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계속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답답했다. 마지막 날까지 나는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결코 야근하는 법이 없던 리더는 이상하게 그날 따라 퇴근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셨다. 밤 10시가 되자 내 옆으로 오셔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셨고 자정이 되어서야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누구에겐 당연한 것일 수도 있고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당시 나에겐 정말 감동이었다. 리더의 끝까지 책임지려고 하는 모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우스를 뺏지 않고 끝까지 자율성을 인정해 주셨다는게 감동이었다.


그분은 업계에서 잘 알려진 유명한 분이었다. 그런데 프로젝트 시작 때부터 별다른 지시 없이 나를 방치하셨다. 처음엔 너무 의아했다. 뭔가 제대로 된 디렉션을 받으면서 일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분은 옆에서 묵묵히 여러 아이디어를 던져주시는 방법을 택하셨다. 최종 결정은 나에게 맡기셨다. 시간이 지나자 나에게 자율성이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지금 팀에서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들의 자율성을 존중한다. 그래야 외부의 힘이 아닌 내부에서 자라난 힘으로 일할 수 있다.


리더의 탁월한 능력은 위기 상황에서 발휘된다. 나도 힘든 상황이 오면 평정심을 잃을 때가 있다.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어느 상황에서나 따뜻한 마음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 팀의 에너지가 마이너스가 되었을 때, 플러스로 끌어올리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꼭 활발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더 빛나는 사람은 묵묵히 할 일을 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이 모습을 의외로 나의 리더가 아닌 팀 동료들에게서 발견했다. 멋있었다. 덕분에 나도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만약 리더가 겸손하다면 사람들은 그 리더가 진심으로 성공하길 원한다고 말한다. 반면에 리더가 이기적이면 사람들은 그 리더가 실패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지능이 아닌 감성 지능의 시대


구글의 Project Oxygen에서 보듯 '전문성 (기술력)'은 훌륭한 리더의 조건 중 8번째에 불과하다. 그 외에는 모두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가'에 관련된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이해관계자를 배려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회사 상황이 좋을 때는 리더의 태도보단 능력이 더 빛난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빛나는건 능력보단 태도이다. 위기 상황에서 사람 대하는 태도를 보면 리더의 진짜로 숨겨진 면모를 볼 수 있다. 자기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리더는 남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사고한다. 자신을 자꾸 변호하면서 그게 변명인줄도 모른다. 동료의 힘듦과 어려움보다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단지 "사태를 이렇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책임감을 느낀다. 그 동안 많이 힘들었을텐데 고생 많다." 이런 한 마디 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기도 한다. 감사와 사과는 사람과 사람이 인격적으로 소통하는 가장 첫걸음이다.


사람들은 나쁜 매니저를 욕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욕하는게 목적이 아니라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상사와 회사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다가, 어느 순간 그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 상황을 피하게 되고 결국 그 끝은 퇴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벤 호로위츠의 "사람 먼저, 제품은 그다음, 수익은 마지막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정말 이 순서가 맞다.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는 리더는 신뢰를 얻지 못한다. 신뢰 없이는 조직을 이끌기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단한 것을 원하는게 아니다. 공정한 환경을 원하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인정을 바랄 뿐이다. 그리고 때로는 위로가 필요할 뿐이다.


If people trust you, they will listen to your vision even if it is less articulate. If you are super-competent, they will trust you and listen to you. If you can paint a brilliant vision, people will be patient with you as you learn the CEO skills and give you more leeway with respect to their interests.
만약 사람들이 당신을 신뢰한다면, 설사 당신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조금 부족하다 할지라도 당신의 비전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아주 유능하면, 당신들은 당신을 믿고 당신 말에 귀 기울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눈부신 비전을 그려낼 수 있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CEO 기량을 닦는 동안 참을성 있게 기다려줄 것이고, 그들의 이해관계와 관련해서도 당신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부여할 것이다.
- Ben Horowitz, Co-Founder of a16z





이 글을 작성하면서 공개 여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내 의도는 사람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겪었거나 들은 당시의 '태도'를 말함으로써 우리 스스로 주의하자는 것이다. 나를 포함하여 누구나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 부족함을 깨닫는 것이 우리가 더 나아지는 첫걸음이라고 믿는다. 또 다른 걱정도 있었다. 독자가 이 글을 보며 '내 상사가 딱 이래!'라고 생각하며 자기 상사를 비난하고 본인을 정당화하는 용도로 사용할까봐 걱정되었다. 이 글은 상사 욕하면서 대리 만족하라고 쓴게 아니다. 누구나 약한 면이 있다. 팀 동료들이 나의 실수를 용납해줄 때 정말 큰 위로를 받는다. 이 글을 작성한 나도 이 글에 의해 판단받을 것이다. 미래에 내가 혹시나 나쁜 태도를 보였을 때 누군가 이 글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하면 좋겠다. "이거 당신이 쓴 글 맞죠?"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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