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1000만 원 벌면 어때?

현실을 살아보니 알게 된 돈의 진짜 정체

by 이혁진

어릴 때 어머니가 내게 물었다.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한 달에 1000만 원 버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 나이의 나는 1000만 원이 마치 63 빌딩처럼 towering(우뚝) 선 숫자라고 느꼈다.
그 높은 곳에 도달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삶의 질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 믿었다.


시간이 흘러 첫 직장에서 받았던 월급은 170만 원.
수습기간엔 140만 원이었다.
자연스럽게 ‘1000만 원’은 더 멀게 느껴졌다.


그러다 회사에서 나와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었고, 첫 달 수입이 500만 원을 넘었다.
당황스러웠다. 이게 왜 되는 거지? 하고.
운과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덕에 6년이 지난 지금은 월 700~1000만 원의 변동 구간에 있다.
어릴 때 말했던 ‘꿈’이 실현된 셈이다.


사람들이 묻는다.
“야, 한 달 1000만 원 벌면 어때?”


나는 항상 똑같이 대답한다.

“별거 없어. 너희랑 똑같아.”


이건 겸손이 아니다.
정확한 현실이다.




소득이 올라간 만큼, 삶이 비례적으로 좋아지지 않는다

1000만 원으로 200만 원 시절보다 5배 나은 삶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 나는 LH 전세를 알아보고 있고, 이사 갈 집에 욕조가 있으면 하는 게 소원이다.
비데 하나 설치하며 ‘그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어른이구나’ 하고 안도한다.

보험료가 너무 높아 고민하고, 아이가 생기면 또 더 낼 보험 비용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소득이 올라갔는데 왜 여전히 절약을 고민할까?”

대답은 간단하다.


많이 벌면, 많이 쓰게 되는 구조가 자동으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1000만 원 받는 사람이 원룸에 살까?
대중교통만 탈까?
8,000원짜리 커피를 고민할까?


대부분 아니다.
소득이 올라가면 ‘삶의 기준’이 재설정된다.
지출도 같이 상승한다.
이건 인간의 본능이자 경제의 심리학이다.




중요한 것은 ‘소득의 크기’가 아니라 ‘구조’

나는 20대 사촌동생들에게 늘 같은 말을 한다.


“얼마 버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네가 번 돈 중 몇 퍼센트를 ‘미래의 나’에게 남기느냐가 중요하다.”


소득이 작은 사람이 반드시 적게 저축하는 건 아니다.
소득이 큰 사람이라고 반드시 많이 남기는 것도 아니다.
지출은 소득을 따라 비례적으로 커지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라이프스타일 인플레이션’의 전형이다.


결국 근로소득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
일하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이 오르면 지출도 같이 상승하는 이유다.


경제적으로 중요한 건 오직 하나다.

일하지 않아도 들어오는 돈, 즉 자산소득의 크기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가 말한 것처럼,
월세·배당·이자 같은 흐름이 생활비를 대신할 때 비로소 부자라는 말이 가능하다.

이건 ‘많이 버는 사람을 부러워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소득 상승은 당연히 추구해야 한다.
다만 우리가 정말 집중해야 할 목표는 ‘자산이 일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내가 다시 어릴 때로 돌아간다면

어머니가 다시 물어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는 자산소득으로 한 달에 1000만 원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63 빌딩보다 더 높이 올라가는 길이다.
그리고 이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근로소득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기만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