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읽기] 나는 '중독'에 걸렸다
중독은 약이나 수술로 고칠 수 없는 지독한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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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후반부터 5월까지 40일 가까이 다운 게임의 콘텐츠 소비에 29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카드로 결제했다. 콘텐츠 구입을 누르고 한 번만 더 누르면 다른 절차가 필요 없어서 눌렀으나 결코 300만 원이 다 되는 돈을 게임에 사용하려는 생각은 없었고, 그 정도가 될 거라고 믿지도 않았다. 3,900원에서 20,000원 사이의 금액을 누른다고 300만 원까지 되겠어? 그런데 그렇게 됐다. 놀라서 거기서 한 번은 멈췄었다. 그런데 또 두 번째도 가능했다. 지난달부터 다른 게임에 내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나름은 절약해 보겠다고 현금으로만 구입 가능한 구글 게임 쿠폰을 사고 있다. 두 번 실수는 하지 않겠다는 나의 굳은 의지라고 해야 할까? 헛웃음을 참을 수 없게도..... 현금 서비스까지 받아서 구입하고 있다. 금액의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금액도 문제였다.;;;;;; 근본적인 문제(진짜 문제,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내가 이미 깊숙이 중독된 상태라는 것이다.
중독은 병이다.
약이나 수술로 고칠 수 없는 오로지 자신의 뇌가 바뀌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해야 하는 지독한 병이다. 이런 병인데도 중독을 두려워해 본 적은 없다. 가지가지 중독을 달고 살고 있어서 나에겐 '익숙해도 너무 익숙한' 삶의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창피하지도 않은(지겨운 실수에 대한 당황스러움조차 없는) 이유는 뭐지? 어떻게 해야 할지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때가 점점 다가오는데 언제까지 모른 척 이 상태로 있으면서 준비하지 않고 있을 거지? 지금껏 항상 필사적으로 현실을 피하기 위한 도피처를 찾으면서 살아왔다. 난 두려움조차 피하고 있는 것이다. 닥칠 수밖에 없는 뻔한 결과에 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생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 자신에게? 이 같은 현상을 딱 한번 직접 해결해 본 적이 있었는데,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개인 회생을 신청했던 때였다. 그 판결에 대한 집행도 다 완결되고 심지어는 새롭게 카드를 만든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는데 난 다시 엉망이 되었다.
최근에 극심해진 나의 이런 현상(문제)은 상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직면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지금까지 잘못했으면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하고 고개를 돌리거나, 대책 마련이 아닌 무기력하게 자신을 포기하는 것으로 일관되게 도망을 선택해 왔었다. (이건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너무 잘 알고 있잖아! 그런데 왜 그냥 있어?) 이번에는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포기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나에게 벌어진 현상을 정면으로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취업을 하려고 하던지, 돈이 되는 일거리를 찾아서 해야 한다. 이번 나의 현상을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나를 평안하게 만들어 줄 방법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 여기 이 '평안' 이야말로 내가 살아가는 궁극의 이유고, 내게 필요한 가장 현실적인 문제 해결의 보상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가장 큰 기회임을 이제는 안다. 기억하자.
참고로 나에게 유료 게임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