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한 게 아니라 악한 건가? 나는 악인인가!
악인에게는 자기애가 부족하다
악인에게는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들의 공통점이란 자신을 증오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미워하고 있기에 나쁜 짓을 한다. 악행은 자신을 상처 입히고 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파멸로 향하는 길을 계속해 나아간다.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악인 자신을 향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주위 사람들까지 희생시킨다. 도박 중독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주위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과 같다. 따라서 악인 불행을 자업자득이라 방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이 자기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도록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악은 급속도로 세상에 만연하게 될 것이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中에서-
지난 8월 8일 다니던 회사를 그저 뛰쳐나왔다. 나와서 카톡 계정 삭제하고, 전화는 일시정지시키고.... 10년, 짧지 않은 시간을 다니면서 몇 번 같은 짓을 반복했었다. 그때마다 돌아갔다. 그때는 나 말고 디자이너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엔 거기에 나 말고 누군가가 있다. 항상 그만둬야겠다고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고 줄곧 생각해 왔어도 이번에 나오는 것은 많이 망설였다. 나 아니어도 되는데.. 그런 상황이 되니 오히려 떠나기 싫은 단순한 질투인 거였는지 그랬다. 그런데도 뛰쳐나온 이유는 극히 단순하다. 거기에 있기 싫었다. 우선 대표의 처남이나 동생 등 사람들이 싫었다. 사람들이 싫으니 그 좋아하는 일도 싫어지는 데 달리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그저 아무 말하지 않고 다음날부터 출근을 하지 않았다. 난 이렇게 나온 것에 일말의 죄책감이나 책임감은 가지지 않는다. 난 내 감정에 충실하게 결론짓고 행동에 옮겼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혹은 어떤 고생을 할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것이 악인이라는 증거일까? 만약 그들이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면 난 악인이 아닌 건가? 그럼 난 그들이 당연히 당황하고 힘들어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건가? 니체의 말이 내게 충격을 주는 것은 내 속에서 그동안 생각해 왔던 것을 정확하게 콕 짚고 있기 때문이다. 난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 악한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그런데 마음속에서 자주 격한 감정으로 사악함을 행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들킨 것처럼 니체가 내게 말을 걸어오니... 멘털이 털린 기분이 딱 이렇겠지. 반면에 항상 자신이 하는 행동, 일거수일투족에 후회라는 저주를 퍼 부면서 살아왔는 데 이제 그것에서도 해방이 된 기분이다. 나처럼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 더는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안심 같은 기분인가!
난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자신 안에 갇혀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소통을 해야 할 정확한 때에 멍청한 어휘를 선택하거나 말할 순서를 미리 정하지 않아 상황에서 자신이 스스로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사람, 조금 매사가 진지해야 하고 심각한 사람, 바로 그 심각한 것이 문제인 사람일 뿐이다! 잡고 있지 않아도 되거나 잡고 있으면 안 되는 것을 부여잡고 그저 발을 뻗으면 되는 것을 눈을 감은 채 웅크리고 있었다. 그래서 불쌍하다고 생각해왔는 데 아니란다. 악한 거란다. 그것이 '객관적인 너무나 객관적인' 사실이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이 과정이 내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난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니체가 내게 말한다. "이제 넌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