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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찬호 Aug 01. 2023

2-5. 프랑스 리옹, 9000km 너머의 K-컬처

이역만리에서 마주한 고향의 조각들

오랜 역사와 현대적인 감성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 리옹, 오늘은 이곳의 또 다른 면모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사온 강의 풍경

리옹은 로뉴 강(Rhône River)과 사온 강(Saône River), 두 개의 강이 합류하는 지역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그중 하나인 사온 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리옹의 구시가지로 향했습니다.


구시가지의 아트숍

리옹의 구시가지는 중세의 풍경을 잘 보존하고 있는 지역으로 다양한 가게와 건물들로 가득 찬 명소입니다. 저는 여러 가게들 중 한 아트숍에 들어가 프랑스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프린팅들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가게의 한 귀퉁이에서 낯익은 글자가 적혀있는 접시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반가운 한글

바로 한글 캘리그래피가 적혀있는 접시였습니다. "부처의 마음을 한반도에 평화를 새순 돋는 나무처럼", 어떤 이가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정성스레 새겨 넣은 접시를 9000킬로미터 떨어진 유럽의 한복판에서 우연히 맞닥뜨리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역만리에서 마주한 고향의 한 조각은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신기한 감정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때부터 한국의 흔적들을 리옹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한국 소주들

접시 다음으로 만난 한국의 모습은 바로 소주였습니다. 오징어 게임, 기생충, BTS 등 한류의 인기와 더불어 한국의 식문화 또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뉴스 기사 혹은 유튜브로만 소식을 접하다가 이러한 풍경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있자니 새삼 한국의 문화가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식료품점 내부에서는 소주뿐만 아니라 한국 라면, 양념 등 수많은 식재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신기했던 점은 한국에서 보기 힘든 딸기맛, 자두 맛 같은 소주들도 판매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번 도전해 볼까 고민했지만 원활한 관광을 위해 눈으로만 담아 갔습니다..


그림 같은 풍경

리옹의 구시가지에서 벗어나, 로뉴 강과 사온 강의 사이에 있는 뉴타운 지역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이곳에서는 두 강 사이에 위치한 특성으로 인해 특이하고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강 맞은편의 언덕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은 남진의 님과 함께에 나오는 가사인 "저 푸른 언덕 위의 그림 같은 집" 그 자체였습니다. 풍경에 반해 한참을 걷던 중 갈증을 느껴 카페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코너를 돌아한 카페를 발견한 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비비며 카페의 간판을 확인했습니다. 강렬한 파란색 바탕에 고딕체로 쓰인 카페의 이름은 참으로 한국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우연히 발견한 이상 지나칠 수 없었고 카페 안으로 들어가서 메뉴를 확인했습니다. 


기와 카페의 내부 모습

알고 보니 기와 카페는 프랑스인 남편분과 결혼하신 한국인 사장님께서 차리신 곳이었습니다. 창업이라는 일은 한국에서도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이 먼 곳에 자리를 잡으시고 새로운 도전을 하시는 모습이 놀라우면서도 존경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시는 프랑스인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메뉴를 설명해 주셨고 리옹에서 맛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망고 빙수를 주문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리옹에서 맛보는 망고 빙수

K-푸드의 자자한 명성답게 한국에서 먹는 것만큼이나 맛있던 망고 빙수였습니다. 프랑스 현지인들로 바글거리는 카페를 보니 희미하게 존재했던 애국심이 스멀스멀 피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국 식당 도시락!
로뉴 강의 풍경

너무도 반가웠던 기와 카페를 뒤로하고, 사온 강 맞은편에 있는 로뉴 강으로 향했습니다. 로뉴 강으로 향하는 길에서도 마치 짜 맞춘 것처럼 도시락이라는 반가운 이름의 한국 식당을 지나쳤습니다:D 그렇게 도착한 로뉴 강의 풍경은 어둑해지는 하늘로 인해 한층 더 아름답게 빛나며 리옹에서의 마지막 밤을 배웅해 주었습니다. 


리옹은 아무래도 파리나 마르세유, 니스처럼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다 보니 큰 기대를 품고 향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리옹은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해 주었습니다. 또한,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이 도시에서 정겨운 고향의 조각들까지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특성상 작은 구석구석까지도 관찰하며 다니는 저는, 기대하지 않았던 여행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하면서도 특별한 우연의 순간들을 사랑합니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던 프랑스 리옹이었습니다. 


짧지만 인상 깊었던 세계디자인테마기행 리옹편은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행선지는 이번 프랑스편의 마지막 행선지, 한때 세계의 중심이었던 예술의 수도, 파리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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