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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찬호 Jun 16. 2023

1-1. 대만 타이베이, 화려한 간판의 도시

feat. 30000보 죽음의 행군

유럽과 동남아시아 위주로 여행을 다녔던 저에게 중화권 나라들은 언제나 가깝지만 먼 나라였습니다. 중국의 웅장한 수도 베이징, 복잡한 역사와 문화를 지닌 홍콩 등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었지만 첫 번째 중화권 여행지로 꼽힌 곳은 바로 대만의 타이베이입니다!


한국과 가까운 위치에, 익숙한 식문화와 비싸지 않은 물가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여행지인 대만. 이러한 대만을 두고 흔히 "중국과 일본을 섞어놓은 나라이다", "익숙한 듯 새로운 나라이다"와 같은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또한 대만을 다녀오고 느낀 점이 앞서 많은 분들이 표현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첫 중화권 여행지라는 주관적인 시선으로 인해서 여느 여행지보다도 큰 새로움을 저에게 안겨준 곳이라 생각합니다.


2박 3일간의 짧았던 여행, 세계디자인테마기행 대만편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타이베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것은 한자와 영어가 병기되어 있는 간판이었습니다. 중화권이 아닌 여행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한자 간판이었지만 주된 언어로서 사용되는 만큼 특별하게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새벽 2시 비행에 현지시간 4시 도착이라는 무시무시한 일정으로 인해 도착 직후, 24시간 운영하는 우육면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크고 아름다운,, 간판이었습니다. 강렬하고 굵직한 느낌의 한자는 우육면이라는 메뉴와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육면을 먹고 식당에서 나오니 새벽 6시, 아침해가 막 떠오른 시간의 타이베이 거리는 텅 비었지만 귀여운 형형색색의 간판들로 꽉 차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점은 생각보다 한국어가 표시되어 있는 간판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마치 명동에서 엉터리 영어 번역기로 대충 돌려놓은 듯한 문구들이 여기저기 숨어있는 것을 보자니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대부분이 한자로 쓰여져있던 탓에 뜻은 알 수 없었지만 알록달록하고 다양한 형태의 간판과 표지판들이 대만의 첫인상이었습니다.


1. 깔끔하고 정돈된 타이베이 바난라인의 정보디자인 2. 대만의 티머니, 이지카드에 그려진 관악구의 코 큰 강감찬 캐릭터랑 비슷한 재질 코크니 캐릭터

타이베이의 지하철은 10개도 안되는 노선으로 서울에 비하면 아주 간략해서 길 찾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지하철에서의 정보디자인 또한 주목도가 높지만 편안한 색채를 사용하고 큼직하고 정돈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이렇게 깔끔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곳은 용산사라는 이름의 사찰이었습니다.


정교하면서도 간결한 용산사의 건축물

용산사는 불교와 도교가 섞여있는 종교시설이었는데, 그만큼 화려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소였습니다. 특이하게 건물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도 조각이 되어있었는데 굉장히 정교하고 아름다우면서 유럽의 조각들과 견주어봐도 그 미감이 뒤처지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사진에서 보이는 기둥들은 사람들의 소망을 적은 작은 칩들을 저렇게 쌓아놓은 것인데, 그 모습이 마치 픽사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기억 저장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저곳을 소망 저장소라고 부르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행선지로 향하는 와중에도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간판들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했습니다. 대만의 기후는 연중 200일이 넘게 비가 올 정도로 습하고 강수량이 많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건물의 1층은 대부분 비를 피할 수 있는 형태로 지어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비를 많이 맞은 건축물들과 간판들은 색이 바래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바래진 색감이 대만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했습니다.



화려한 간판들을 거쳐 도착한 곳은 타이베이 중정기념당. 대만의 초대 총통 장제스를 기념하기 위해서 1980년 지어진 거대한 건축물입니다. 이곳에서는 장제스에 관련된 다양한 물건들과 기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장제스가 신던 슬리퍼라든지...) 또한 대만의 역사적 사건들과 관련된 전시들도 진행 중이어서 예상외로 볼거리가 많았던 곳이었습니다. 세계적인 예술가 카우스(kaws)의 작품 또한 거대한 크기로 이 중정기념당을 장식했다고 합니다.



중정기념당 다음의 행선지는 대만 국립 박물관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시각적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사진과 같이 잘 정돈되어 있는 정보 디자인들은 유용하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박물관 티켓 뒷면에 있던 귀엽고 깜찍한 그래픽 일러스트레이션이었습니다. 심지어 3가지 종류가 있어서 집까지 고이 모셔왔습니다 하하. 또한 상형문자라는 특성을 잘 살려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형태성과 조형성에 신경을 써서 제작한 타이포그래피들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 4, 5번째 사진의 타이포그래피들은 국립 박물관 지하 1층에 위치한 어린이 박물관 전시 그래픽이었는데, 이 공간은 어린이 박물관이라는 특성상 모든 작품과 전시 시설들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낮게 위치해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린이들을 배려한 공간을 통해서, 박물관이라는 문화공간을 모든 연령이 즐길 수 있게 배려하는 마음과 자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려 30000보를 넘게 걸으며 지옥의 행군을 경험한 대만 타이베이의 첫째 날은 화려한 간판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간판이라는 매체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됨에 따라서 주목도가 가장 우선시 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다양한 간판을 볼 수 있었지만, 한자와 영어 그리고 조금 엉터리인 한글까지 어우러진 대만의 간판들은 많은 사람들의 표현을 빌려 익숙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대만의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문화가 길거리의 간판만으로도 느껴진다는 게 신기했다고 할까요? 화려한 타이베이의 거리를 뒤로하고 다음 편에서는 잠시 시내를 벗어나 대만의 유명 관광지 예류 지질공원스펀, 지우펀 여행기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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