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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인너마저 Jul 09. 2019

당신이 미처 몰랐던 피렌체 <가볼만한 장소편>

5월 중순, 보름동안 피렌체 여행을 갔다 왔습니다.


# 어디를 어떻게 갈 것인가


'보름'이라는 시간적 여유는 생각보다 저에게 많은 선택지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5월'이라는 계절적 배경 역시 그러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이번이 두 번째 피렌체 여행입니다. 학생 시절 피렌체와 피사, 그리고 친퀘테레(모두 피렌체 기준 서쪽이네요)를 다녀온지라 이번에는 내륙 쪽을, 시내에서도 중심 관광지와는 떨어진 장소를 가보고자 했습니다.

이동 거리에 따라 도보와 버스, 렌터카라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움직였고, 이제 소개해드릴 장소들은 미켈란젤로 광장이나 두오모, 질리 카페처럼 누르면 나오는 피렌체 연관 검색어와 조금은 다르지만 모두 한 번쯤 방문을 추천드리는 그런 장소들입니다.



# 짧은 휴식을 위한, Parco di Villa 'Il Ventaglio'

빠르코 디 빌라 일 벤따글리오 Villa Park 'The Fan'

피렌체와 피에솔레 사이에 위치한 이 공원은 짧은 산책을 하거나, 잠깐 머물러 책을 읽다 가기에 참 좋은 공원입니다. 인적이 드문 곳에 있기 때문에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 새 소리만이 이 공간을 채웁니다. 여독으로 지치고, 사람으로 붐비는 관광지에서 잠깐 벗어나 여유를 즐기기에 최적화된 공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남는 시간을 이용해 짧은 산책도 하고, 사진에 보이는 나무 의자에 앉아 독서를 하기도 했는데요. 정문을 지나면 왼쪽에 자라와 물고기들이 놀고 있는 작은 연못이 조성되어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걸어도 좋고 중간중간에 놓인 벤치에서 잠시 쉬었다가도 좋습니다.

분위기 넘 좋자너...

산책로를 따라 차분하게 사유하다 보면 이렇게 가까이에 피렌체 시내가 보이기도 합니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이 장소에서 깊은 호흡을 내쉬고 머릿속을 비워내고 조금 전까지 내가 머물러있던 피렌체 시내를 내려보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는 굉장히 공기가 깨끗한 편이기 때문에 미세먼지 스트레스 없이 이렇게 밖에서 산책한다는 게 좋더군요.

이 공원을 산책하면서 네 명의 산책자와 마주쳤습니다. 나무 아래 벤치에서 독서 중이던 할아버지, 유모차를 끌고 산책 중이던 여자분, 조용히 산책 중이던 여자분, 그리고 장비를 갖추고 러닝 하던 남자분. 모두 서로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눈이 마주치면 반갑게 서로 눈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공원을 조용히 걷는다는 것이 사실 별 것 아닐 수 있는 경험인데요. 이 순간과 느낌을 왜 서울에서는 느끼기가 그렇게나 힘들었을까요... 핸드폰도 잠시 멀리하고, 숙소에서 물 한 병만 딱 챙겨 나오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겠죠.


월요일 휴무, 평일 08:00~19:30 운영. 화장실있음.

피렌체 시내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도보 혹은 버스를 타시길 추천합니다.


https://goo.gl/maps/76sv1gy1kMHLbewD9



# 모든 곳이 뷰 포인트 발도르차 평원, Val d'Orcia

마치 Window XP 배경화면 같네요. 저 멀리 사이프러스 나무 두 그루.

바다에 친퀘테레가 있다면, 육지에는 '발도르차 평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주말 시간에 렌터카를 타고 산 지미냐노-시에나-몬탈치노-발도르차 쪽을 1박 2일 동안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선택은 보름간의 피렌체 여행 중 가장 값진 시간이 아니었을까 지금도 생각합니다. 시에나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다루고 몬탈치노, 발도르차 평원이 주었던 감동에 대해 먼저 말씀드려야겠네요.

Cypress trees in Val d'Orcia

비 소식이 있었던 주말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가 참 없었습니다. 렌터카의 컨디션도 굉장히 좋았어서 운전하는데 힘든 점은 별로 없었습니다. 단, 이탈리아에서 렌터카를 할 때는 국제 운전면허증과 더불어 국내 운전면허증이 꼭 필요합니다. 실물 운전면허증을 제시하지 않으면 허가가 나지 않아요.


높은 산이 없는 평원에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사이프러스 나무를 누가 그렇게 이쁘게 심어놨는지... 운전 중에 자꾸 한 눈을 팔게 되네요. 평원 자체가 예술입니다. 유채꽃이 중간중간에 피어있고, 5월의 시원한 날씨가 이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차를 멈추게 만듭니다. '아, 여유 있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포도밭 옆 운치 있는 숙소에서 하룻 팜 'Farm Stay'를 했습니다. 도시에서만 30년을 살다 보니 이런 시골이 넘나 좋더라구요. 시골길 구석에 꼭꼭 숨어있어 찾아가기도 힘들고 초행길이라 조금은 헤맸지만, 상관없습니다. 아무도 서두르는 것을 원치 않는 유럽의 시골이란... 하루 더 머물고 싶더라고요. 노을도 사진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아침에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시골 냄새, 맑은 공기와 어우러져 이 세상 단 하나밖에 없는 경험을 선사해주더군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유지하게 된 이유가 400년이 넘도록 발도르차 지역이 빈곤했기 때문이라고... 오랫동안 농촌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토스카나 지역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마을이 되었는데요, 최고 높이가 400m일 정도로 완만한 지형이 질 좋은 포도를 생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겨울은 꽤나 황량할 수 있으니 날씨가 따뜻할 때 꼭 느긋하게 운전하면서 찾아가길 권해드립니다!


발도르차 사이프러스 포토 스팟

https://goo.gl/maps/AUW1W6e5ZDcUbsJVA


# 빛과 음악으로 공명하는, Abbazia di Sant'Antimo

Abbazia di Sant'Antimo

올리브 나무와 포도밭 가운데 고즈넉이 자리 잡은 수도원이 있어서 소개해드립니다. 한 번쯤은 가볼만한 성 안티모 교회(Abbazia di Sant'Antimo)는 몬탈치노 인근에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는 아니지만,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지 저도 지인의 추천을 받아 방문했습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이 수도원은 모래색 돌을 쌓아 올려 굉장히 견고하고 투박해 보이지만, 예배당을 들어가는 순간 흘러나오는 조용한 탄성 뒤로 숨죽여 이 공간을 둘러보게 됩니다.

이곳에서는 일요일 오전마다 예배를 드리고있어요

예배당 정면의 모습입니다. 높은 벽 위쪽의 큰 창으로 들어온 빛이 예수 십자가상 머리 위로 쏟아지고 예배당을 채웁니다. 조용히 흘러나오는 예배당의 노랫소리와 함께 어울려 특유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이 빛과 음악으로 공명하는 공간에서 조용히 앉아 계획하지 않았던 기도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한 켠에서는 기념품을 판매하고 예배당 옆에는 이탈리아의 어느 수도원이나 그렇듯, 화장품과 비누, 식품류를 판매하는 상점이 있습니다.

수도원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아름다우니 여유가 된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사이프러스와 올리브나무, 포도밭의 연속! 아, 야경도 매우 이쁘다고 하는데, 저희는 다음 행선지가 있어 밤 풍경은 보지 못했네요.


운영시간 10:00~19:00. 일요일 11:00 예배

https://goo.gl/maps/vzQmUkJJdXNdd2yz8


# 인싸, 학생이라면, Student Hotel Firenze

제가 너무 풍경 위주로 보여드린 것 같아 피렌체 시내에서 가볼만한 장소들도 소개하겠습니다. 피렌체의 공공업무를 보던 건물이 2017년 유럽의 가장 트렌디한 학생을 위한 기숙사형 호텔인 Student Hotel Firenze로 오픈했습니다. 월 단위, 학기 기준으로 장기 렌트를 해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숙사형 호텔로 운영되는 건물과, 일반 여행객에게도 오픈되는 호텔, 두 형태로 운영 중이고, 유럽 내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스페인에서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호텔이라 그런지 인테리어 디자인 감각이 굉장히 뛰어나고 스타일리시합니다. 인싸들을 위한 공간 같았어요. 아싸는 울고 갑니다...

주말 브런치가 굉장히 맛있고 샐러드바도 함께 운영되고있습니다

꼭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내부를 둘러보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데요. 주말 브런치 도전을 추천드립니다. 기간별로 메뉴는 계속 바뀌지만 그 퀄리티가 심상치 않습니다! 일정 금액을 내고 메인 메뉴를 고르면 물과 쥬스 등의 음료와 케이크, 요거트 등이 제공되는 샐러드바를 계속 이용할 수 있습니다. 레스토랑의 이름은 'OOO-Out Of the Ordinary'입니다. 옥상 라운지에는 수영장이 있어서 주말마다 파티가... 피렌체에 여러 대학이 있고(특히 예술 쪽) 배낭 여행객도 많다 보니 젊은 분위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물론 가격대가 조금 있는 학생 호텔이지만, 보안과 편의시설은 정말 잘 갖춰져 있더군요.

유럽에서 공부하면서 이런 기숙사라...

건물을 나오면 바로 맞은편에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 분수가 이상하게 뿜어져 나오는... 굳이 뭐 가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호텔 구경에 집중해주세요 :)


피렌체 중앙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주말 브런치 25euro 부터.


https://goo.gl/maps/ogkcoh4aXZJx5tqFA 


# 전통의 가죽학교, Scuola del Cuoio

학교의 입구입니다

산타크로체 성당 뒤에는 피렌체의 유서 깊은 가죽학교가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그 수준을 인정받아 전 세계에서 이 학교로 가죽 공부를 하러 오는 유학생들이 많은데요. Scuola del Cuoio에는 가죽 수업을 진행하는 작업실과 가죽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있습니다. 일반 관광객들이 작업실에 출입하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고요, 한 발치 뒤에서 구경은 할 수 있답니다.

가죽 학교로 들어가는 길에 산타크로체 성당의 뒷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산타크로체 성당은 앞모습도 예쁘지만 뒷모습도 참 분위기가 좋네요. 아, 앞모습은 아래 이미지를 참고해주세요! 커리큘럼은 견습 과정과 장인 과정으로 구성되어있고, 각 단계는 10주씩 진행된다고 하네요.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페라가모나 구찌와 같은 이탈리안 명품 브랜드에서 인턴을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진다고 하니, 이 학교의 명성을 대충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아, 관광객을 위한 원데이 체험수업도 있습니다!

이 학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설립되었는데요.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운영하던 고아원의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가죽 공예 교육을 시작하던 것이 지금의 형태로 이어져오고 있다고 합니다. 한쪽에서는 계속 학생들을 위한 수업이 진행되고 전통과 권위가 있는 장소이니만큼, 학교 내부를 둘러볼 땐 정숙한 분위기로 보셔야 합니다.

광장에서 바라본 산타크로체 성당의 정면 모습


가죽학교는 매일 10:00~18:00 운영, 주차 가능


https://goo.gl/maps/hNZfMJQU6vX8z8En9


# 피렌체 전망대, Fiesole

피에솔레에서 바라본 피렌체 시내 모습

피렌체 부유층의 휴양지, 여름 별장이었던, 그래서 조용하고 여유가 넘치는 피에솔레. '피렌체 전망대'라 불리는 피에솔레에는 피렌체 도시 전경을 손에 잡힐듯 볼 수 있는 작은 전망대가 있습니다. 피렌체 중앙역 건너편에서 7번 버스를 타면 환승 없이 20분 만에 피에솔레 정거장이 도착합니다. 산 능선을 굽이굽이 오르며 멋진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종점인 피에솔레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마을의 작은 광장이자 피렌체와 피에솔레를 이어주는 버스정류장이 있는 미노광장에서 저는 잠시 목을 축이고 피에솔레를 둘러보았습니다.

전망대 가는길, 전망대는 피에솔레 버스 정류장에서 10분 거리입니다

생각보다 피에솔레를 찾아오는 관광객은 많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동양인은 더욱 찾기 힘들더군요. 사실 전망대라기보다는 벤치가 두 개 놓여있는 쉼터 같은 느낌이지만, 피렌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참 평화롭고 조용합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피렌체를 손에 잡힐 듯 바라보고 피렌체의 주변은 어떤지 천천히 살펴보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전망대에서 조금 더 올라가 보면 작은 수도원이 있고 다시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쪽문이 있습니다. 그 아래 공원이 작게 있고 지나서 내려오면 광장으로 다시 나올 수 있습니다.

여행의 마무리를 내가 거닐던 피렌체를 꼼꼼히 살펴보며 마치는 일은 꽤나 괜찮더군요. 길다고 생각했던 보름의 여행 일정이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해 질 녘 피에솔레를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여행 일정을 하나씩 곱씹어봤습니다.

아, 이제서야 피렌체가 보입니다!


https://goo.gl/maps/eVwYJMzKPcE44zTa6

엔딩은 시뇨리아 광장의 섹시한 포세이돈의 엉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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