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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인너마저 Jul 01. 2019

당신이 미처 몰랐던 피렌체 <음식편>

5월 중순, 보름동안 피렌체 여행을 갔다 왔습니다.

#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


저는 이번이 두 번째 피렌체 방문입니다. 학생 때 이미 피렌체에 대한 배경지식 탑재와 주요 스팟을 돌아본 뒤, 5년 만에 회사원이 되어 다시 찾은 피렌체였기 때문에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았습니다. 일단 보름이라는 긴 시간 덕분에 첫 여행 때보다 여유롭고 깊게 돌아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여행을 계획할 수 있었는데요. 게다가 지인이 피렌체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덕분에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최대한 현지인의 정보를 이용해서 관광객들이 잘 가지 않는 로컬 식당을 가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비싸고 고급진 식당보다는 저렴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보름 동안 건조한 이탈리아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저는 피렌체의 골목골목을 걸었고, 어떻게 보면 뻔하지만 그 안에서 색다름이 있는 식당들을 갔습니다. 시간이 멈춘듯한 이탈리아의 클래식과 현대가 공존하는 피렌체 특유의 정서 속에서 느낀 음식과 여러 장소들... 그렇게 피렌체에 다녀왔습니다.



# 동네 맛집, Trattoria Mario


저는 여행에 있어 먹는 게 꽤나 중요한 사람입니다. 맛있는 음식이 주는 기쁨이 저에게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음식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블로그 맛집보다 현지인 추천으로 방문하고 싶었고, 한번 방문으로 그치지 않고 여러 번 방문하여 다양한 메뉴를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피렌체 하면 먼저 떠오르는 '티본스테이크'도 빠질 수 없겠죠. 그래서 가장 먼저 소개드릴 식당이 바로 뜨라또리아 마리오(Trattoria Mario)입니다!

Trattoria Mario

먼저 알고 계셔야 할 정보로는 사람이 엄청 붐비는 곳, 때문에 언제 누구 와든 합석이 가능하다는 점. 영업시간은 오후 12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엄청난 배짱 장사를 하고 있음에도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으로 늘 꽉 차 있습니다.

결코 쾌적하지는 않습니다만, 시끌벅적 재미있습니다!

내부는 이렇게 비좁습니다. 현지인 맛집답게 동네 사람들이 자주 오는지 종업원들과도 서로 장난치고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굉장히 바쁜 와중에도 질서 있게 운영됩니다. 요일별로 주문 가능한 메뉴가 다르다는 점도 기억해주세요! 저는 아래의 비프스튜를 먹기 위해 몇 번이고 방문을 했습니다. 물론 스테디셀러인 티본스테이크는 매일매일 주문 가능합니다! 1kg 내외의 단위로 판매되고 있고 킬로당 50유로 정도였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죠! 제가 주문한 티본스테이크는 1.1kg이었고 고기의 상태를 저에게 직접 확인시켜준 후 그릴로 이동합니다.


비프스튜, 볼로네제파스타, 티본스테이크

두 번째 방문한 날 제 옆에 앉은 아저씨가 먹고 있는 파스타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저 역시 볼로네제 파스타를 주문했는데요, 이제껏 제가 먹어본 볼로네제 파스타 중에 단연 으뜸입니다. 굉장히 고기가 푸짐하고 잘 삶아진 면 위에 Parmesano Reggiano(파마산 치즈^^)가 아낌없이 얹어져 담백하고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투박한 느낌의 티본스테이크는 기본적으로 용량이 있는 요리인만큼 혼자서 다 먹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는데요, 남기실 경우 포장도 해주니까 혼자라도 걱정 마시고 일단 도전!

AFC피오렌티나의 광팬이신 사장님께서 가게 내부를 온통 피오렌티나로 꾸며놓으셨습니다. 축구팬인 저는 재미있게 가게 내부를 둘러보기도 했는데요. 이 인상 좋은 사장님께서 그날따라 기분이 좋으셨는지 음식값을 할인해주셨습니다! 피렌체 동네 맛집. 기사식당..? 같은 트라또리아 마리오는 중앙역(Firenze-SMN)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이고, 피렌체 중앙시장 바로 옆에 위치합니다.


티본스테이크를 제외한 대부분의 메뉴는 10유로 내외, 포장가능


 https://www.google.com/maps/place/Trattoria+Mario/@43.7765605,11.2523924,17z/data=!3m1!4b1!4m5!3m4!1s0x132a5402d0f28403:0xeda5a5dd39075e37!8m2!3d43.7765605!4d11.2545811



# 만나서 영광입니다, Lampredotto a.k.a 곱창버거


곱창볶음, 곱창전골은 먹어봤어도 곱창버거라니! 그것도 피렌체에서..! 하지만 알고 보면 다 이유가 있습니다. 피렌체는 소가죽으로 굉장히 유명하죠. 아래에서 다루겠지만, 유서 깊은 가죽 학교와 가죽 시장이 있고 페라가모의 본점이 있을 만큼 가죽 제품과 연관이 깊습니다. 소가죽을 쓰고 나서 소고기를 먹고, 소고기를 먹고 나서 소 내장을 이용해 요리를 하게 된 것이죠! 또 다른 곱창버거의 유래로는, 두오모 지붕을 짓던 당시에 인부들이 지붕 작업을 하면서 식사를 내려와 하지 못하는 점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수백명 인부들의 식량 공급에 적합한 음식을 찾다가 곱창버거가 탄생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Lampredotto

보통 중앙시장에서 곱창버거를 많이들 찾아드실 거 같은데요, 보다 저렴한 3.50유로로 좋은 향을 뿜어내는 야채 육수에 푹 끓인 곱창을 빵 사이에 얹은 곱창버거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알려드립니다. 두오모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이 노점에서 곱창버거 혹은 수육버거를 음미하다 보면 여행의 긴장이 풀리면서 잠시 아무런 생각 없이 스트레스를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Bollito, 수육버거

분명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기는 하나, 남자분들 특히 곱창을 즐겨 드시던 분들이라면 이 미친 가성비의 곱창버거와 수육 버거를 추천합니다. 저는 숙소가 이곳과 가까워서 거의 매일 아침 이곳을 찾아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독일에 케밥이 있다면 피렌체에는 곱창버거! 구글 평점이 무려 4.8점이네요. 사장님이 굉장히 친절한 건 덤이에요.


곱창버거 3.5유로, 수육버거 4유로 포장가능


https://goo.gl/maps/8TYQsogJHWXQsUBQA



# 피자를 먹어야 한다면, BERBERÈ Pizza


자, 이제 피자를 먹어볼 차례입니다. 산타크로체 성당에 가게 된다면 꼭 이 Pizzeria를 방문해주세요!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매장에서 식사를 해도 좋겠지만, 해질녘 베르베르에서 피자를 포장해와서 산타크로체 광장에 앉아 Birra Moretti와 함께 피맥을 즐기시길 추천합니다!

생모짜렐라 치즈가 올라간 피자와 모레띠 맥주!

유럽의 피자는 사실 토핑보다는 반죽이 다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토핑은 말 그대로 토핑일 뿐... 숙성된 밀가루 반죽이 화덕에 들어갔다 나와 겉바속촉의 피자. 고소한 도우 위에 특유의 토마토소스를 얹어 구워낸 후 생모짜렐라를 올린 저 피자를 일단 드셔 보시길! 정말 맛있습니다!

해질녘의 산타크로체 광장에서 먹으면 더 맛있어요

스탠다드한 피자부터 채식주의자를 위한 피자와 엔쵸비를 올린 실험적인 피자까지. 매장 직원들이 모두 친절하고 이탈리아 전역에 매장이 확장되었다고 하네요. 피렌체에만 두군데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피자 메뉴 10유로 내외, 포장가능


https://goo.gl/maps/Xo5sQs3MKN6n8jsp9 



# 피렌체에서 1등, Gelateria La Carraia


Pistachio,

Yoghurt&Nutella,

Pear&Ricotta,

Lemon


이탈리에 여행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젤라또입니다. 1일 1젤라또를 실천하며 저 역시 피렌체에서 시간을 보냈는데요. 여러 젤라또 가게를 가봤지만, 지금도 생각나는 또 가고 싶은 마음속 1 선발 젤라떼리아가 있습니다. 이름은 '젤라떼리아 라 까라이아' 중앙역 쪽에서 까라이아 다리를 건너면 바로 보이는 초록색 간판의 젤라떼리아입니다. 피렌체의 딱딱한 돌길을 걷다가 지칠때 카라이아 다리에 기대어 달콤한 젤라또 한입하면서 휴식을 가져보세요.

피렌체 관광지에서 조금은 떨어진 장소, 다리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 위주로 방문하던 곳이, 이제는 줄 서서 먹는 젤라떼리아가 됐습니다. 5년 전에도 매일매일 아니 하루에도 몇 번씩 먹던 그 맛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어주니 이보다 반가울 수가 없네요. 저는 위에 적은 4 가지 맛 위주로 먹습니다. 특히 요거트&누텔라는 정말이지 질리지가 않네요. 취향대로 한번 살펴보시고, 그래도 고민된다면 저 네가지 맛 중에 골라보세요. 후회하지 않을겁니다!


제가 친구들을 데리고 이곳에 갔을 때 처음엔 다들 '뭐 젤라또가 다 똑같은 거 아니냐'라고 하더니, 한번 먹어본 후로는 줄곧 젤라떼리아 라 까라이아에 젤라또 먹으러 가자고 하더군요. 아,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피렌체 내에 분점이 생겼습니다. 산타크로체 광장 옆 베르베르 피자가게 근처에 생겼더군요. 동선이 참 절묘하네요.


오전 11시부터 밤 12시까지.


https://goo.gl/maps/KQyqpBc7JpsoDzCs5


제가 여행 내내 이렇게 길거리 음식만 먹은 것은 아닙니다. Conad에서 직접 재료를 고르고 장을봐와서 요리를 해먹기도헸고, Ristorante에 들어가 자릿세를 내고 와인과 스테이크를 먹기도 하고, 분위기 좋고 유명한 음식점이나 카페도 가보았는데요. 저는 이런 식당들 보다는 길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나름의 내공을 뿜어내는 그런 음식과 식당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알려드린 곳들은 모두 가격이 저렴하고 피렌체 시내가 작다보니 금방 찾으실 수 있을겁니다. 부디 시간이 허락한다면, 도전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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