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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인너마저 Jan 26. 2020

여전히 슬램덩크

슬램덩크는 그냥 만화가 아니었다

#농구... 좋아하세요?


그림과 대사, 구성까지 모든 게 완벽했던 만화. 아니 인생 필독서.

그 어떤 수식어도 아깝지 않은 학창 시절에 만났던 만화 슬램덩크.


지금은 웹툰이 너무나 당연한 세상이지만, 만화를 단행본과 종이로 접했던 30대인 저는 무수히도 많은 만화책을 대여해 봤었습니다. 참 많은 만화책을 봤지만 단행본으로 갖고 있는 유일한 만화가 바로 타케히코 이노우에 작가의 '슬램덩크'입니다.(그 영향인지 아직도 저는 농구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네요...몬스터와 20세기 소년을 그린 우라사와 나오키 작가도 좋아합니다.)


애초에 이노우에 작가는 농구 매니아였습니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 농구클럽활동을 꾸준히 할 정도로 농구 매니아인 만화 작가였습니다.



#하고 싶은걸 그리겠다

농구가... 하고싶어요...

경력이 얼마 안 되었던 이노우에 작가는 만화잡지 '소년점프'에 만화를 연재할 기회를 잡게 됩니다. 당시 소년점프의 편집자는 '무슨 농구 만화냐! 연애, 불량 학원물로 가자'고 주장하지만, 이노우에 작가는 '하고 싶은걸 그리겠다'라고 고집을 부렸다고 합니다.(고마워요 이노우에...) 이 영향으로 슬램덩크에 편집자의 의도에 의해 불량학생 송태섭과 정대만이 탄생했다고도 합니다.


#사쿠라기 하나미치

사쿠라기 하나미치

강백호의 일본 원작 이름은 사쿠라기 하나미치. 사쿠라는 모두가 잘 알다시피 '벚꽃'이고 하나미치는 '꽃길'을 뜻합니다. 벚꽃은 짧은시간 화려하게 꽃 피우고 아름답게 퇴장하죠. 봄 하면 벚꽃이 떠오를 정도로 그 임팩트가 강한데요. 슬램덩크의 강백호 역시 화려하게 등장하고 아름답게 퇴장하죠. 이노우에 작가의 작명 센스와 상징성이 역시 돋보입니다. 한국 이름인 강백호도 캐릭터와 너무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강백호는 데니스 로드맨의 캐릭터에서 많은 부분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고교시절 농구를 시작한 점, 농구 외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문제아 이미지 등에서 말이죠. 로드맨이 좋아하던 번호는 10번. 강백호 역시 10번입니다. 마이클 조던과 함께 뛰던 시카고 불스 시절의 로드맨은 91번을 달고 뛰었는데요. 그 이유는 당시 시카고 불스 팀의 10번은 영구결번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9+1=10이라는 사칙연산에 의해 91번을 달고 뛰었다고 하네요.



#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후회하자


전국대회 산왕공업과의 후반전. 몸을 불살라 볼을 살려낸 강백호지만 허리에 충격이 가해집니다. 통증으로 더는 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감독과 매니저는 강백호를 안경 선배로 교체시킵니다. 교체된 강백호는 자신을 다시 경기에 내보내 달라며 감독님(a.k.a영감님)께 한마디 하죠.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난... 난 지금이라능...


그 어떤 리스크가 따른다 해도 당장의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강백호의 결연한 의지. 그의 외침이 아직도 저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후회하자. (물론 이후로 강백호는 재활을 시작하고...)


이와 정반대의 행보를 걷는 남자가 있습니다. 웹툰 만화작가였으며, 현재는 스트리머로 활동 중인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이말년 작가입니다. 대충대충 살다가 견적 봐서 미치라는 그의 뼈 있는 한마디... 21세기에 맞는 현실적인(그러나 씁쓸한) 조언이기도 하네요. 그리고 이말년님이 말해서 그런지 더 와닿네요.

그림 좀 그려줘요 말년님



# 삶에 대한 자세 : 첫째도, 둘째도 기본기다

슬램덩크에는 무수히 많은 에이스들이 나옵니다. 1학년 에이스 서태웅, 만능 이정환, 미국으로 가는 정우성, 서태웅의 라이벌이며 한수 위의 실력을 갖춘 윤대협, 상양의 선’수겸’ 감독 김수겸까지. 이런 에이스들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활약상은 슬램덩크를 감상하는 데 있어 큰 재미 요소입니다. 하지만 이 만화의 주인공은 풋내기 농구 초보 강백호입니다.


그리고 그 강백호가 이 만화의 '마지막 결승 득점'을 책임지죠. 화려한 덩크슛도, 3점 슛도 아닌 농구의 가장 기본인 골밑 45도 뱅크슛점프슛으로...


제가 중학생 때 처음 이 만화를 읽을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이런 부분이 이 만화의 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모두가 숨죽인 그 시간에 나의 무기는 다름 아닌 평소 내가 갈고닦은 나의 기본기. 그리고 그 기본기는 여름 내내 밤낮없이 땀 흘리며 동료들의 도움으로 완성되었기에 더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스스로 만들어낸 실력도 훌륭하지만, 나를 믿어주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나의 노력이 만들어낸 기본기의 완성. 크...



# 디테일

만화의 마지막 경기인 산왕공업과의 경기. 그 긴박한 마지막 수비와 공격은 작가의 의도로 그 어떤 대사 없이 진행됩니다. 저 역시 숨 죽이며 한 컷 한 컷 넘기며 손에 땀을 쥐며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스포츠 만화의 본질인 생동감과 긴장감을 너무나 잘 살린 마지막 공격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에어조던 1

농구화 용품 등 작은 부분까지 완벽하게 농구 매니아들을 만족시켰습니다. 나이키 에어 조단뿐 아니라 리복과 아식스, 컨버스 등 당시의 인기 있던 농구화를 모두 만화 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농구화를 한 땀 한 땀 그려낸 이노우에상… 그 결과 아식스에서 이노우에 작가에게 농구화 디자인을 의뢰하기도 했었다는데요. 2014년에는 나이키 에어조던 6 와 슈퍼플라이3 제품을 슬램덩크 에디션으로 출시하기도 했죠. 이처럼 성공한 덕후라니…

그리고 이노우에 작가는 만화 작가들 중에서도 그림을 참 잘 그리는 작가입니다. 인체 구조와 비율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초창기 슬램덩크와 중반 이후의 그림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슬램덩크 이후 배가본드로 이어지면서 작가의 그림이 점점 더 멋있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하나하나가 작품 같습니다. 또, 각 팀들의 체육관과 기차역 시가지(시부야, 신주쿠) 해변 등 실제 존재하는 장소를 리서치하여 그렸습니다. 때문에 지금도 슬램덩크 매니아들은 일본 카나가와현 성지순례를 하고 있죠… 이런 요소들은 만화에 현실감을 더했던 것 같습니다.


#울림이 있는 메시지



"난 팀의 주역이 아니라도 좋다."

"진흙투성이가 돼라."


팀 최고의 빅맨이자 주장인 변덕규의 이타적인 마인드. 농구 경기를 하다 보면 누구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순간 나에게 공이 와서 슛을 하고 싶고 또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하는 순간 시야가 좁아지고 플레이가 부자연스러워지죠. 나의 환상은 그렇다 할 지라도, 현실에서는 개인플레이보다 팀을 위해 헌신하는 이타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분명, 현시점에서의 나는 신현철에게 지고 있다. 하지만, 북산은 지지 않는다."


나 뿐인가요,,, 구독자수가 코스피 지수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이미지 출처 : 대원씨아이, 셀레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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