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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인너마저 Jan 02. 2017

간편결제, "이거 나만 불편해?"

UI 디자이너가 말하는 불편한 간편 결제


# 잘 닦인 UI, 그 뒤의 이야기


페이코, 카카오페이와 같은 간편결제는 말 그대로 우리에게 '간편한 결제 서비스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제 우리는 암을 유발하는 공인인증서액티브X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송금할 때마다 찾게 되는 은행 보안 카드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PAYCO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사용자가 제일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하는 정보(포인트)와 자주 사용하는 기능(결제와 송금)을 홈 화면 Thumb zone에 배치하여 전반적으로 사용성이 높고 안정감을 주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결제 시 큰 무리 없이 진행되는 결제 프로세스와 디테일 역시 만족도가 높습니다.


KAKAO PAY는 전 국민에게 사랑받고있는 KAKAO 캐릭터를 적극 활용한 제휴카드, 카메라를 이용한 결제 카드인식,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사용층을 점점 넓혀가고 있습니다. 특히 KAKAO만의 아이덴티티를 잘 녹여낸 UI는 편안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이렇듯 우리 가까이에서 기존의 불편함을 많이 덜어준 간편결제.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편이 불편한 이 간편결제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간편결제, 누구냐 너


Fintech : Finace + Technology

Fintech란 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한 금융 서비스 및 산업의 변화를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모바일, SNS, 빅데이터 등 새로운 IT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말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모바일 뱅킹과 앱카드, 간편결제 서비스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금융에 결합된 모든 IT 기술의 총합체 = Fintech


# 간편결제 도입


해외 성공사례로는 미국 Paypal, 중국 Alipay가 있습니다. Paypal의 2014년 총 결제 금액은 234조원을 기록했을 정도죠. 국내에서는 2014년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폐지' 법안 통과로 금융 규제가 완화됨과 함께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그 결과 간편 결제 시장의 덩치는 2015년 기준 5조 7000억(13년 대비 4배 성장)의 규모로 성장했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인 국내 간편 결제 시장


전체 스마트 디바이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간편결제 서비스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무려 97.9%의 이용자가 간편결제 서비스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이를 이용해봤다는 응답도 72.1%에 달했습니다. 거의 모든 이용자가 간편 결제를 알고 있고 10명 중 7명은 이용해본 경험도 있으니 굉장히 높은 수치라고 생각되네요. 

2015년 하반기 기준이었기 때문에 2017년이 된 지금은 그 수치가 더 높아졌겠죠? 또한 1회 이상 이용한 이용자가 간편결제 서비스를 다시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경우는 전체의 3.89% 수준이었기 때문에 간편결제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이나 반감은 굉장히 미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간편결제 거부감, 그런 미미한 주장은 알지 못한다"


# 간편결제의 한계


2년 간 4배라는 성장률에 소비자의 인식까지 좋은 간편결제. 하지만 이렇게 긍정적인 수치와는 반대로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 간편결제 서비스가 보여준 긍정적인 시그널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결제액과 가입자 수 모두 폭발적으로 증가하고는 있지만 간편결제를 도입한 업체나 카드사의 총 결제액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거죠.


결제 수단이 간편해졌다고 해서 쓰지 않던 돈을 쓰거나 쓸 돈을 더 쓰는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11번가, 티몬과 같은 커머스 업체들은 직접 간편결제 서비스를 개발하고 도입했지만 그 사용 비중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커머스 업체 입장에서는 결제되는 방식이 많아지는 것일 뿐 간편 결제 서비스의 지원 여부가 전체 매출의 증가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을 수 있다는 거죠. 기업들의 매출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간편결제를 그 요인으로 꼽는 기업이 없는 것을 보면 간편결제가 직접적인 매출액 증가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결제액 매출은 일정한데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곳만 더 늘어나는 셈입니다. 기존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 업체에 이제는 간편 결제 서비스 제공사에까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죠.


간편 결제, 단순히 결제 방식만 늘어난 것은 아닐까?


# 서비스 이용자 "우리도 마찬가지야..."


슬픔의 최상급 표현


"그는 마치 공인인증서를 잃어버린 한국인처럼 울었다". 공인인증서가 한국인들을 얼마나 괴롭혀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간편결제는 바로 이 공인인증서를 없애준 혁명과도 같은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왜 이처럼 편한 서비스가 기업의 성장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우후죽순 생겨난 간편결제 서비스를 그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간편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간편결제 서비스


국내의 간편결제 서비스들은 제각기 다른 성격과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국내 3대 메이저 유통사인 신세계의 SSG PAY, 현대의 H Wallet, 롯데의 L PAY는 신용카드 수수료 취득이 목적입니다. 여기에 자사의 서비스 제공 공간에서만 사용하도록 제한해 자연스럽게 마일리지 적립과 사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고객 편리라는 대명제 아래 집객 효과를 통한 수익 창출까지 노리는 거죠.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르라!"


한국 IT의 쌍두마차, 카카오와 네이버는 수수료 취득이 아닌 자신들의 O2O 사업 영역 확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용처의 제한이 있는 수수료 장사 목적이 아니다 보니 사용자는 즉각 반응하는 모습입니다. 네이버 페이는 2016년 5월 기준 1800만 명을 넘는 가입자를 보유했고 누적 결제액은 1조 8400억을 돌파했습니다. 또 카카오와 네이버는 체크카드도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용자의 온/오프라인의 결제 패턴 데이터를 쌍끌이하며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 간편결제 '왕좌의 게임', 패권의 주인공은?

앞 챕터의 그림만 봐도 9개라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있고 위의 그림에서도 상황별로 써야하는 서비스가 모두 다릅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혼돈의 상황을 맞이한 간편결제 시장의 패권은 누가 쥐게 될까요?


해외의 경우 압도적 리더인 Paypal과 새롭게 등장한 VISA Checkout이 간편결제와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인터넷 뱅킹이나 스마트폰 뱅킹 활성화가 미흡하고 불편하기 때문에 간편한 Paypal의 뱅킹 서비스는 충분히 매력적인 서비스입니다. 상황별로 다른 서비스를 새로 가입, 설치, 선택할 필요 없이 하나의 서비스가 많은 부분을 커버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리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국내로 돌아와 볼까요? 다양하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할인 쿠폰, 적립금 등으로 회원을 모집하고 사용까지 유도하는 부분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진입장벽을 넘은 이후에 사용을 꾸준히 이어지게 하는 것은 여전히 각 서비스의 고민거리로 남아있습니다. 그 누구도 간편결제의 1인자임을 자청하기 어려운 상황인 거죠.


시장점유의 자리는 멀고도 험해보인다.



# 디자이너가 보는 간편결제


네이버 검색의 40%가 쇼핑 관련 키워드라고 하네요. 1초당 324건이라는 엄청난 수치입니다. 소유라는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를 가진 이상, 또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쇼핑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키워드로 함께 할 것 같습니다.


쇼핑의 주요 프로세스 중 결제는 금전적인 부분과 연결될 뿐만 아니라 쇼핑의 결과물인 구매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단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제 프로세스의 간편화, 즉 간편결제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간편결제 서비스는 도입된 지 긴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닌 만큼 아직은 과도기이고 사용자도 공급자도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어수선한 것은 단순히 간편결제 서비스만의 문제는 아닐것입니다. E-Commerce와 얽혀있는 여러 정책과 쇼핑 프로세스, 그리고 자본과 보안이라는 키워드도 분명 간편결제 서비스가 풀어야할 숙제입니다.



매끄럽고 감각적으로 설계된 서비스 앱 디자인으로 관심을 끌고 사용 유도에 이를 수는 있겠지만, Paypal처럼 시장을 점유하고 끌고 가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용자의 습관과 게으름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꾸는 건 어찌 보면 순진한 생각이겠지요. 



하지만 저 역시 꽤나 많은 지출을 인터넷을 통해 하고 있는 소비자 중 한 명으로 다양한 상품구색과 합리적인 가격, 잘 설계된 서비스, 편리하고 신뢰가 가는 결제와 배송이라는 전체적인 프로세스가 말 그대로 잘 닦여진다면, 그런 서비스를 매끄럽게 제공한다면! 소비자도 그 잘 닦여진 길을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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