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나마 세상을 바꾼 그 시절의 혁신을 찾아서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2013, 14년 즈음에 프라이탁의 등장 이후였던 것 같습니다. 독일로 짧은 유학을 떠난 후, 정말 많은 사람들이 프라이탁 제품을 사용 중인 것을 발견했고 저 역시 독일에서 Freitag의 가방을 하나 사게 됐고 그 이후로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네요.
리사이클은 말 그대로 재활용. 한 번 사용 후 폐기된 or폐기 예정인 제품을 회수하여 다시 사용함을 뜻합니다.
업사이클은 버려지는 제품에 친환경적인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가진 제품을 탄생시키는 것입니다. Freitag이 딱 이것에 해당하겠군요.
그렇다면 리사이클, 재활용 제품이 지금의 인식을 갖기까지 오래도록 노력한 브랜드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바로 일본의 D&Department 입니다.
D&Department의 재활용품은 되도록 동네 재활용품점에서 구입을 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재활용품점에서 '이런 것도 가치가 있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그들이 인수한 많은 물건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단순히 판매가 목적이 아닌, 고객의 인식을 바꾸려는 D&Department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재활용 유리컵, 재활용 가구, 재활용 사무용품 등 D&D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다양합니다. 몇몇은 D&D에서 판매되는 이 중고 상품들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모양이 고르지 않은 중고 유리컵에 소량 인쇄를 해주는 공장을 찾아 운반하고, 또 폐기 직전의 유리컵을 구출하는 일. 이러한 D&D의 노력과 시간을 들이는 값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D&D에서는 가정에 쌓여있는, 다시 사용이 가능한 종이봉투를 '리사이클'하여 다른 고객들이 구매한 물건을 담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포장재, 플라스틱 줄이기에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D&D 역시 18년 전 창업 당시부터 계속해오고 있다고 하네요.
이 멋진 쇼핑백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요. 처음에는 부도난 호텔에서 가져온 유카타를 편의점 봉투 모양으로 쇼핑백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만든 쇼핑백이 크게 호평을 받아 '봉투만 달라'는 손님까지 생길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게 직원이 일일이 직접 만들다 보니 너무 공수가 커서 고민하던 중, 쇼핑백을 재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이를 살리기로 한 것이죠. 그러나 처음에는 '일반 쇼핑백에 담아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손님들이 불편해했다고 하네요...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잡지사 등 언론 매체에 가게 취재를 할 때, 재활용 쇼핑백을 가게의 상징처럼 언급했더니 손님들의 호응도 좋아졌다고 합니다.
역사가 긴 프랑스 회사 Rhodia의 B품을 재활용한 노트를 D&Department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제조사 로고 위에 D&D의 로고를 인쇄한다는 D&D의 원칙을 충실히 따른 이 노트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Rhodia 로고 위에 다른 로고가 찍힌 노트는 이것이 유일합니다. Rhodia가 D&D가 지향하는 가치와 아이디어에 동의해 진행하게 되었고, Rhodia 입장에서는 자신들만의 엄격한 품질 검사 기준에 통과하지 못했지만 폐기하기 아까운 고품질 상품들을 단순한 재활용이 아닌 새로운 재활용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죠. 상황에 딱 들어맞는 재활용 방법을 디자인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유니크한 재활용.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아이디어를 실행하고 안정적으로 이끄는 데는 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미지 출처
D&Department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