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픈 이야기
작년 12월 어느 날, 친구와 같이 카페에 갔었다. 안면도 없는 어떤 분이 나에게 다가와 뜬금없이 물었다.
“저기요, 혹시 공모전 낸 거 있어요?”
“네? 근데 왜죠?"
“아, 별 거 아니고 응모한 곳에서 연락이 올 거 같아요. 대상 받는단 얘깁니다. “
“ 어머, 정말요?”
나는 묻지도 알려주지도 않은 사람한테서 상을 받을 거란 얘기를 듣자, 어안이 벙벙하여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한참 동안 생각했다. 어디에 무엇을 응모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브런치북 응모였다. 응모는 했지만 워낙 도전자가 많아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분은 가지도 않고 자리에 남아 계속 말을 이었다.
“혹시 거기 상금이 오백만 원인가요?”
“네 맞아요. 근데 금액을 어떻게 아셨어요? “
“이번에 오백만 원 받을 수 있겠네.”
“정말요? 감사합니다.”
”나의 예언이 잘 맞으니 기대를 해봐요. “
“네네”
처음 보는 그분과의 인사가 끝나자 그분은 자리에서 떠났다.
나의 심장이 파닥거렸다.
“드디어 나도 브런치북 대상을 받는구나. “
우연히 전해 들은 기쁜 소식을 발표날까지 가슴에 담아 둬야 한다는 게 솔직히 벅찼다. 상금을 받으면 써야 할 목록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리되었다.
12월 21일, 드디어 브런치북 대상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밤새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아무리 찾아도 내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서부터 이름이 빠졌을까, 어쩌면 누군가의 실수로 빠졌을지 몰라.’ 아무리 나에게 위로를 해보아도 기대했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기대가 컸기에 온몸이 아팠다. 그 씁쓸함이 생각보다 오래갔다. 마치 진짜로 받은 것을 잃어버린 느낌이랄까. 생각할수록 맥이 빠졌다. 웃지도 울지도 못한 어정쩡한 상태. 그게 뭐라고, 모든 것이 허탈했다.
그토록 간절한 바람이었기에 실망 또한 컸으리. 하지만 누굴 탓하고 원망하랴. 이전 것은 다 지나갔으니 보라 새날이 되었도다. 다시 글을 쓸 수 있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