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로 들어온 햇살이 홀쭉했다
모처럼.
청소를 하려는데 거실에 있던 분홍 돼지가 한심한 듯 나를 쳐다보았다.
평소에는 쿨하게 지나쳤지만 오늘따라 유독 비웃는 거 같아서 돼지 앞에 섰다.
그리고 물었다.
뭐가 그리 못마땅한데.
아니 뭐 딱히 그런 건 없고 늘 말로만 다이어트한다고 한 거 같아서.
라고 말하는 듯했다.
기분이 나빴지만 돌이켜보면 사실이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던 소유욕 때문에 몸의 살들도 내어주기 아까웠을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인 줄 알면서도 나의 게으름으로 보자면 충분히 그럴만했다.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거 같은 전쟁의 종류도 다양했다.
좁은 집안에 끊임없이 들어온 택배 상자들.
필요에 의해 선택받은 거 보다도 누군가의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클릭당하진 않았는지 모르겠다.
무사히 도착은 했지만 철저히 외면당하다 관심 밖으로 던져지거나 반품되어 되돌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뿐만 아니라 어떤 것들은 열리지도 못하고 창고에 방치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간혹 쌓인 상자만 보아도 공허한 마음이 위로가 되었는데 어찌 내칠 수가 있단 말인가.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하다 보니,
가식의 호들갑을 담은 과대 포장도 눈에 띄었다.
금방이라도 비우고 빼지 않으면 곧 터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우선 매사에 척하는 서랍을 미련 없이 비웠다.
가만히 있어도 금세 몇 킬로가 빠진 듯 홀가분했다.
거실을 지나 작은 서재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책장의 원망을 가만히 들어보았다.
생각해 보니 지적인 내면의 충만을 채우고자 인심 쓰듯 데려와선 눈길 한 번 주지 못했다.
그저 바쁘다는 이유로.
별거 아닌 것들까지 소유하고 싶은 삶의 이면에 다른 집착이 있었다는 걸 들키기라도 한 걸까.
괜스레 눈물이 났다.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집착들이 청소기에 빨려가길 바랐다.
진작에 청소를 했어야 했는데 속이 후련했다.
겉보기에 울퉁불퉁해도 개개인의 매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존중하며.
과대 포장된 삶의 다이어트 벽이 여전히 높지만 조금씩 부서질 거라 기대하며.
더 조화롭고 균형 잡힌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삶의 방향으로 깨끗하게 정리가 되었다.
일요일 오후.
거실로 빼꼼히 들어온 햇살이 홀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