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이 달려볼까.
거시기.
일박이일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어디쯤에서 쌍무지개를 봤어.
너무나 선명했기에 좀 더 오래 바라보고 싶었지.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갓길에 잠깐 차를 세웠어.
마음에 간절한 소원이 있었나 봐.
동심으로 돌아간 듯 깍지 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공손한 태도로 마주했어.
무지개가 사라질까 조급했던지 마음이 말하기 시작하더라.
겉으론 사랑하고 존경한다 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부모의 무능력을 무시하진 않았는지.
특별히 도움 받은 거 없는데도 당당하게 요구하는 말투가 듣기 싫어 막말하며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때때로 도망가고 싶을 때 대물림된 가난을 탓으로 돌리진 않았는지.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내 기준으로 판단하여 무시하진 않았는지.
동료나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로부터 이중인격자란 소릴 듣지는 않았는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계산적인 만남은 없었는지.
내게 불리한 어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도 불평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평온했는지.
많은 인간관계 안에서 단 한 번도 누군가를 험담하진 않았는지.
이중 가면을 쓴 채 살면서도 속으론 부끄럽지 않았는지.
상대방의 약점을 감춰주기보다 의도적으로 들춰내 망신을 주려고 하진 않았는지.
밥 먹자고 큰소리쳐놓고 밥값 계산할 때 머뭇거리진 않았는지.
언제나 립서비스만 풍성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뒤로 숨진 않았는지.
하늘을 올려다보니 나도 모르게 겸허해지더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반성하는 태도가 되었어.
이어서 소원을 말했지.
좀 더 단순하게 살고 싶다고.
좀 더 나누며 베풀며 살겠다고.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이웃을 돌보며 섬기겠다고.
좀 더 거짓 없이 진실하게 살겠다고.
좀 더 건강을 챙겨 가족들에게 신세 지지 않겠다고.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우울한 마음도 다스려보겠다고.
좀 더 웃을 거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용기를 내보겠다고.
좀 더 씩씩하게 당당한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 보겠다고.
좀 더 나를 사랑하고 아끼며 신뢰하겠다고.
그리고
전적으로 범사에 감사하며 살겠다고 약속했어.
하늘이 점점 밝아지더니.
도도한 햇살이 출발신호를 보내는 거야.
거시기.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막힘없이 질주할 때처럼.
쌍무지개에 얹었던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 함께 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