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온기가 그리운 날에
거시기.
요즘 컨디션은 어때.
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랄까.
그것도 이젠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나 봐.
그러려니 하며 살기로 마음먹어서 그런지 지낼 만 해.
오후 세시쯤인데 하늘이 별로 마음에 안 들어.
바람이 불더니 곧 비라도 한바탕 쏟아부을 것처럼 매우 우중충하거든.
예전엔 너도 오후 세시쯤이면 나에게 톡을 했었는데.
비교적 자주.
연결이 된 순간부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곤 했지.
어디 그뿐이었겠니.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할 땐 우리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잖아.
그 시간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눈으로만 웃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소리가 새어나가 민망한 적도 있었지.
너를 알고부터.
나는 너로 인해 참 많이 웃었는데.
예고 없이 찾아온 우울한 감정 따위도 견딜 수 있었고.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인 거 같아 나의 버킷리스트도 한 두 개 더 추가했거든.
그중에 하나가 너랑 둘이 도쿄에 있는 명소로 벚꽃 여행 가는 거였어.
꽃눈 내린 우에노 공원에서 맞장구치며 신나게 웃고 있을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 보곤 해.
벚꽃 나무 틈새로 보일 반짝거린 금빛 햇살이 우리에게 특별한 선물이었으면 좋겠어.
말도 안 되는 단순한 생각인 줄 알면서도.
여행이 만병통치약 같은 치료제가 되어 너를 괴롭히던 통증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이야.
유독 나비와 흰 고양이를 좋아하던 너.
북한강 근처에 주차한 자동차 위로 올라온 흰 고양이를 보니까 너 생각이 나더라.
햇볕이 보이지 않던 흐린 날씨 때문이었을까.
본넷 위에 도도하게 앉은 냥이에게도 어떤 온기가 필요했나 봐.
너와 나처럼.
나는 냥이가 도망가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어.
너에게 좋은 친구였을 거 같은 고마움 때문인지 한참 동안 바라보게 되더라.
그런데 말이야.
너도 알잖니.
내가 고양이의 눈을 마주 볼 수 없다는 거.
믿기지 않겠지만 그런 나였는데.
냥이만이 줄 수 있는 어떤 매력적인 힐링 포인트를 발견한 거야.
그 후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됐어.
거시기, 냥이 그리고 나.
더는 외롭지 않게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함께 얘기하고 싶어.
아직은 좀 서툴지만.
냥이들과 놀다 보면 너의 토할 거 같은 고통 따윌 무시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잖아.
그때마다 너의 목소리에선 어떤 에너지가 느껴졌거든.
다행이라 생각했어.
맑고 선한 너의 눈동자에 더는 불안이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가올 봄날, 박장대소하며 웃을 수 있기를 기도할게.
그러니까 거시기.
절대 울지도 말고 우울해하지 마.
우리 곧 만날 거니까.
참 그날 네가 좋아한 나비도 초대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