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길 바라며
언제부턴가 운전할 때마다 이유 없이 졸음이 쏟아졌다.
창문으로 들어온 따듯한 햇살이 차 안의 온기를 높인 까닭이었을까.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니 대화할 상대방이 없어서 심심했기 때문이었을까.
어쨌거나 졸음을 견뎌보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 편이었다.
허벅지를 콕콕 찌르기도 하고, 음정 박자를 무시한 채 노래도 불러보고, 알게 모르게 나 때문에 상처받았던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기도도 하고, 목적지까지 안전 운전할 수 있도록 큰소리로 감사기도도 해봤다.
그뿐만 아니라 졸음을 참지 못한 어떤 날엔 마음에 든 지인하고 통화하며 수다를 떨었다.
그런데도 끝내 졸음에서 벗어나지 못한 날엔 어쩔 수없이 휴게소에서 쉬었다.
좀 한적한 곳을 찾아 주차를 하고 잠깐이라도 편안하게 쉬는 게 다음 일정에도 도움이 되었다.
운전석 의자를 뒤로 젖히자마자 스르르 잠이 들었다.
평생 살아갈 마지막 하우스에 이삿짐 정리가 끝난 직후였다.
나는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을 들고 창가에 기대어 서서 한참 동안 한강을 바라봤다.
뭐든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내게로 와서 완벽하게 실현된 셈이었다.
그것은 바로 한강뷰를 품은 펜트하우스.
우선 근사하게 집들이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누굴 먼저 초대를 해야 할까.
마음 같아선 초등학교 친구들부터 현재까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한꺼번에 초대하고 싶었다.
그들에게서 들려올 부러움의 목소리와 한강뷰에 빠진 눈빛들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나름 착하게 살아온 덕분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내겐 평소에 마음에 두었던 작은 소망이 있었다.
누구라도 내 집에 오면 원하는 만큼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내어 주는 것.
밤에도 한강뷰가 가장 잘 보인 곳으로 게스트 룸을 정해 놓았다.
얼마 후 출장 요리사가 집으로 왔다.
근사하게 차려놓은 뷔페 음식만 보아도 홀쭉했던 마음에 행복지수가 올랐다.
시간에 맞춰 도착한 지인들이 누른 초인종 소리에 몸을 뒤척이며 일어났다.
제기랄, 근사하게 차려놓은 음식을 먹어보지도 못하고 꿈에서 깼다.
얼마 전부터 이사를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모든 여건이 원하는 대로 만족스럽지 않아 마음이 우울했다.
하도 답답하여 바람이나 쐴 겸 여행을 나선 길이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말하자면 꿈에서라도 원하던 집을 소유했으니 잠깐의 대리 만족이어도 행복했다.
물론 꿈이 현실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확실하게 졸음이 사라졌다는 거.
나는 휴게소에 있는 커피 한 잔을 샀다.
그리고 운전석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나의 애마 네 바퀴가 남은 여정을 싣고 달렸다.
비록 오늘은 꿈이 꿈으로 끝났지만,
낮잠을 통해 나를 미소 짓게 한 정오의 햇살은 한결같은 내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