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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엔에프제이 Mar 14. 2024

하우스 카페에서

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당일치기 여행 중이었다.

점심 메뉴로 쌀국수를 먹었다.

식당 근처에 있는 카페를 찾다가 우연히 비닐하우스 카페를 발견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도심에 있는 카페와 분위기가 좀 달랐다.


뭐랄까.


익숙한 카페 음악이 더 짜릿하게 와닿는다고 해야 할까.

공기 중에 머문 기운이 흩어져 있던 감성을 불러 모으기 딱 좋다고 해야 할까.

카페 안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조차도 정겹게 들렸다.

  

실내 인테리어는 하우스에 걸맞게 자연스러운 녹색 이미지로 꾸며졌다.

여유롭게 간격을 두고 배치된 크고 작은 원형 테이블의 조화가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다.

나는 그라인더 안에서 커피 갈리는 소리가 들릴만 한 곳으로 갔다.

가끔 묵직한 소리를 내며 작동하는 거품기를 빤히 쳐다보며 멍 때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테이블 사이마다 알로카시아, 대형 몬스테라, 대형 아레카야자나무들이 파티션 역할을 대신했다.

비밀이 많은 건지 숨기고 싶은 게 많은 건지 초록한 나무들에 반한건지 아담한 공간이 마음에 끌렸다.


방석을 덧댄 철제의자에 앉자 테이블 위에 있던 앙증맞은 다육이 손님을 기다렸다.

나도 모르게 다육과 인사를 나눴다.

안녕, 누구라도 와주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구나.

나를 보며 마음에 쌓인 응어리들을 하나씩 꺼내 봐요.

그럴게.

혼자 묻고 혼자 답해도 어색하지 않았다.


나는 개인적인 공간을 확보라도 한 듯 아늑한 분위기에 취해 뭐라도 써야 할 것 같았다.

떠오른 영감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핸드폰을 꺼내 메모를 하려는데, 번개보다 빠르게 지나가버렸다.

잽싸게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지 않은 영감들.

그럼 그렇지.

허탈한 웃음만 피식 새어 나왔다.


손에 쥔 따듯한 머그잔에서 커피 향이 목구멍을 타고 쭉 내려갔다.

한 모금 한 모금 음미하는 시간을 저장하던 습관이 나의 일과가 된 지 오래다.

의자에 기대어 군데군데 보인 하우스 지붕의 틈새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액자에 담긴 듯한 은빛 햇살이 어느 때보다도 부드럽게 살결을 만졌다.


카페 안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끊임없이 이어진 수다에 참여한 사람들의 표정이 대부분 밝았다.


그랬다.


별로 웃을 거리가 많지 않은 요즘.

그렇게라도 웃고 지나갈 수 있다면.

그래야 내가 좀 더 나답게 살 수 있다면.

그래야 내가 덜 우울하고 덜 아프다면.

그래야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난 신체화 증상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면.


하우스 카페에서 마주한 수다라는 거,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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