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거나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상태
생각만 해도 그리운 것들이 있나요?
그리움은 시간이 만든 감정이다. 눈앞에 없는 것, 다시는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을 마음 한가운데 놓고 오래도록 들여다보는 감정. 사라진 것들은 고요히 사라지는 법이 없어서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마음 어딘가를 자꾸만 두드린다. 그리움은 조용하지만 강한 감정이다.
그리움은 꼭 사람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사라진 계절이 그립고 지나간 하루가 그립고 내 마음이 더 단순하고 투명했던 어떤 시절이 그립다. 우리가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움은 더 짙다. 그리움은 과거에 살고자 하는 욕망이 아니라 과거가 내게 남긴 흔적을 품고 살아가는 방식이다.
때로 그리움은 위로가 된다. 그리워하는 동안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이 언젠가 그리운 기억이 되리라는 예감을 안고 하루를 살아간다.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는 마음 어떤 순간을 그리워할 수 있는 기억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참 많은 것을 품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어딘가를, 누군가를, 어떤 감정을 그리워한다. 그 그리움이 내 안에 잔잔히 퍼질 때 나는 조금 더 나다워진다. 그리움은 다정하고 아픈 감정이다. 멀어졌기에 그립고 잃었기에 소중하고 지나갔기에 아름답다.
그 감정은 언젠가 함께 웃던 사람의 뒷모습일 수도 있고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일 수도 있으며
혹은 한때 나였던 그러나 이제는 닿을 수 없는 '나 자신'일 수도 있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한 감정을 느낀다.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 외로움…
그중에서도 그리움은 가장 조용한 감정이지만 가장 오래 남는 감정이다.
기쁨은 흘러가고 슬픔은 잊히지만 그리움은 시간이 갈수록 더 또렷해지고 더욱 깊어진다.
어릴 적 내가 품었던 그리움은 단순했다.
엄마 품이 그리웠고 좋아하던 장난감이 그리웠으며 방학이 끝나고 난 후 교실의 소란이 그리웠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며 그리움은 형태를 바꾼다.
이제는 얼굴도 흐릿한 친구를 그리워하고, 젊고 건강했던 부모님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고, 말하지 못했던 진심 한마디를 후회로 되씹으며 그리워한다.
그리움은 부재를 전제로 한다. 그 감정은 무엇인가가 사라졌음을 다시는 완전히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인정하게 한다. 그래서 그리움은 아프다.
그리움은 사랑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사랑했던 것을 그리워한다.
그 감정은 우리 안의 깊은 곳에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남긴다.
나는 가끔 그리움을 느끼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감정이 내 안에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내가 사랑했고 연결되었고 진심이었던 순간들이 있었다는 뜻이니까.
그리운 감정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그리움은 누군가를 다시 만나게 하고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하며 때로는 용서를 때로는 다짐을 이끌어낸다.
나는 오늘도 그리운 감정을 품는다.
조금은 서글프고 조금은 따뜻한 이 감정을 조심스레 안고 지나온 시간을 껴안으며 다가올 시간을 그려본다.
그리움이 나를 가르쳐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앞에 있는 것보다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