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잘못을 깨우치고 뉘우치는 상태
가장 후회되는 일은 무엇인가요?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 서랍 가장 깊은 곳에 ‘그때 그 말, 하지 말걸’, ‘그 선택, 좀 더 기다릴걸’ 하는 조각들을 넣어 두고 산다. 후회라는 감정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우리 곁에 머문다. 지나간 시간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듯 마음의 가장 약한 부분을 톡 건드린다.
나는 종종 후회를 오래 바라보는 편이다. 상담실에서도 글을 쓰는 자리에서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놀랍게도 많은 후회는 잘못된 행동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나를 충분히 이해해주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그때 나는 왜 그렇게 불안했을까, 왜 더 단단해지지 못했을까, 왜 잠깐의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후회는 판단이 아니라 그때의 나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렌즈와 더 가깝다.
후회의 순간을 떠올리면 마음 한쪽이 작게 저릿해진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는 묘하게도 따뜻함이 있다. 후회는 내가 더 잘하고 싶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이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미안함, 아쉬움, 못다 한 말들.
그렇게 후회를 털어놓는 순간 그들은 언제나 자신을 더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나는 그 정직함이 오히려 희망처럼 느껴진다. 후회는 우리를 자책하게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사랑했고 기대했고 애썼는지 보여주는 흔적이기도 하다. 아무 의미 없는 것엔 후회조차 따라붙지 않는다. 후회는 관심의 그림자이고 애정의 부스러기다.
어느 날은 문득 후회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걸 깨닫는다. 결코 반복하고 싶지 않은 실수 때문에 더 조심스럽게 말하게 되고, 그때 놓친 기회 때문에 다음엔 조금 더 일찍 손을 내밀게 되고,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털어놓지 못해 남겨버린 공백 때문에 다음 관계에서는 조금 더 솔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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