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내지 않은 것들

그 상태로도 충분하긴 한데

by 이엔에프제이


끝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다. 완전히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다시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다. 그것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서 조용히 남아 있다.


책상 서랍 맨 아래에는 오래된 노트 한 권이 있다. 표지는 군데군데 닳아 있고 모서리는 둥글게 말려 있다. 몇 장은 채워져 있고 몇 장은 비어 있다. 마지막으로 쓰인 문장은 문장 끝이 흐릿하다. 마침표가 찍히지 않은 채 멈춰 있다. 나는 그 노트를 버리지도 다시 쓰지도 않는다. 서랍을 열 때마다 그 자리에 있는지만 확인한다.


노트를 꺼낼 때면 종이에서 묘한 냄새가 난다. 오래된 종이 특유의 냄새 손때와 시간이 섞인 냄새다. 나는 몇 장을 넘기다가 다시 덮는다. 페이지 사이에 끼워둔 종이가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원래 있던 자리에 다시 넣는다.


한때는 매일 하던 일들이 있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가게 앞에서 잠시 멈추던 습관들이다. 지금은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몸은 여전히 그 시간에 잠깐 멈춘다. 이미 끝난 일정인데도 몸이 먼저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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